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삼준 세무사

한국어 사전에 조리(條理)란 ‘글이나 말 또는 일 따위가 앞뒤가 들어맞고 체계가 서는 갈피다’ ‘누구의 말에 조리(條理)가 있다’라는 것은 ‘말이 된다.’는 것으로 말에 조리(條理)가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조리(條理)가 없는 말은 말이 아니다. “얘들아! 목 마르지!!! 저 아래 있는 샘물이 여기로 흘려오면 그 때 물을 먹자!! 기다려라” 라는 말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 조리(條理)가 없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법률 용어로도 사용되는데 ‘사람의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연의 이치(理致) 내지 본질적 법칙으로 국가가 법적 규범의식으로서 승인한 사회생활의 원리를 말한다.’

이는 경험법칙, 사회통념, 공서약속, 정의형평, 신의성실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것은 도덕이나 종교 등의 사회규범에 의한 평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에 의하여 현행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규율하는 법적규범 의식으로의 조리(條理)를 말하는 것이다.

법(法)이란 물 수(水)변에 갈 거(去)로 물길이라는 것이다. 강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의 물길을 막아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사람이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法)이라는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보(堡)를 막아 물길을 바꿔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것이 법이다. 그런데 물길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인데 물길방향이 높은 곳으로 향하는 물길이 있다면 이는 물길이 아니고 법이 아니다.

이러한 것이 법에 조리(條理)가 없다는 것이다. 보(堡)를 막는다거나 수로를 만드는데 강 하구에 사는 사람과 보(堡)를 만들어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사람과 갈등이 있어 보(堡)의 위치라든지 물 흐르는 양을 조절한다던 지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행위이고, 정치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법(法)이다. 보(堡)와 물길(水路)을 만든 후에 사람끼리 다툼이 있을 때 법관이 심판하여 흐르는 물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법관이 심판함에 있어서 보에 물이 없는 데도 물이 흐르도록 한다거나, 물길 방향이 높은 곳으로 흐르게 판결하였다면 조리(條理)에 맞지 않은 판결로서 판결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조리(條理)란 말로 표현한 필요가 없으며, 법률로 규율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자연의 이치(理致)다.

따라서 조리(條理)가 없는 법률, 조리(條理)가 없는 말 또는 글, 조리(條理)가 없는 논문은 물론이고 조리(條理)가 없는 법관의 판결문 모두가 부정되는 것이므로 조리(條理)는 헌법보다 상위에서 모든 삼라만상(森羅萬象)을 규율하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법 제37조 제2항에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것으로 하고, 이 경우 매출세액을 초과하는 매입세액은 환급세액으로 한다. 매입세액이란 공급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금액으로서 국가에 납부될 세금을 말하는 것이다. 이 계산방법에 의하면 공급자가 납부한 매출세액을 재원으로 공제⋅환급하는 것이다. 공급자가 매출세액을 국가에 납부하지 않았다면 매입세액으로 공제⋅환급할 재원이 없어 공제⋅환급이 불가능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제⋅환급이 실시된다면 이것이 조리(條理)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2009두13474 2011.1.20. 전원합의체(주심대법관 양승태) 판결 중 ‘이러한 구조에서는 각 거래단계에서 징수되는 매출세액이 그에 대응하는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위한 재원이 되므로 그 매출세액이 제대로 국가에 납부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방법에 의해서만 이익이 창출되고 이를 포탈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만 보는 비정상적인 거래(세금계산서만 발행하고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거래. 이하 ‘부정거래’라고 한다)를 시도하여 그가 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 그 후에 이어지는 거래단계에 수출업자와 같이 영세율 적용으로 매출세액의 부담 없이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는 사업자가 있다면 국가는 부득이 다른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그 환급 등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부가가치세 제도 자체의 훼손을 넘어 그 부담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됨으로써 전반적인 조세체계에까지 심각한 폐해가 미치게 된다 할 것이다.’라고 환급의 기본원리를 설명하고 나서 ‘부정거래(폭탄업체)의 존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한 수출업자라면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음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공급 받은 자가 부정거래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면 엄연히 국고유출임을 알면서도 환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 서론과 결론이 달라 즉 앞뒤의 말이 달라 조리(條理)가 없는 판결이다.

또 ‘각 거래단계에서 징수되는 매출세액이 그에 대응하는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위한 재원이 되므로 그 매출세액이 제대로 국가에 납부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하면서도 공제⋅환급할 재원이 없는데도 ‘환급되어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강의 보(堡)에 물이 없는데도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조리(條理)가 없는 판결이다.

부가가치세법 제39조(공제하지 아니하는 매입세액) 제①항에 8가지에 해당되는 매입세액은 공제되지 않는다는 사유에 세금계산서 발행자의 무납부는 열거되지 않았으므로 공급자가 부가가치세를 무신고 또는 무납부 여부를 불구하고 환급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법률조항은 매입세금계산서에 기재된 세금이 납부되어 환급권이 발생 되었더라도 매입세액을 공제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납부되지 않은 매입세액이 불공제 사유에 열거되어 있지 않았다 하여 공제⋅환급하는 것은 조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연한 자연의 현상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을 규율하는 것이기 때문에 열거할 필요가 없는 것이 조리(條理)다. 법률을 조리(條理)에 맞지 않게 해석하여 판결하였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한 불법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소비세는 세금이 포함된 상품가액을 직접 받는 판매자가 소비세 전액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를 제조자로 규정하고 소매업자의 전 단계에서 미리 완납된 소비세가 매입가액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소매업자의 소비세납세의무가 소멸된 것이다. 이것을 납세의무의 전가(轉嫁)라 한다.

만일 소매업자가 소비세 대상 상품을 납세증지를 붙이지 않은 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는 경우 판매자에게 소비세납세의무가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인 간접세 원리다. 소매업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소비세 대상 상품은 소비세납세증지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전 거래단계에서 소비세를 납부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소비세를 납부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아무런 제재(制裁)가 없다면 소비세에 대한 세무행정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세는 결과적으로 전가한 세액이 납부되지 않았다면 전가(轉嫁)효과는 사라지고 납세의무는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것이 당연한 원리이고 조리(條理)다.

부가가치세는 판매시점에 매출세액에 대하여 납세의무가 발생되며 매입 시 지급한 매입세액의 납세의무를 공급자에게 전가하고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한 나머지를 납부하거나 초과되는 경우 환급되므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공급가액의 10%를 세액으로 부담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 부가가치세는 담세자가 소비자인 면에서는 소비세이며, 담세자와 납세의무자와 다르다는 측면에서 간접세이고, 납세의무자가 납세방법에 자기가 생산한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거래단계별로 분할하여 납부한다는 측면에서 부가가치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자가 매출세액을 납부하지 아니하였다면 소비세와 마찬가지로 전가효과는 사라져 납세의무가 부활되는 것이므로 매입세액 공제가 배제되는 것이 조리(條理)다. 조리는 특별한 규정을 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겨난 자연현상이다. 부가가치세법 제34조의2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에 따른 매입세액 공제 특례’ 및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107조 ‘조기환급’은 공급자가 매출세액을 납부할 수 없어 납부가 안 된 것이 확실하여 공급 받은자의 매입세액에 대한 공제⋅환급할 재원이 없는데도 공제⋅환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제⋅환급되는 것은 이치(理致:사물의 정당한 조리)에 맞지 않아 국고유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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