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재석의원 247명중 215명 찬성, 9명 반대, 기권 23명
 

▲ 8일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만을 염원하고 있는 한국 세무사회 전·현직 임원들의 모습.

56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세무사 1만3천여명은 2017년 12월 8일 감격의 환호성과 눈물을 한꺼번에 흘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조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류 자격사라는 말을 들어온 서러움을 한번에 날려버리면서 온전한 ‘세무사’ 자격사가 된 것. 56년 만에 비로소 1자격 1명칭이 완성됐다.

8일 오후 2시45분경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247명 중 찬성 215명, 반대 9명, 기권 23명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무사자격시험을 통해서만 세무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 56년간 ‘세무사 자동자격’의 역사…하나둘 역사 속으로 ‘마지막 퍼즐’ 완성

정부는 혼란스러웠던 세무행정과 경제상황을 바로잡고 재원확보를 위해 세제개혁을 단행하면서 1961년 9월 9일 세무사법을 제정했다. 세무사시험 최초의 시험합격자 단 4명(민경화, 송재덕, 유병기, 최재용)을 시작으로 세무사 등록이 시작됐다.

세무사자격을 가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무사의 수를 늘리기 위해 정부는 세무사고시 합격자 외에도 변호사, 회계사, 상법·재정학·회계학 또는 경영경제학에 의해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받은 자, 교수자격인정령에 의한 자격을 가진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으로서 상법·회계학·재정학·조세론 또는 경영경제학을 1년 이상 교수한 자, 상법·회계학·재정학 중 1과목 이상을 선택해 고등고시에 합격한 자,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로서 국세(관세 제외) 또는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통상 10년 이상 근무한 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세무사자격을 부여해 그 수를 늘려갔다.

세무사법이 만들어진지 11년 후인 1972년 12월 8일, 석·박사·대학교수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 제도가 폐지되면서 세무사법에 대한 첫 개정이 이루어졌고 1999년 12월 31일에는 사무관(5급) 이상의 국세행정 경력자에 대한 자동자격이 폐지(2001년 1월 1일부터 시행, 시험 일부 면제로 전환)됐다.

이번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해 변호사협회가 집단 대규모시위를 벌인 것처럼 당시 국세공무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법 개정 당시 현재 사무관(5급) 이상의 국세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나 경력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247명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헌재는 99년 말 정부가 세무사법을 개정하면서 2000년 말 현재 5급 이상의 국세공무원 경력이 5년 이상이며 총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고 이후 폐지토록 한 데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2000년 말 현재 5급 이상의 세무공무원으로 근무기간만 채우면 세무사 자격을 받을 수 있게된 사람은 배려해 줘야한다는 차원에서다.

◆ 변호사 VS 세무사, 14년간의 싸움 속 드디어 '세무사 승(勝)'

이후 2003년 12월 31일, 김정부 의원의 발의로 변호사의 세무사 업무를 금지하고,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무사 제도창설 이후 42년 만의 쾌거였다. 그러나 세무사들은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당초 개정안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를 폐지하기 위한 법안이었으나, 재경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법사위가 뜯어 고치면서 변질된 것.

이때부터 변호사와 세무사간의 자격명칭 다툼이 시작됐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사위 소속 위원들이 대부분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법사위원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도 이같은 방식은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 테이블에 올라올 때마다 여전히 지속됐다.

변호사출신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사시34회)이 2007년 10월 10일, 제17대 국회에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안을 제출했다. 세무사 출신도 아닌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당한 특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무부는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변호사로 배출해 변호사 업무영역을 넓히자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돼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더 넓혀야 할 판에 한정시키는 것은 로스쿨 제도 취지에 반한다”며 법사위 통과에 반대해 결국 국회의 임기만료로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하고 법안은 폐기가 됐다.

이후 이상민 의원은 2008년 8월 7일, 제18대 국회에도 같은 법안을 제출했으나 역시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으며, 제19대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회기가 만료되며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어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인회계사의 세무사 자동자격부여 폐지 개정안(백재현 의원 발의)이 통과되면서 세무사법에는 세무사자격에 ‘세무사시험 합격자’와 ‘변호사자격자’만 남게 됐다.

이후 2014년(제19대 국회)에도 이상민 의원은 변호사에 대한 자동자격은 폐지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또다시 발의했으나, 법사위가 논의조차 해주지 않아 결국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지난해 10월(제20대 국회) 또다시 발의된 법안은 법사위 제2소위 테이블까지는 간신히 올라갔으나 제2소위원장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사시28회)이 법안 통과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지난 2월 24일 논의된 이후 9개월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법사위 계류상태였다.

이렇듯 자동자격폐지안이 1차 관문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하더라도 2차 관문인 법사위 제2소위에서 좌초를 겪으면서 변호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세무사법 개정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를 통해 법사위의 높은 담장을 넘어 본회의에 곧바로 올려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세무사회는 국회법 제86조를 이용해 “법사위원회가 이유 없이 120일내 심사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각 당의 원내대표 등을 만나는 등 발로 뛰면서 국회 본회의장까지 법안을 올려놨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세무사법 직권상정이 웬말이냐”라며 국회 앞에 모여 1인 릴레이 시위에 이어 김현 회장의 삭발투쟁 등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반발은 전문영역의 분화라는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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