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 20일 한국세무사회와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세정·세무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아마도 간간히 터지는 직원들의 일탈로 국세청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국세행정의 동력이 툭툭 끊기는 것을 막겠다는 고육책일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조직의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단방약일 수 있다.

국세청과 한국세무사회는 이번 협약을 통해 ‘청탁금지법’ 등 청렴 관련 법 규정의 철저한 준수와 부조리 발생 차단을 위한 정보 공유와 함께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 발굴에 협력하는 한편, 주요 정책 추진사항에 대한 홍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아무리 뜯어봐도 협약에 구체적 내용이 없다. 부조리 발생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받는 동반자로 상생하자,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 발굴에 상호협력하자는 등 두루뭉술한 단어의 나열뿐이다. 물론 이제 협약을 했으니 구체적 방책은 천천히 만들어 가겠다고 하겠지만 영 성에 안찬다.

과거 국세청은 조직의 부패방지와 청렴문화를 확신시키겠다면서 ‘청렴’이라고 이름 붙인 결의대회 등을 정말 많이 해왔다. 또 삼진아웃제, 원스트라이크아웃제에 이어 외부인 접촉 신고제 등 숱한 방책들이 있었다. 그런데 국세청의 부패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오히려 대담하고 은밀해 졌다는 뉴스들이 난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떤 방책도 없이 ‘우리 정보교환 할게요’라는 협약서 한 장이 달랑이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쇼통’같기도 하다.

그러자 어떤 사람들은 국세청이 내부의 청렴문화를 외부로 돌리는 일종의 ‘물타기’ 전략을 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어느 해부터인가 국세청은 자신들의 문제를 슬쩍 세무업계로 돌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세무대리인들이 업무를 너무 공격적으로 하다보니 국세공무원들이 바람에 흔들린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자 어떤 세무사회장 출신 세무사는 국세청장을 향해 세무사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전직 회장은 세무사들도 자정을 하겠지만 세무공무원들이 먼저 금품을 달라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국세청 내부의 자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청렴운동을 하겠다고 한다면 협약서 달랑 한 장보다는 좀 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과거 어떤 지방청 조사국에서 차가운 해수욕장에서 홀라당 벗고 '준법·청렴 결의‘를 다지던 그런 장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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