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납세자보호위원회’가 지난 1일부로 공식 출범했다. 이 기구의 간사격인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1명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민간위원으로 임명됐다. 모두 15명이다. 국세행정 분야에서 납세자보호와 관련하여 국세청장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준독립기관’으로 명명되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방청과 세무서에 설치된 납세자보호위원회도 1명의 납세자보호담당관 외 모두 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앞으로 지방청의 경우 외부 5명, 내부 4명(세무서 외부4, 내부3)으로 운영되던 위원회도 지방청은 외부 8명, 내부 1명으로 세무서는 외부 6명, 내부 1명으로 위원들의 숫자도 확대 운영한다. 사실상 납세자보호와 관련한 국세행정의 결정이 민간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출범한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무공무원의 재량 남용 등으로 세무조사, 세원관리, 체납처분 등 국세행정 집행과정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경우 권리보호를 요청하면 납세자보호위원회 심의 또는 납세자보호담당관 시정요구 등을 통해 세무조사 철회 등 집행을 중지하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사전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띈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여러 명의 위원을 위촉한 후 순번제 등으로 돌아가면서 위원회에 참석하는 ‘풀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1개 세무서당 외부위원 수는 평균 10명이 넘어 전국적으로 1477명이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전국의 세무서는 125개). 따라서 국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의 외부위원 숫자는 본청과 지방청, 세무서를 합칠 경우 무려 1600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런 위원회가 출범을 했는데 그 위원회의 위원장이 누구인지? 또 위원들은 누구인지를 국민들은 모른다. 비공개라고 한다. 이유는 위원회 운영의 공정성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별로 납득이 안되는지 ‘밀실위원회’라는 말이 나온다.

왜 비공개할까. 국세청의 말대로 외부위원들을 공개하면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들로부터 외부위원들이 청탁이나 괴롭힘 등 과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일견 이해가 간다. 그리고 현재 위원들이 공개되고 있는 국세행정개혁위, 법령해석심사위, 정보공개심의위, 세무사자격심의위 등과 같은 위원회와 달리 ‘국세심사위원회와 범칙조사심의위원회’의 경우도 위원들을 비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심사위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의 경우는 심사결과에 따라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경우 위원들의 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납세자보호위원회의 경우 납세자들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고, 결과 또한 납세자들에게 유리하게 도출되어진다는 점에서 굳이 비공개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궁금증이 커진다.

혹시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싫어하는 납세자보호위원 때문이라면 공개해도 무방한 위원들을 위촉하면 될 일이다. 이미 공개되고 있는 국선세무대리인제도처럼 말이다.

이날 납세자보호위 출범을 알리면서 ‘납세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세정의 주인으로 존중하겠다’는 국세청의 약속이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하루 속히 납세자보호위원들을 공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밝음보다는 어둠이 부정과 훨씬 가까워 질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아니면 이혜훈 의원이 조세범칙조사심의위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또 어떤 국회의원이 납보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안을 발의할지 모르는 일이다.

국세행정이 국회의 요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면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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