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임기제’가 화두다. 국세청법을 만들자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 핵심이 그것으로 읽힌다. 아마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의 경우 임기가 규정돼 있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일부 외국의 경우도.

국세청장 임기제는 먼저 국세청장의 임기제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세청이 잘못 굴러가고 있다는 전제와, 또한 임기제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세청장이 정치적 세정을 펼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매우 못마땅한 일이겠지만 이런 논의는 아쉽게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국세청장을 지낸 사람들이나, 국세청 출신 고위직의 경우 그리고 일반 언론이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국세청장 임기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오히려 국세청장 임기제 이야기를 하면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요,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라고 되묻는다. 아마도 다른 권력기관장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장도 당연히 정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국세행정의 반듯함은 국세청장의 임기와는 별 상관없다 는 등의 반문으로 들렸다.

이처럼 국세청장 임기제는 일반 국민들에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솔직히 국세행정이 매우 정치적으로 좌지우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일 뿐이다. 그것도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았을 때 이겠지만.

그래도 꼭 해야한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한번 짚어보자. 먼저 과연 국세청장의 임기를 두는 게 맞는가이다. 또 둔다면 임기를 몇 년으로 할 것인가. 다른 권력기관장들의 경우를 비교하면 2년이 대세일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장의 교체시기를 살펴보면 정권의 출범기에 새 청장이 들어섰고, 그리고 1년 반이나 2년쯤 되면 새로운 수장이 임명되곤 한 것이 관례였다. 문민정부 이후 13명의 전직 국세청장들의 평균 임기는 2년이 조금 모자란 20개월이었다. 굳이 임기를 정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약 2년 가까이를 재임했다.

그렇다면 국세청장의 임기를 정하자는 이유는 임기의 보장보다는 소신행정 즉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가 더 크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국세청장의 임기를 정한다고 임기가 없는 청장보다 정치적으로 매우 중립적일 것인가라는 반문이 생긴다. 그리고 누가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감시하고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국세행정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떤 것이 정치적 세무조사인지, 또 정당한 조사인지를 누구도 쉽게 재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말장난’일 뿐이다.

여기서 드는 또다른 생각은 국세청장은 또 정치적으로 반드시 중립적이어야 하는가이다. 국세행정은 국민들이 납세를 하는데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하여 보다 쉽고 편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자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는지를 사후에 검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리고 국세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국세청장에게 ‘A기업은 성실납세를 하고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변할까. 국세기본법상 개별기업의 납세정보라면서 말 할 수 없다고 할까. 아마도 한달음에 달려가 소상하게 보고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당연히 그렇다고,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임기제를 도입하면 보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일까. 국세청장의 임기제 운운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한가지 더 있다. 국세청장의 임기제는 일정기간 재직한 후 조직의 발전을 위해 용퇴하게 해야하고, 그리고 국세청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어도 2년간은 그 직을 보장해야 한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국세청장이 3년, 4년까지 재임하는 경우 조직이 정체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과거 많은 청장들처럼 개인적인 치부 등을 위해 조직을 동원하고 직위를 남용한 경우에도 임기를 보장해 줘야할까. 당장 갈아치워야 하지 않을까. 누가? 촛불로? 대통령이 하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지금 도입하자는 국세청장 임기제는 유능하고 인기있는 청장이라도 2년이상은 안된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국세청법을 만들려면 국민의 입장에서 또 철저히 납세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운운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그 법을 관리하는데 또다른 국민세금만 낭비하는 ‘누더기’를 하나만 더 만들뿐이다. 그 세금을 ‘혈세’라고 한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