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호영 세무사

"하나의 인물이 성장하고 훌륭한 인재가 되는 데에는 고을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손길이 필요 하다는 말이 있다."

또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따라야 하며, 그런 재능을 발휘하며 산다 해도 인생은 결국 파란 만장할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라고도 한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암울한 가정 환경이나 암울한 시대에 훌륭한 인재가 난다는 말은 영화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1980년대 전후의 영국사회는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결단과 용기의 철의 여수상 마가렛 대처가 집권 하던 시절로 영국 역사상 가장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시대였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특히 경제 부문에 있어서 경제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히 폐쇠 조치를 취하여 활력이 떨어진 영국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 영국의 동북부 탄광촌으로 마가렛 대처 수상의 탄광 폐쇠 조치로 말미암아 탄광촌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현장의 암울한 모습을 담아낸다. 탄광의 막장에 의존해 삶의 밑바닥을 살아가는 탄광촌에 탄광 파업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의 대치 상황속에서 설상가상의 혼란 스런 상황이 계속된다.

주인공 11살인 빌리 엘리어트와 가족 역시 아버지와 큰 아들이 막장의 광부로 일을 하며 삶을 근근히 지탱해 간다. 빌리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함께 사는 할머니는 살짝 치매끼가 있으시다.

정말 암울하고 고통스러웠던 영국사회와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싸우면서도 아들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마다 않고 하겠다는 아버지의 부정, 그리고 그 밑바닥에서 부터 자신만의 꿈을 실현키 위해 역경을 딛고 묵묵히 끊임없는 퍼득거림과 날개짓을 멈추지 않는 어린 소년 빌리 엘리어트, 그리고 남과 "다른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편견 까지도 이 영화는 명확하게 잘 담아내고 선별해 주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빌리의 아버지 잭키 빌리어트는 우직하고 촌스러우면서도 빌리를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다름이 없다. 혼자서 많은 짐을지고 결단하며 살아가는 고독한 아버지의 표상과도 같았다. 그래서 영화와 소통하고 공감하고 감동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큰 아들은 파업의 주동자로서 더욱 큰 위기에 처해있고 작은 아들은 아버지의 뜻과는 다르게 하라는 권투는 안하고 남자들은 해서는 않된다는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발레에 꽃혀있으며 와중에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거기에 잭키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있어 잭키는 고독하고 외로울수 밖에 없는 캄캄한 상황이었다.

특히 발레에 대해서 여성만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영국 사회의 편견과 반면에 발레에 빠져있는 빌리를 바라보는 아버지 잭키의 영화속 표정에서도 아버지로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심정의 영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어린 소년 빌리는 한 발짝도 양보없이 한사코 발레를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 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간다. 크리스 마스날 저녁, 탄광촌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돌아오는 길에 잭키 엘리어트는 우연히 빌리 엘리어트가 자기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놀라운 춤 솜씨와 표현력에 완고하게 반대만 하던 아버지 잭키 엘리어트는 순간 아들 빌리에게 천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발레를 시켜야 되겠다고 다짐하며 빌리의 발레 지도 선생님인 웰킨스를 찾아간다.

이 영화에서 발레 지도 선생님인 웰킨스는 스승으로서의 사도가 무엇인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어쩌면 빌리가 발레를 고집스럽게 꿈으로서 밀고 나갈수 있는 이면에는 스승의 힘이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웰킨스 스승은 여성임에도 골초이기는 하나 빌리가 발레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아내고 은근히 그러나 카리스마있게 빌리를 견인해주고 응원 해줌은 물론 발레를 극구 반대하는 빌리의 아버지와 빌리의 형과 맞서 싸우면서 스승으로서의 사명과 제자를 바라 보는 예리한 촉을 놓지 않는다.

이런 웰킨스를 만난 잭키는 "아버지로서 아들은 자기가 책임 지겠다"며 빌리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파업을 풀고 배신자 소리를 뒤로 한채 탄광의 갱도를 향한다. 파업의 주동자인 둘째 아들은 자신의 반대편에 서게 됨으로서 배신자로 낙인 찍힐 아버지의 이런 행동을 거세게 만류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둘째 아들과의 담판에서 다음과 같이 절박한 심정을 토해낸다. "내가 선택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빌리는 앞으로도 선택의 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아들을 위해서는 자신을 위한 모든 것을 버리고 몸이라도 불사르겠다는 아버지의 처절하면서도 절절한 절규였다.

