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기업체로부터 세금문제를 잘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국세공무원 3명이 검찰에 붙들려갔다. 국세공무원들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검찰에 잡혀갔다는 뉴스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하위직은 물론 고위직도 허다했다. 수시로 터지다보니 이제는 뉴스 같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국세청은 항상 2만 명이나 되는 큰 조직이다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애써 극히 개인들의 일탈로 치부하면서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한 번씩 청렴다짐대회 같은 것을 열어 국민들에게 ‘이제 우리 깨끗해지겠습니다’는 내용의 행사를 하고, 국민들도 이내 기억에서 지워주기를 바라면서 평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솔직히 이런 퍼포먼스도 이제는 지겹다. 또 성실하고, 강직한 국세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일이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 공직자의 본분만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쁜 동료들 몇 명으로 인해 수십 번이나 청렴을 생활화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각한 학생은 자리에 없는데 성실한 학생들만 모아놓고 지각하지 말라고 훈시하는 선생님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국세공무원들의 이러한 ‘금품수수’사건은 왜 자꾸 생겨나는 것일까. 기존의 직원들은 깨끗한데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이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부분 기존의 직원들에게서 발생한다. 20년 이상 국세공무원으로 생활해 오면서 청렴의식이 무디어지면서다. 이번에 의정부지검에 의해 구속된 직원들 역시 국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다.

솔직히 국세공무원이라고 하면 본인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참으로 부러운 직업이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관내 사업자들을 만나면 당연히 상석에 앉으라고 권한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국세공무원들에겐 대수롭지 않겠지만. 그리고 주지의 사실이지만, 국세공무원들은 그 어렵다는 세금전문가이기도 하다. 또 조금만 고생하면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증도 쉽게 딸 수도 있다. 솔직히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것이 국세공무원들이다.

국세공무원으로서 선배들로부터 용돈 얼마 받아 사용하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도 그렇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세무문제(세무조사)를 잘 봐주겠다면서 기업체로부터 수백,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 공무원에게 주어진 세무조사권이 국세공무원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국민이 준 대리행사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즉 그 세무조사권을 행사한 후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과장 국장 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것인가.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자. 세무조사를 나가서 1억 원 가량 추징했어야 할 세금을 2천만 원으로 확 줄여주고, 1천만 원의 뒷돈을 챙겼다고 가정해보자. 세무공무원 입장에서는 그래도 7천만 원을 아끼게 해주었으니 엄청나게 도와줬다고 생각하겠지만, 납세자는 2천만 원만 과세해도 될 것을 1억 원이라고 ‘공갈’치고선 1천만 원을 뜯어간 파렴치한 공무원으로 인식할 뿐이다. 그 납세자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아마도 평생 기억으로 남아 국세공무원들 전체를 ‘야바위꾼’정도로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겠는가.

정말로 국세공무원들의 일탈을 막고, 그 당당하던 직원들이 돈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긍심을 붙들어 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디어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의견을 개진한다.

자부심 가득한 국세공무원이 돈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나는 들키지 않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와 ‘견물생심’에서 나오는 부끄러운 손의 합작품일 것이다. 그래서 뇌물을 받는 직원, 즉 세무조사를 나가서 세금을 흥정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국세공무원이 있다면 앞뒤 볼 것 없이 ‘즉시파면법’을 만들고, 또 퇴직을 하더라도 세무사로도 개업도 못하게 하는 강력한 채찍의 특별법을 만들어라.

아니면 거꾸로 납세자나 대리인들이 뇌물을 줄 경우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만들면 어떨까. ‘뇌물은 받는 것보다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처럼 실제로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배 세무대리인들이, 기업체 사장이 주는 두둑한 ‘뭉치돈’을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경우 그 돈을 국세청에 당당하게 신고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은 신고한 직원에게 그 돈에 버금가는 포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납세자나 대리인들도 굳이 뇌물을 주어도 효과가 없으니 주려하지 않을 것이고, 뇌물을 받은 직원들은 당당하게 신고를 하고 또 포상금도 받으니 굳이 뇌물을 챙길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는가.

얼마나 안타까우면 이런 생각까지 해봤을까. 국세청이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진정한 국가기관, ‘세금을 고르게 하고 납세자를 사랑한다’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그냥 어떤 기자의 ‘애먼 소리’라고 치부하지 말고 새겨들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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