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 부산지방국세청


저 무료한 시침처럼
늘어진 턴테이블 재즈처럼
제법 철든 척하는 반백의 어른처럼
무수한 키스자국을 감추고
한달음에 질러가는 어둑한 골목길로 오고 있어
타버린 나무 냄새 나는 소설책을 끼고
낡은 가로등에 남아있는
젊은 날 다락방의 막걸리 사발 들이키며
개울가 돌부리에 걸려
빙글빙글 도는 종이배를 타고 오고 있어
가방 속 물건을 다 쏟아 부어도
찾을 수 없는 이름하나로
악문 입술의 생채기를 닦으며
끈질기게 오고 있어
까치발로 빠져버린 깊은 우물에서 올려 본
밤하늘
빛을 잃고 수북이 내려앉는 별무리가 되어
오고 있어, 오고 있어

같은 하늘 선명하게 가고 있어


[김병수 시인 프로필]

△ 현재 부산지방국세청 근무
△ 2009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으로 등단
△ 국제펜클럽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 시집 『모두가 저 강을 본다』,『처음부터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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