천신 만고끝에 잭키와 빌리는 빌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탄광촌 더럼에서 런던 소재 영국 국립 발레학교를 향해 열차에 몸을 싣는다. 마치 빌리의 부푼 꿈을 싣고 달리는 열차와도 같았다.빌리는 잭키에게 런던에 몇번이나 가봤냐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잭키는 "런던에는 탄광이 없다"는 말로 짧게 답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탄광 막장에서만 살았던 자신을 말하는 듯했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사랑과 존경을 나누면서 드디어 빌리의 꿈의 무대인 발레 컨테스트 혹은 면접시험 아니 우리의 KㅡPOP STAR 발굴 현장과도 같은 경연에 임하게 된다. 5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발레실기를 잘 마친 빌리에게 한 시험관은 "춤을 출때에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묻는다.

빌리는 머뭇거리는듯 하다가 천천히 대답한다. "모르겠어요. 뭔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기분이 좋아요. 긴장되기도 하지만 일단 춤을 추기 시작하면 좋아요. 그리고 어색함이나 긴장감이 서서히 사라져 버려요. 제 몸이 변하는 것같아요. 마치 몸에 불을 붙인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한마리의 새처럼 훨훨 나는 것같이 자유스러워요.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빌리의 대답을 유심히 듣고 지켜보던 심사워원장은 빌리에게 "조심히 들어가렴"하면서 잭키에게는 "파업이 잘 해결 되기를 바란다"며 배려를 잊지 않는다. 빌리가 국립 발레학교에 합격하여 당당한 일원이 되고 꿈을 이루어 잭키는 둘째 아들과 함께 빌리가 서는 무대를 보기 위해 런던으로 상경한다.

무대에서 발레로 비상하는 빌리를 바라보며 온갖 회한이 뒤엉켰던지 커다란 잭키의 눈에는 피눈물인 듯한 진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 순간 아버지로서의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고 고독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아들 빌리의 성공을 위해 숨겨놨던 부성애가 뼛속으로부터 울겨 나오는 뜨거운 눈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공연장에서의 빌리 아버지의 눈물에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누구나 어릴적 가슴속에 크든 작든 청운의 꿈이 있었고 아버지의 무거웠으리라는 어깨를 생각한다면 그러리라.

정령 빌리는 발레에 대해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재능을 실현 하기 위한 고집스런 의지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아무리 천재적인 재주가 있다한들 혼자서 그 재주를 실현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 재능을 스스로 찾아 가고 악조건인 주위 환경과 부딪히며 견뎌내고 이겨내며 그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빌리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에 더 큰 관심이 갔다.

‘진실한 자기 내면의 목소리 대로 살아라 그리고 자신에 진실하고 충실하라]는 자식에 대한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그리움이 배인 어머니에 대한 자식 빌리 에리어트의 사랑,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자식의 미래를 고민하며 몸담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 찍히면서도 자식을 위해 행로를 결단해야 하는 아버지의 처절한 부성애, 어린 소년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주기 위한 웰리스 선생님의 제자의 재능을 찍어내는 촉수와 쿨하고 멋진 사도,그리고 줄기차게 빌리를 뒷받침 해주며 주위 반대자들을 강한 어조로 설득하는 카리스마가 빛을 발했다.

또한 청운의 꿈을 품고 떠나는 손자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끊게 하려는 경중 치매 인듯한 할머니의 손자에 대한 진정하고도 사랑이 듬뿍 담긴 포옹과 단호하게 자신의 품에서 밀쳐냄, 인재를 아끼며 대하는 탄광촌 사람들의 정성스런 마음들, 이런 요소들이 훌륭한 한편의 오케스트라와 같이 잘 하모니가 되어 하나의 위대한 인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쩌면 어느 장면은 나와 우리들의 과거 이야기이며 아들의 이야기이면서 손주의 이야기도 될수 있고 영국의 이야기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도 오버랩 되는 분분이 많아 감동이 큰 영화였다.

모든 장면이 현장감있고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였으며, 간간히 접하게 되는 빌리의 춤사위와 음악은 환타스틱하고 우아하면서도 멋있었다. 그리고 띄엄띄엄 웃음 코드가 있어 지루함없이 2시간 내내 숨소리 조차 죽이며 집중할수 있었다.

‘관해난수’라는 말이 있듯이 ‘큰 바다를 바라다본 사람은 감히 물을 말하지 않는다 하였다.’ 영화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가 감히 영화에 대한 감상후기라는 이름으로 느낌을 적어본 글이 답을 알고 있는 고수들에게 들키면 어쩌나 하는 심정을 솔직히 금하지 못하며 또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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