1. 사실관계

가. 원고는 1982. 5. 24.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과 혼인신고를 한 후 약 30년간 혼인생활을 하여 왔다. 혼인 당시 망인에게는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소외 2 등 5명의 자녀가 있었고, 원고와 망인 사이에는 자녀가 없었다.

나. 원고는 2011. 3. 2. 전처의 자녀들인 소외 2 등과의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당시 만 82세인 망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소송절차가 진행되던 중 2011. 4. 15. 원고와 망인 사이에 ‘원고와 망인은 이혼하되, 망인이 원고에게 재산분할로 현금 10억 원을 지급하고 액면금 40억 원의 약속어음금 청구채권을 양도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어 그에 따라 현금지급 등이 모두 이행되었다.

다. 원고는 이혼 후에도 망인의 사망 시까지 망인의 수발을 들고 재산을 관리하면서 망인과 함께 종전과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였다. 망인은 이혼 후 약 7개월이 경과한 2011. 12. 1.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가 망인의 사망 직전 가장이혼을 하고 재산분할 명목으로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2014. 2. 18. 원고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사망 직전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명목으로 받은 재산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가.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이혼은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원고와 망인 간의 합의에 따라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와 망인에게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장차 망인이 사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외 2 등과의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원고와 망인이 미리 의견을 조율하여 망인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이혼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나, 이혼 후에도 원고가 망인과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이혼을 가장이혼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없고, 다만 그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이혼이 법률상 이혼이라는 외형만을 갖춘 가장이혼에 해당한다고 잘못 전제한 후, 이 사건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넘는 과대한 것으로서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가장이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이혼시 재산분할과 증여세 과세 관련 법리

헌법재판소 1997. 10. 30. 선고 96헌바14 결정은 이혼시 재산분할청구로 받은 재산 중 배우자 상속공제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한 구 상속세법(1990. 12. 31. 법률 제4283호로 개정되어 1994. 12. 22. 법률 제48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의2 제1항 제1호의 해당 부분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즉, 헌법재판소는 ‘이혼시의 재산분할제도는 본질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성격이 보충적으로 가미된 제도라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 재산의 무상취득을 과세원인으로 하는 증여세를 부과할 여지가 없으며, 설령 증여세나 상속세를 면탈할 목적으로 위장이혼하는 것과 같은 경우에 증여와 동일하게 취급할 조세정책적 필요성이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경우와 진정한 재산분할을 가리려는 입법적 노력없이 반증의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은 채 상속세 인적공제액을 초과하는 재산을 취득하기만 하면 그 초과부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입법목적과 그 수단간의 적정한 비례관계를 벗어난 것이며 비민주적 조세관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혼시 재산분할을 청구하여 상속세 인적공제액을 초과하는 재산을 취득한 경우 그 초과부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증여세제의 본질에 반하여 증여라는 과세원인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현저히 불합리하고 자의적이며 재산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위 96헌바14 결정 이후 이혼시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은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실무상 가장이혼 여부, 재산분할인지 위자료인지(분할하여 받은 금액이 재산분할로서 적정한 금액인지) 여부가 다툼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판단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협의이혼 또는 재판상 화해나 조정에 의한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와 재산분할, 자녀양육비 등의 각각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채 자산을 이전한 경우 그 자산 중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유상양도에 해당하는 위자료 및 자녀양육비의 입증책임도 원칙적으로는 처분청에 있고, 다만 이 때 처분청이 위자료나 자녀양육비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주장ㆍ입증할 필요는 없고, 단지 그 액수를 정할 수 있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에 대하여 법원은 이와 같은 자료를 토대로 혼인기간, 파탄의 원인 및 당사자의 귀책사유, 재산정도 및 직업, 당해 양도자산의 가액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으로 위자료나 자녀양육비의 액수를 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두4573 판결,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두12014 판결 참조) 재산분할과 위자료 등의 액수 산정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은 법률혼의 해소시 뿐만 아니라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에도 인정된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은 ‘이혼시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조정조서에 의하여 당사자에게 일정한 이행의무가 부과된 경우 이러한 이행의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법원의 확정판결 내지 조정조서에 따른 급부행위의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고, 이러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으로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서 법원의 확정판결 내지 조정조서에 규정된 이행의무의 실질적인 성격을 파악한 다음 증여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실질이 재산분할인 경우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 가장이혼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만, 재산분할 명목으로 받은 재산의 실질이 재산분할에 관한 민법 제839조의2의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또한 재산분할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다.

가장이혼인지 여부는 이혼 경위 등 제반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두14415 판결은 ‘이혼후에도 함께 거주하다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주소를 옮기고, 재산분할로 모든 재산을 배우자에게 이전하였다 할지라도 남편의 상속분쟁, 사채업 종사 등 제반 증거를 참조하면 가장이혼을 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

한편,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상당한 부분’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실무상 다툼의 여지가 많은 쟁점이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에서 제시하는 재산분할의 기준인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이 일응의 기준이 될 것이나, 결국 사안에 따라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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