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1985. 7. 15. 건물설비 및 설치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건물 난방설비 중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파이프(연도)를 설치하는 시공업체이다.

나. 원고는 2008. 10.경 15개의 동종 업체들과 사이에, 입찰 포기의 대가, 즉, 담합사례금을 가장 높게 제시한 업체가 보일러 연도 공사를 낙찰받기로 결정한 다음 낙찰예정 업체가 나머지 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의 일부를 담합사례금으로 분배하는 대신 나머지 업체들은 위 낙찰예정 업체가 실제로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낙찰예정 업체의 투찰 금액 이상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원고 대표이사 소외 1의 동생 소외 2 명의의 이 사건 계좌를 이용하여 동종 업체들과 담합사례금을 수수하였다.

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고와 동종 업체들 사이의 위 담합행위를 적발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4. 10.경 원고에 대한 현장확인을 통해 원고가 2009 내지 2013 사업연도에 보일러 연도 공사의 입찰ㆍ수주와 관련하여 동종 업체들로부터 수령한 담합사례금 1,461,900,000원을 익금산입하는 한편, 동종 업체들에게 지급한 담합사례금 1,312,600,000원(이하 ‘이 사건 지급금’이라고 한다)을 손금불산입하여, 원고에게 2009 내지 2013 사업연도 법인세를 각각 경정ㆍ고지하는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담합사례금이 손금부인 대상이 되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1310 판결)

가.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손금은 당해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한다’라고, 제2항은 원칙적으로 ‘손비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라 함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의미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되며,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09. 11. 22. 선고 2007두12422 판결,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두4306 판결 등 참조).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동종 업체들에게 지출한 이 사건 지급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8호에 위반하여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입찰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기 위하여 지출된 담합금에 해당하므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위법비용의 손금 산입 관련 규정 및 법리

(1) 법인세법 제19조는 손금의 범위에 관하여, “①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損費)의 금액으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대법원은, ‘법인세법 및 같은 법 시행령 각 규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인세는 원칙적으로 다른 법률에 의한 금지의 유무에 관계없이 담세력에 따라 과세되어야 하고 순소득이 과세대상으로 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에 위법성이 있는 비용에 대하여도 그 손금산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질서에 심히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금으로 산입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에서 불법폐기물처리업자에게 산업폐기물의 매립을 위탁하면서 지출한 비용(대법원 1998. 5. 8. 선고 96누6158 판결), 외환위기 상황에서 주택은행이 수탁고 격감, 기존 신탁계약의 대규모 해지, 인출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시중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고객에 대하여 관계법령을 위반하여 손실보전금을 지출한 경우(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7779 판결) 손금산입 대상으로 판단하였다.(3) 손금부인 대상이 되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의 판단기준(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두7608 판결)

위 2012두7608 판결은 의약품도매상 등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제공한 금전(리베이트)이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손금부인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즉, 위 2012두7608 판결은, ‘의약품도매상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것이 약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금지된 행위가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것이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러한 지출을 허용하는 경우 야기되는 부작용, 그리고 국민의 보건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공정한 유통과 거래에 미칠 영향,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 규제의 필요성과 향후 법령상 금지될 가능성, 상관행과 선량한 풍속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위 2012두7608 판결은 위 판단기준에 따라 ‘의약품도매상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 촉진의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의약품의 판매로 이어져 의약품의 오·남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나아가 이러한 경제적 이익제공행위는 의약품 유통체계와 판매질서를 해치고 의약품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가져와 그 부담은 현실적으로 의약품에 대하여 제한된 선택권밖에 없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구 약사법(2010. 5. 27. 법률 제10324호로개정되기 전 것) 제47조의 위임에 따른 구 약사법 시행규칙(2008. 12. 1. 보건복지가족부령 제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제1항 제5호에서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수입자 및 도매상은 ‘의약품의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정하면서 ‘의료기관·약국 등의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 촉진의 목적으로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지 아니할 것’을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8. 12. 1. 보건복지가족부령 제77호로 개정된 약사법 시행규칙은 제62조 제1항 제5호를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 촉진의 목적으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아니할 것’으로 개정함과 아울러, 제6조 제1항 제7호에서 ‘약사 또는 한약사가 의약품 구매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의약품도매상 등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의약품판매 촉진의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의 사회적 폐해가 지속된다고 여겨 약사법 등 관계 법령에서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 제공행위 이외에 일체적 경제적 이익제공행위까지도 금지하고자 한 것이지, 위 개정에 즈음하여 비로소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에 위와 같은 규정을 마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의약품도매상이 의약품 판매사업을 영위하면서 상관행상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견본품 등을 넘어서서 제공하거나 지급하는 사례금이나 장려금은 다른 의약품도매상이 그 사업을 수행하면서 통상적으로 지출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의약품도매상이 약국등 개설자에게 의약품 판매촉진의 목적으로 이른바 ‘리베이트’라고 불리는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약사법 등 관계 법령이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것에 해당하여 그 비용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 2012두7608 판결은 법인세법상 손금에 산입할 수 없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는데, 비록 제약회사와 관련된 판결이지만, 그 판단기준은 리베이트가 문제되고 있는 우리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동일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4) 관련 유권해석

내국법인이 미국에서 담합을 하여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와 함께 구매자집단으로부터 제소당한 민사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구매자집단에게 지급한 민사합의금과 그 소송에 소요된 변호사비용 등의 법률비용이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금원으로 손금부인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2015년경부터 큰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내국법인이 공정거래 관련 문제로 국외에서 구매자집단으로부터 민사소송을 제기당하여 합의금 지급으로 민사소송을 종결한 경우, 당해 지급한 민사합의금 및 관련 법률비용은「법인세법」상 손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유권해석하였다(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623, 2016. 6. 22., 국세청 법령해석과-2045, 2016. 6. 23.). 기획재정부는 위 유권해석 이전에도 ‘담합에 따라 해외 구매자집단에 지급한 민사합의금 및 관련 법률비용은 「법인세법」 제21조 제5호(법령에 따른 의무의 불이행 또는 금지ㆍ제한 등의 위반에 대한 제재(制裁)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손금불산입대상이 아니므로 같은 법 제19조에 따른 손금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하였다(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101, 2016. 2. 5., 국세청 법령해석과-565, 2016. 2. 25.).

이와 같이 과세당국은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금과 그 소송에 지출된 법률비용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의 의미 및 그 비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고, 제약회사의 불법리베이트에 이어 손금부인 대상이 되는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준 데에 큰 의미가 있다.

한편, 2017. 12. 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된 법인세법 제21조의2는 “내국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하는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손금불산입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여 2018. 1. 1.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금의 경우에도 일정 한도 내에서만 손금산입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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