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전자신고 정착단계 폐지 입장에서 두번째 ‘뒷걸음질’
세무업계, “제도 정착 위한 혜택 아닌 실비변상 차원…유지해야”
 

세금신고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하는 전자신고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과 함께 비과세감면 축소, 공공일자리 확보를 위한 세수확보라는 명분까지 맞물리면서 정부의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방침이 현실화했다.

지난 8일 기획재정부는 세무대리인과 세무대리법인에 부여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점차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등 대한민국 국정과제를 위한 178조원의 재원마련을 위해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와 함께 비과세 감면제도도 정비키로 했다.

이에 발맞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2019년부터 납세자 및 세무대리인이 혜택을 받는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한도를 현행보다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세무사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하면서 축소 반대서명 운동과 더불어 정부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해당 제도는 제도 정착을 위한 혜택이 아니라, 과세관청이 부담해야 하는 행정력과 제반비용을 납세자에게 전가한 것에 대한 비용 보전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라는 것.

◆ 2004년 도입된 전자신고세액공제, 연간 100만원 혜택에서 400만원까지 확대

앞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납세자(세무사, 세무법인)에게 연간 100만원의 세액공제혜택이 부여된 것을 시작으로 한다. 2003년도에 이용섭 국세청장은 재직 당시 전자신고에 대해 ‘전자신고에 소요되는 비용은 세무사 업무의 기본소요비용 중 하나’라는 뜻을 세무사회에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세무사회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정부는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왔다.

이후 2005년부터는 세무법인에 대해서 연간 3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2008년부터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자 1명당 1만원에서 2만원으로 100% 늘리면서 한도 역시 연간 100만원에서 200만원(세무법인의 경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됐다.

2009년부터는 세무사가 납세자를 대리해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를 전자신고할 경우 1인당 세액공제액을 2만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하고 세액공제 한도도 세무사는 연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세무법인은 연 5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정부는 2012년부터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개인 연 400만원, 세무법인 연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 박근혜 정부, 재원조달 일환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검토 시작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135조원의 재정확보계획이 세워졌다. 이에 청와대는 재정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2014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전자신고세액공제도입에 대해 전자신고를 정착시키기 위한 한시적인 제도였으며, 당초 정책목표를 달성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부가가치세는 91.6%가 전자신고를 통해 신고했으며, 종합소득세는 95.2%, 법인세는 98.%, 원천세는 99.3%가 전자신고를 해 대부분의 세금이 전자신고 방식을 통해 신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현행대로 유지됐다. 이후 기재부는 2015년부터 매년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 세무사와 세무대리법인 등에 제공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절반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코자 했으나 세무대리업계의 반발로 현행 유지를 이어왔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결국 절반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것. 이에 또다시 세무대리업계는 강력한 반대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

세무사회는 지난해 8월 2017년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반대 탄원서 서명운동을 펼쳐 약 4만여명의 서명을 모아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해당 내용에 대해 검토를 거듭하다 결국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현행 세무대리인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축소하고, 세무대리법인은 10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또한 2021년 이후부터는 세무대리인의 경우 연간 200만원, 세무대리법인의 경우 연간 500만원으로 축소키로 하고 후속 개정사항을 관보에 지난 8일 공지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세무대리인들의 ‘논리와 힘’에 밀려 또다시 정책방향을 대폭 수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각종 정책 달성을 위해 세수확대가 절실한 상황과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이 정비되는 와중에,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후퇴를 해온 셈이다. 반대로 세무대리업계에서는 ‘매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초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에는 공제한도를 50% 축소하는 것으로 했었지만 입법예고 등을 통해 관계부처와 관련 의견들을 수렴했고, 정부가 그동안 전자신고를 권장해왔으며 앞으로도 전자신고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에서도 한시적으로 도입해 점진적인 축소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소개했다.

한편 입법예고된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개정안은 오는 19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상정을 거쳐 2019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