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납세를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로써 국세청의 힘을 상징하는 것은 ‘세무조사’다. 그런데 국세청(본청)은 직접적인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대검찰청이 직접 수사를 담당하던 중수부 기능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듯이 국세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무조사 기능을 지방청으로 넘겼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기업들에 대한 현장 세무조사는 각 지방국세청에 설치된 조사국에서 직접 나선다.

그런데 이들 조사국들은 인적 구성에 따라 그리고 조사업무의 강도와 중요도 등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지방국세청의 예를들면 5개의 조사국이 존재한다. 대기업들의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1국, 개인 및 법인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조사2국, 재산제세 등의 세무조사를 맡아하는 조사3국, 그리고 법인 및 개인 세무조사와 범칙조사를 수행하는 조사4국이 있다. 조사4국을 세간에서는 특명조사국이라고도 부른다. 이들 4개의 조사국과 함께 국제거래 관련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이 있다.

이들 조사국중 어떤 국이 제일 유능할까. 비교를 하면 소속원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두기로 하고, 굳이 평가를 해도 도토리 키재기 이겠지만 나름대로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조세정의를 실천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런데 그런 자부심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남모르게 ‘열공’을 마다않는 열정이 숨어있다고 한다.

이런 열공모드가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에서 3개월째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국세청 내에서 일 욕심이 많기로 소문나있는 정철우 국장이 부임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 때 허종구 조세심판원장이 취임후 직원들을 아침 일찍 불러내어 공부를 시키면서 심판원 조사관들의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오버랩 되면서 관심이 갔다.

국제거래조사국 관계자에 따르면 국제조사국의 열공은 정 국장이 취임한 후 지난 9월부터 아침 7시만 되면 십 수 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국제조사분야별 스터디를 하면서 나름대로 조사역량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것. 이어 최근에는 국제조사분야 판례 등의 공부에까지 진도가 나갔다고 한다. 국제거래조사국 전체 인원 150여명의 10%안팎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아침 스터디이지만 참여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나의 전문성 향상이 국세청의 전문성, 나아가 조세정의의 파수꾼으로서의 자격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스터디에 쭉 참여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2~3일 전문분야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스터디 식으로 하니 저절로 조사요원으로서의 역량이 높아지는 것 같다”면서 ‘베리굿’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에 나오면 국장님께서 준비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밥 등 아침요기까지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 각 분야의 베테랑 팀장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기탄없이 강의해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면서 “공부를 하면서 솔직히 흥이 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서울국세청 조사국중에서 국제거래조사국이 제일 약하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최고 강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더욱 많은 직원들이 참여해 국제조사국 전체가 열공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들, 국내기업들의 외국에서의 활동 등 나날이 발전하는 역외탈세 등 국제조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의 열공이야기를 들으면서 손쉬운 굴뚝기업들에게 더 준엄한 조세정의를 요구하던 국세청에서 영어로 중무장한 외국 및 외국계기업들에게도 제대로 된 조세정의를 요구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침에 시린손 호호불며 공부하는 국제조사요원들에게 따뜻한 ‘김밥한줄’이라도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까지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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