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대 (익산세무서)


사람은 누구나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소중한 보물과 같은 세 개의 벗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게 바로 지갑, 열쇠, 핸드폰이다. 이 물건은 누구나 다 지니고 다닐 것이다. 그렇다, 누구나 다 갖고 다닌다. 그럼에도 이 세 벗이 늘 뇌리 속에 떠남이 없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출퇴근하거나 약속이 있는 날에도 예외 없이 내 주머니나 가방에 꼭 넣고 다닌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한 부분같이 여겨지게 되었다.

첫째 벗이 지갑이다. 지갑에는 현금과 카드 그리고 가족사진과 명함 등 몇 개의 소중한 것이 있다.
먼저 현금이다. 현금은 몇 십만 원 정도 지니고 있으면 언제나 마음이 든든하다. 경제사회에서 재력이 중요 하듯이 현금을 지니고 있으면 든든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존재가 바로 현금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이 카드 결제하는 신용사회가 되었다, 현금을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어 아주 편리하다. 지갑이 가벼워지고 두께도 얇아져서 옷매무시 신사의 품격을 세우는데 일조한다.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다. 술 마실 때나 정신없이 바쁠 때 카드를 사용하고 놓치거나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늘 노심초사하며 의식적으로 존재 유무를 확인하곤 한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지갑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바로 가족사진이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고 마주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솟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가족은 나에게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아이들은 나의 존재가치를 일깨우는 동기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지갑 속에 보이는 가족사진의 힘에 감사한 마음이 듬뿍 든다.
공직에 입직하여 그 어느 날 명함이 주어졌다. 이른바 반장이 된 후부터인 것 같다. 예전에 선배들이 명함을 건네며 수인사 하는 모습을 보면 보기 좋았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지금, 나에게도 명함이 주어졌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눌 때 자긍심이 생긴다. 내 이름 석자를 걸 고 지인에게 자신을 표방하고, 경륜과 이력 등 존재가치를 인식 시키는 점에서 명함은 또 하나의 나를 대변한다.

다음의 벗은 열쇠다. 열쇠 꾸러미에는 현관열쇠 뿐 아니라 자동차 스마트키와 사무실 서랍키 등 여러 개의 열쇠들을 한 곳에 묶어 다닌다. 따라서 열쇠고리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여름철의 가벼운 옷차림엔 열쇠꾸러미가 신경 쓰일 정도다. 몇 해 전 우리 딸아이가 생일날 열쇠고리를 선물해 주었다. 디자인이 산뜻하고 정갈한 모양으로 보기가 좋았다. 열쇠고리가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 안 되나 딸아이의 마음이 담겨진 점을 생각하면 사랑이 담겨 있어 항상 아끼며 지니고 다닌다. 사람은 취향에 따라 수동키보다 번호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나, 나는 여전히 수동키를 사랑한다. 그래서 번호키로 교체하지 않고 번거롭지만 제일 안전하고 흘러내리지 않는 속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런 행동이 습관처럼 생활화 되었다. 수동키의 단점은 키를 가진 자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점이고, 키를 가진 자가 원거리에 있거나 보관되지 않을 때는 열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번호키는 자유롭다.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잃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밀 번호를 잊거나, 예고 없이 번호를 변경해 놓은 경우에는 속앓이가 심하다. 어느 날 술 좋아하는 사람을 망신을 주거나 골탕 먹이려고 살그머니 번호를 바꿔놓을 수 있다.
술 취한 사람은 평소대로 거나한 모습으로 겨우 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집에 도착해 번호키로 문을 열어보지만 안 열리면 열 받을 것이다. 결국에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고, 기억력의 한계와 몸이 쇠락해 져 감을 한탄 할 것이다. 수동키는 다소 불편함이 있으나 언제나 정직하고 거짓이 없다. 찰-칵 하며 열리는 소리....명쾌하고 통쾌하다. 사람을 배반하지 않고 언제나 흔쾌히 받아 주는 멋쟁이다. 몸에 지니고 다닌 지 수 십 년이 되다 보니 윤기가 돌아 손맛이 정겹고 반갑다. 번호키로 바꾸거나 다른 형식으로 교체하기 싫을 정도로 정이 들었다.

