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순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이 지난 2일 제7대 조세심판원장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은 개인적으로 고공단 나급에서 가급으로 승진한 것이어서 ‘영예’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세제실에서 조세정책을 입안하고 또 운영해온 정통 세제맨으로서 ‘세제실장’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온 것은 약간 서운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원장을 지낸 후 세제실장, 관세청장으로 승승장구한 선배들이 많고 더 나아가 국세청장에 이어 장관으로 고속 출세한 선배 세제공무원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사 측면에서의 심판원장보다는 안 신임원장의 취임은 세제실에서 만든 세법이 국세청을 거치면서 납세자들에게 적절하게 적용되지 못하여 억울한 납세자들을 낳고 그 납세자들이 멀리 세종시의 조세심판원을 찾는다는 점에서 세제실 출신 심판원장으로서의 역할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무엇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일부에서는 심판원장직과 관련 정부 조직법상 국무총리실 소속이기 때문에 국무총리실 출신이 맡거나 심판원 출신이 승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납세자들의 세금권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구제해야 한다는 명제에 걸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법을 직접 입안한 세제실 출신이 맡는 것이 적격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솔직히 세제실 출신이 맡지 않아온 것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세제실 출신이 조세심판원장을 맡을 경우 세법 자체가 세금을 거두기 위한 장치라는 점, 그러면서 납세자의 입장보다는 세법에 매몰된 즉 국고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은 우려할 부분으로 지적되곤 한다. 실제로 세제실 출신이 심판원장을 맡았던 한때 많은 대리인들이 ‘원장이 너무 국고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부글부글 끓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 원장은 “나도 그런 소리 다 듣고 있다. 하지만 세법을 입안한 사람으로서 그 세법이 추구하는 의미와 취지를 알면서도 무조건 납세자의 편을 들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양심상 어렵더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달리 보면 심판원이 납세자 권리구제기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세금의 정의를 넘어서는 납세자 편만을 과도하게 들어서는 안된다는 기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이번에 임명된 안 신임원장도 이처럼 직접 세금제도를 입안해온 세제맨이었다. 그런 그가 납세자들의 권리구제기관인 조세심판원장에 오르자 과거처럼 심판원이 국고주의로 흐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도 나온다. 그런데 그는 2012년부터 3년간이나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있으면서 이미 납세자권리구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정립했다. 그는 특히 사무관시절부터 조세불복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을 담당했고, 이후 세제실에서 조세정책과장과 조세총괄정책관으로 조세불복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조세심판원의 개혁과 발전을 이루는데 최적임자라는 평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취임 일성으로 “조세심판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고, 또 납세자와 과세관청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심판원 구성원들이 전문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그는 심판원 직원들을 향하여 “겸손함과 열린 마음으로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주장을 경청할 것”을 주문하면서 “국민들이 부당한 조세를 부담치 않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뢰받는 조세심판원,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납세자들로서는 오랜만에 듣는 속 시원한 취임사였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심판원, 납세자의 편에서는 심판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면서 한두 가지 주문을 드린다. 먼저 전임의 많은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원장 이후의 행보를 위해 정부(국고)의 편에서는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온다하더라도 ‘얼마나 억울하였으면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을까’라고 되뇌면서 납세자의 절절한 마음을 먼저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반대로 어떤 선배들처럼 원장이후 세무사로서 새 인생을 살아갈 요량의 흑심으로 세금의 정의를 팽개친 채 무턱대고 납세자 편을 들어서도 안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3년 반 만에 조세심판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다시 심판원으로 돌아온 안택순 신임 원장이 밝힌 ‘신뢰받는 조세심판원,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겠다’는 취임 일성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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