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아파트의 공사를 도급받은 것과 관련하여, 2010. 3. 30. 소외 회사에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중 일부인 108,618,508,847원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작성ㆍ교부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 10,861,850,886원을 납부하였다.

나. 원고는 2010. 4. 26. 소외 회사의 피고(국세 귀속자인 대한민국)에 대한 부가가치세 10,861,850,886원(이하 ‘이 사건 환급세액’이라 한다)의 환급금반환청구권을 압류 및 전부하는 이 사건 전부명령을 받았고, 위 명령은 2010. 4. 28. 제3채무자인 피고에게 송달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소외 회사는 2010. 6. 11.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의 보전 등을 목적으로 원고를 우선수익자, ○○신탁 주식회사를 수탁자로 하여, ○○아파트 중 당시까지 미분양된 아파트 등 661세대를 신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010. 6. 16. 수탁자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라. 소외 회사는 당초 2010년 제1기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시 매입세액이 매출세액을 초과함을 이유로 이 사건 환급세액을 신고하였으나, 2010. 8. 11. 삼성세무서장에게 이 사건 신탁계약으로 인하여 소외 회사가 우선수익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신탁부동산을 공급하였다면서, 이 사건 신탁부동산 중 건물분을 과세표준으로 한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납부하는 것으로 2010년 제1기 확정분 부가가치세 수정신고를 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수정신고’라고 한다), 그에 따른 세액은 납부하지 않았다.

마. 삼성세무서장은 소외 회사가 발행한 수정신고분 매출세금계산서가 정당한 것으로 보아 이를 이 사건 환급세액에서 공제하고, 수정신고 내용 중 과세표준 및 신고불성실 가산세 적용이 잘못된 부분을 재계산하여, 2010. 11. 1. 소외 회사에 이 사건 수정신고에 따른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 5,173,101,830원을 납부할 것을 경정ㆍ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바. 원고는 이해관계인으로서 삼성세무서장에게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고 당초 환급세액을 환급하여 달라는 취지로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삼성세무서장은 이를 거부하였다. 원고는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하여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서울행정법원 2011구합00000호)를 제기하였으나, 2012. 4. 26. 위 법원으로부터 원고가 법률상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소각하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가 불복하여 항소(서울고등법원 2012누00000호)하였으나 2012. 10. 31.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고, 상고(대법원 2012두00000호)하여 현재 진행 중이다.

사.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는 이유로 이 사건 전부명령에 기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환급세액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전부금 청구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00000호)를 제기하였으나, 2012. 7. 10. 위 법원으로부터 이 사건 처분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서울고등법원 2012나00000)하였고, 2013. 5. 2. 위 법원으로부터 ‘원고가 구하는 전부금은 부가가치세법상 환급세액을 구하는 것으로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할법원인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되었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채무자인 위탁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탁자에게 재산을 신탁하면서 채권자를 수익자로 지정하는 경우 위탁자의 수익자에 대한 재화의 공급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한 신고나 부과처분이 당연무효인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두47099 판결)

가.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은 “재화의 공급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ㆍ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재산권을 이전받고 이를 전제로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인 위탁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탁자에게 재산을 신탁하면서 채권자를 수익자로 지정하였더라도, 그러한 수익권은 신탁계약에 의하여 원시적으로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서 위 지정으로 인하여 당초 수탁자에 대한 신탁재산의 이전과 구별되는 위탁자의 수익자에 대한 별도의 재화의 공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4두6111 판결 참조).

한편 신고납세방식 조세에서 신고내용에 의하더라도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가 전혀 없어서 납세의무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와 같이 과세표준 등의 신고행위나 이에 기초한 과세처분이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는 때에는 그 하자는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이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탁자인 소외 회사가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의 보전 등을 위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를 우선수익자로 지정하더라도, 이러한 우선수익권은 신탁계약에 의하여 원시적으로 원고에게 귀속될 뿐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신탁설정에 따른 거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탁자인 소외회사와 우선수익자인 원고 사이에 부가가치세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 자체를 상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수정신고 및 처분은 신고내용에 의하더라도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가 전혀 없어서 납세의무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법적 근거와 합리성이 없으므로 그 하자가 중대할 뿐 아니라 명백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부동산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 법리