반면 자동차의 스마트 키는 아주 편리하다. 원-터치로 시동이 켜지고 꺼진다. 일정 거리의 차 주위에 가면 양 손을 펴고 반겨준다. 사이드미러가 손을 벌리고 귀를 쫑긋 세워 주인을 알아보니 무척 반갑다.
이놈 봐라... 날 아침마다 반겨주네.....하 ~하 ~. 아침저녁은 물론 수시로 날 반겨주는 모양새가 뭇 사람보다 낫다. 스마트키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주인을 알아보고 씽긋 쌩긋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 차 주위를 벗어나면 양 손을 내려 입을 다물고 다소곳해진다. 주인님!, 안심하고 하루 일과를 잘 보라는 듯 해 보인다. 그럼 주인장은 더위와 추위도 잘 이겨내라며 한 번 더 신호키로 호응해 준다. 스마트키의 무게감 보다 날 반겨주는 사랑이 더 커니 번거롭거나 거추장스럽지 않다. 오히려 두 배의 기쁨이고 백배의 행복이다.

반면, 수동키는 다른 면이 있다. 겨울에는 시동이 잘 켜지지 않는다. 짜증난다. 그래도 잘 얼러 다시 켜보지만 마찬가지다. 한 참을 달래어 시동을 켜면 그때 슬그머니 걸린다. 겨울철의 수동키는 잘 보듬어 주고 이해도가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날 가득히 쌓인 눈을 쓸어내리고 수동키로 문을 열려면 안 열린다. 자동차 문의 열쇠 구멍이 얼어서다. 이 경우에 따뜻한 물이나 라이터로 녹여준 후에야 키가 작동된다. 우는 아이를 업고 달래 듯 얼러야 겨우 시동이 켜진다. 수동키만의 문제점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키는 훨씬 사랑스럽다.

끝으로 핸드폰이다. 90년대 삐삐가 처음 출시 때는 무슨 삐삐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삐삐 찬 친구가 부러웠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중전화가 길거리 마다 많았던 시절이지만, 사람이 움직이는 곳마다 공중전화가 비치되지 않았기에 중요 연락사항이 있은 경우에 필요했다. 삐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 든든했고, 뭇 남정네에게 자랑하고 싶은 심정에 한 번이라도 쳐다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삐삐도 잠시,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곧 바로 등장한 것이 핸드폰이다. 기능이 단순하다지만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애로점이 많았다. 사용설명서를 몇 번을 읽어보고 노리개처럼 수시로 사용한 후에 좀 익숙해졌다. 핸드폰은 해가 거듭될수록 점차적으로 기능이 향상되어 최근에서 7세대 8세대 아이폰이 출시된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좋은 점은 수시로 상대방에게 전화 할 수 있고,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복사기능이 있어 상대방에게 전송도 가능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어찌 꿈엔들 생각조차 했었는가. 요즘에는 사진기를 별도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장착되었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주고받는 대화와 문자가 자동 저장되어 최근에는 나쁜 용도로 사용될 우려도 있다. 위치 추적이 가능하여 실종이나 행방이 묘연할 때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몇 곱 절 많다는 점은 모두가 인식을 함께하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두뇌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위 세 벗을 모두 아우르고 감싸주는 또 하나가 가방이다. 위 세 벗인 지갑, 열쇠고리, 핸드폰을 아우르고 감싸주는 것이 바로 가방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지갑도, 열쇠고리도, 핸드폰도 모두 이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내 몸에서 떨어져 가방에게 맡긴 것이다. 가벼운 옷차림에는 이 세 벗을 끼워 넣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 몸의 일부분과 같이 소중한 이 세 벗,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음이 없다. 비록 생명이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으나 몸에 지님으로써 자신에게 편리함은 물론 행복과 기쁨을 준다. 호주머니에 넣은 불편함과 무게감 보다 편리한 점이 많고 사람을 이롭게 하니 어찌 아끼고 보듬지 않을 수 있으랴. 이 세 벗이 내 삶의 즐거움이다. (三友 三樂.)
 

[김정대 작가 프로필]

△ 현재 전주세무서 근무

△ 국세가족문예전 수필부분 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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