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막바지 세정가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번진다. 고위공무원가급(1급)인 김용균 중부국세청장이 갑자기 그 자리를 박차고 사직을 한다고 한다. 국세청에서 1급 기관장인 지방청장으로 승진하면 대개 1년가량은 근무한 후 후진들의 앞길을 터 준다는 명분으로 명예퇴직을 하는 관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그만둔다면 임명된 지 반년에도 한달이 모자란 딱 5개월만이다.

당연히 세정가는 물론 그를 잘 아는 세정인들은 ‘무슨 일이냐’며 귀동냥에 분주하다. 누구보다 국가관이 투철하고 반듯한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공직자인데 갑자기 명퇴를 한다니 정말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죠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물어온다.

김 청장 측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만 한다. 그러면서 후진들을 위해 물러날 적당한 타이밍이라는 이야기까지 보태진다. 그런데 궁금증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면서 진실을 덮으려했던 전직대통령의 거짓말 퍼레이드 영향이 큰 탓일까.

물론 어떤 일이 있어 물러나는 것이라고해도 물러나는 마당에 ‘나 무슨일 있어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는 점에서 일견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무서장, 아니 최하위 9급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도 무슨 사연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국세청의 핵심 보직인 1급 중부청장의 5개월만의 사퇴는 많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방정맞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과거 몇몇의 전직 고위직들의 경우 갑자기 그만둔 후 좋은 소식보다는 좋지않은 소식이 이어졌다는 것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소문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그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반듯했다는 점에서 정말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렇게 믿기에는 ‘5개월’이라는 숫자가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좋다. 아무 일없이 순수하게 후진을 위한 용퇴라면 5개월 전에 단행했던 중부청장 인사는 뭐란 말인가. 한마디로 ‘인사실패’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중부청장직은 5개월 만에 내가 하기싫다고 내 던지는 그렇고 그런 자리라는 이야기밖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임명권자는 5개월 만에 그만둘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임명시킨 즉 '부실검증'을 한 것이다. 아니면 '보은인사'이든지.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인사참사’라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그래서 과연 국세청의 인사가 이 정도 수준일까라고 곱씹어보면 자꾸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러던 차에 국세청에 밝은 한 세정인은 “아마도 정치적 세무조사의 ‘희생양’일수도 있다”는 말을 건네왔다.

어쨌든 지금 보도대로 연말에 중부국세청장이 중도퇴직을 한다면 국세청은 국세청의 힘으로 국민들의 궁금증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이번 인사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세금을 성실하게 내라고 할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1급의 임명도 국세청장처럼 인사청문회를 하자고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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