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오 (수영세무서)


저녁노을 붉게 물들었지요
여자 친구 손잡고 뛰어들고 싶었지요
갈대밭은 진흙투성이어서
바지에 온통 진흙이 묻어도 좋았을 거예요
섬 반대편 명지로 가는 마지막 배 기다려서
갈대밭엔 영영 못 들어갔지요.

배를 놓쳤어야 했는데
일분만 늦었어도 배는 떠나고 없는 건데
사방 파밭엔 외딴집뿐이어서
잘 곳은 그곳 갈대밭 밖에 없었는데
집엔 들어가기 싫다면서
그때 왜 갈대밭엔 안 들어갔을까요.

해마다 철새들은 떼 지어 날아오고
계절 따라 갈대는 무성하게
숲을 이루는 섬
이제는  ‘섬이 아닌 섬’
그곳엔 아직도 파릇한 스무 살
내 여자 친구가 살고 있지요.
 

[이형오 시인 프로필]

△ 현재 수영세무서 근무

△ 국세가족문예전 3회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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