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법사위 건너 뛴 본회의 직권상정 길 찾아…3당 합의 이끌어내
세무사들 일류자격사 됐다…쾌거 이뤄낸 집행부에 ‘찬사와 존경’ 보낸다

 

▲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세무사회 임원들이 두 손을 마주 잡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좌로부터 유영조 감사, 김완일 부회장, 이창규 회장, 정구정 전 회장, 원경희 전 부회장(여주시장).

드디어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이 해냈다! 세무사가 전문자격사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1만3000여 세무사들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제 세무사도 명실공히 일류 자격사가 되었다. 세무사 제도창설 이후 반세기 세무사들의 마지막 숙원사업이었던 자동자격제도가 폐지된 후 세무사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세무사들은 ‘세무사로서 자부심을 가지는 하루였다, 쾌거다. 가슴이 벅차다’ 등의 단어를 동원하면서 1류 자격사로의 등극을 자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쾌거를 이루어낸 이창규 세무사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한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회원들은 이창규 회장을 세무사업계의 ‘제2의 영웅’이라고도 했다.

세무사업계는 변호사에 대한 자동자격 폐지가 성사되기에 앞서 지난 2011년 공인회계사에 대한 자동자격 폐지를 이끌어낸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을 ‘영웅’이라고 불렀다. 당시 정구정 전 회장은 국회의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공인회계사에 대한 자동자격 폐지를 성사시켜 ‘1자격 1취득’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그리고 이번 변호사 자동자격 폐지에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은 벌써 6년 전에 폐지됐는데도,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는 변호사 출신이 대부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에 가로막혀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매번 세무사들에게 좌절만을 안겼다.

그러나 이번에 법사위라는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린 ‘신의 한수’는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통 큰’ 길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 회계사에 대한 자동자격 폐지를 놓고 정구정 전 회장을 ‘영웅’이라고 불렀다면 변호사의 자동자격 폐지를 일궈낸 이창규 회장은 ‘제2의 영웅’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그것도 당선된지 5개월, 소송으로 발목잡혀 겨우 취임식을 가진지 3개월 만에 이뤄낸 어마어마한 성과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그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평가다.

세무사들은 속으로 자동자격 폐지를 ‘염원’하면서도 ‘이번에도 법사위 통과는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창규 회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불굴의 정신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 생각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는 것이 세무사회 임원들의 귀띔이다. 결국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3당 원내대표의 본회의 직권상정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는 세무사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만든 기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는 변호사들이 반대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관심이 없는 사안인 만큼 세무사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심사라는 이름으로 1년여 이상 논의에 진전이 없었고, 본회의 상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법사위에는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에, 그 뒤에는 대한변호사협회, 그리고 법무부마저 버티고 서있었다.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개정안 통과에 결사반대해왔다. 그렇기에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없었던 세무사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조세전문가라고 말하면서도 변호사들의 그늘에서 반세기 동안 1자격 1취득을 이루지 못했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길을 택했지만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3당 원내대표 합의가 본회의 전날까지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아 본회의 직권상정 역시 답보상태에 빠졌었다. 이에 이창규 회장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국회를 동분서주했고, 결국 자유한국당마저 합의에 이르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통과에서 ‘신의 한수’로 꼽힌 것은 노웅래 의원 이름으로 발의된 세무사법 개정안(대안)이었다. 법사위에 계류되었던 법안의 시행일은 2017년 1월1일 이었다. 법률안이 장기간 계류되면서 시행일이 형식적 요건에 맞지 않게 되었고, 부칙시행일을 2018년 1월 1일로 수정하는 안이었다.

이런 대안이 없었다면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더라도 법률의 소급적용이라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즉 헌법불합치라는 문제에 봉착해 효력을 잃을 수도 있었던 것. 이런 문제를 발견한 세무사회 집행부는 시행일을 2018년으로 변경하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본회의 의결에서도 정세균 의장은 세무사법 대안을 먼저 투표에 부쳤고, 가결되었다. 이어 정 의장은 원안은 표결하지 않고 “대안의 가결에 따라 세무사법 일부 개정안은 수정안대로 기타부분은 원안대로 가결되었습니다”라고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그리고 방청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창규 회장 등 세무사회 집행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 회장은 “이번 쾌거는 1만3000여 세무사들의 염원이 담긴, 회원들의 여망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담담히 밝혔다.

그러나 세무사회 임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은 집행부의 노고를 알기에 8일 오후 쾌거라는 승전보를 들고 서초동 세무사회관으로 귀환한 이창규 회장과 정구정 전 회장 등 세무사회 집행부에게 큰 꽃다발로 수고로움을 한 껏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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