(1) 종전 판례의 입장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대법원은 신탁재산의 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에 관하여, 자익신탁(신탁의 수익이 위탁자 자신에게 귀속되는 신탁)과 타익신탁(신탁의 수익이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신탁)을 구분하여 달리 판단하였다. 자익신탁인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위탁자이고, 타익신탁인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수익자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었다. 대법원이 그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즉, 신탁법상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함에 있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공급받게 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나, 그 신탁재산의 관리ㆍ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은 최종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실질적으로는 위탁자의 계산에 의한 것이므로, 신탁법에 의한 신탁은 구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5항 소정의 위탁매매와 같이 '자기(수탁자) 명의로 타인(위탁자)의 계산에 의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받는 등의 신탁업무를 처리하고 그 보수를 받는 것이어서, 신탁재산의 관리ㆍ처분 등 신탁업무에 있어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라고 보아야 하고, 다만 신탁계약에서 위탁자 이외의 수익자가 지정되어 신탁의 수익이 우선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있는 타익신탁의 경우에는, 그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는 신탁재산의 관리ㆍ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도 최종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되어 실질적으로는 수익자의 계산에 의한 것으로 되므로, 이 경우 사업자 및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두8372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등).

(2) 과세당국의 유권해석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과세당국은 종전 판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였고, 다만, 판례에서 사용하지 않는 ‘실질적 통제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과세당국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질적 통제권이 넘어갔는지 여부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달리 판단하고 있었다.

즉, “1. 사업자(위탁자)가 소유 부동산을 「신탁법」 규정에 따라 부동산신탁회사(수탁자)에게 신탁하고 이를 수탁자가 임대 및 양도하는 경우 당해 신탁부동산과 관련된 납세의무자는 위탁자가 되는 것임. 다만,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아닌 수익자가 따로 지정되어 있어 신탁의 수익이 우선적으로 수익자에게 귀속하게 되어 있는 신탁(타익신탁)에 있어 당해 신탁계약 및 특약에서 정한 조건에 의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사용・수익 및 처분 등에 대한 권한(실질적 통제권)이 위탁자에서 우선수익자로 이전되는 경우에는 위탁자가 우선수익자에게 재화를 공급한 것으로 보며, 그 공급 시기는 당해 신탁계약 및 특약에서 정한 조건에 의하여 신탁재산의 실질적 통제권이 이전되는 때가 되는 것이며, 그 과세표준은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금액이 되는 것임. 2. 타익신탁에 있어 위탁자에서 우선수익자로 신탁재산의 실질적 통제권이 이전된 후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임대 및 양도하는 경우 납세의무자는 우선수익자가 되며, 귀 질의의 제2 신탁계약에서와 같이 1순위 및 2순위 우선수익자 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는 우선순위에 따라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납세의무를 지는 것임.“(서면3팀-76, 2008. 01. 09. 등 다수)이라고 함으로써 종전 판례와 동일하게 자익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이고, 타익신탁의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우선수익자라고 유권해석하였다.

(3) 판례 변경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위 (1)항에서 본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소비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과세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거래에서 얻은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직접적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으로서의 인도 또는 양도는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재화를 공급하는 자는 위탁매매나 대리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중략)

따라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ㆍ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신탁법에 따른 신탁이면 자익신탁이든 타익신탁이든, 또한 관리처분신탁이든 담보신탁이든 신탁의 유형과 관계 없이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으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모두 수탁자라고 하였다.

(4) 판례 변경에 따른 과세당국의 대응

한편,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그 선고 전까지 종전 판례와 유권해석에 따라 위탁자나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전제하고 부가가치세 관련 업무를 처리해 온 신탁업계와 관련 당사자들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위탁자나 수익자에서 수탁자로 변경됨으로써 위탁자나 수탁자가 기존에 신고납부한 부가가치세의 환급문제, 새롭게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가 된 수탁자(신탁회사들)에 대한 과세관청의 추징문제, 기존에 위탁자나 수익자 명의로 발급하여 수수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되어 거래 당사자들에게 발생하는 매입세액 불공제, 가산세, 조세범처벌법 위반 문제 등으로 인하여 실무상 혼란이 생겼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2017. 9. 1.자 예규(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447, 2017. 9. 1.)를 통하여,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매각하는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이며, 이는 신탁 유형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러한 해석은 위 예규 회신일인 2017. 9. 1. 이후 공급하는 분부터 적용하고,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의 선고 이후 그 판결취지에 따라 예규 회신일 이전까지 수탁자가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서 신고한 경우에는 수탁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본다고 해석하였다. 이와 같은 과세당국의 예규로 인하여 위 예규 회신일 이전에 신탁과 관련하여 처리하였던 부가가치세 관련 업무에 있어서는 실무상 혼란이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5)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루어진 관련 규정의 개정내용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7. 12. 19. 법률 제15223호로 개정된 부가가치세법 제10조는 제8항에 “신탁재산을 수탁자의 명의로 매매할 때에는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위탁자(이하 ”위탁자“라 한다)가 직접 재화를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 다만, 위탁자의 채무이행을 담보할 목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로서 수탁자가 그 채무이행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수탁자가 재화를 공급하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제9항에서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아니하는 것으로 제4호에 “4. 신탁재산의 소유권 이전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 가.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 나. 신탁의 종료로 인하여 수탁자로부터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 다. 수탁자가 변경되어 새로운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를 신설하였다.

