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평택세무서)

은색 물고기가 차가운 오렌지빛 울음을 토해내며 달려온다
나팔은 오늘도 그의 등장을 빰빠라 빰빰 경쾌하게 환영하지만
나팔수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은빛물고기의 먹이는 어제의 그 사람들
저마다 물고기가 흩뜨려놓은 머리를 종요로이 귀 뒤로 넘기며 차에 오른다
치크덩치크덩
물고기의 심장소리가 울려 퍼지는 차 안이지만
사람들은 그 소릴 듣지 못한다
행여 마주 앉은 낯선 타인과 눈이 마주칠 새라
또 다른 타인의 목소리가 퍼지는 이어폰 줄에 매달린 채
매직아이에 몰두한다
적당히 재빨리 자신들의 밥 터에서 배설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어른들 사이
문에 기대서 있던 어린아이가
차가운 물고기 피부에 손을 대어보곤 이내 떼어 낸다
그리곤 입김을 호 불어 김을 만들곤
손가락으로 연신 무어라 그려댄다
어른들의 침묵의 곁눈질이 시작되고
자신이 주인공임을 알아챈 아이가 헤-웃을 때
처음으로 눈을 마주한 가발 쓴 남성은
놀라 헛기침을 토했다
모두의 이어폰 소리가 멈추고
물고기의 심장소리가 뱃속을 가득 메우던 순간이었다


[작가 프로필] 이지영 시인

△ 현재 평택세무서 근무

△ 국세가족문예전 시부문 금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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