위 개정 규정은 부칙 제1조와 제3조에 따라 2018. 1. 1.부터 적용된다.

위와 같이 2017. 12. 19. 개정된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을 수탁자 명의로 매매할 경우에는 위탁자가 재화를 공급한 것으로 보아 위탁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하고, 다만,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처분인 경우에는 수탁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탁의 설정과 종료, 수탁자 변경에 따른 신탁재산의 이전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재화의 공급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으로 인하여 부동산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문제는 거의 해소되었다. 다만, 위 개정 부가가치세법은 2018. 1. 1.부터 시행되는 것이므로, 그 이전에 이루어진 신탁재산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 수탁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 (4)항에서 본 바와 같이 과세당국은 예규를 통하여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의 적용시기를 2017. 9. 1.부터로 하였으므로 적어도 과세당국과의 관계에서는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기간은 2017. 9. 1.부터 개정 부가가치세법의 시행 전인 2017. 12. 31.까지가 된다.

나. 신고행위나 처분의 당연무효 여부 판단기준에 관한 판례의 입장

취득세와 같은 신고납부방식 조세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한다. 따라서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로 되지 아니하는 한 그것이 바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여기에서 신고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는 신고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및 하자 있는 신고행위에 대한 법적 구제수단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신고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69203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15476 판결 등). 즉,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당연무효라는 입장이다.

종전에 대법원은 제척기간이 도과된 후의 부과처분(대법원 1999. 6. 22. 선고 99두3140 판결)이나 소멸시효기간이 도과된 후의 징수처분(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누1018 판결),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이 무효인 경우에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대법원 1990. 4. 13. 선고 89누1414 판결)을 당연무효의 처분으로 판단하였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4두6111 판결은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전제로 ‘수탁자는 위탁자로부터 재산권을 이전받고 이를 전제로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것이므로, 채무자인 위탁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수탁자에게 재산을 신탁하면서 채권자를 수익자로 지정하였더라도, 그러한 수익권은 신탁계약에 의하여 원시적으로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서 위 지정으로 인하여 당초 신탁재산의 이전과 구별되는 위탁자의 수익자에 대한 별도의 재화의 공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대상 판결은 이러한 취지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

한편,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담보신탁계약에 있어서 수익자 지정을 과세대상으로 전제하고 한 부가가치세 신고납부행위나 부과처분은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가 전혀 없어서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대한 것이므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의 판례와 과세당국의 유권해석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신탁의 유형에 따라 위탁자나 수익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고 있었고, 실질적 통제권의 이전 여부에 대해 실무상 많은 다툼이 있었으며, 신탁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에 대해 학자들간에 많은 논쟁이 이어지다가*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에 이르러 비로소 신탁재산의 처분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통일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관련 법리에 관해 확립된 판례가 없거나 유권해석이 판례와 다른 경우 등에는 하자가 명백한 것으로 보지 아니한 기존 판례(대법원 2015. 4. 9. 선고 2012다69203 판결,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2다23382 판결 등)의 입장에서 보면, 위 2012두22485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의 사안인 대상 판결에서의 신고행위나 부과처분의 하자가 명백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판결은 이러한 법리보다는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설명]
*

이재호, “신탁부동산의 양도와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 홍익법학 제13권 제1호, 홍익대학교(2012), 강성모, “신탁 관련 거래와 부가가치세”, 조세법연구 제22-3집, 한국세법학회(201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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