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수 / 종로세무서


플라타너스 상단을 들락날락하는 까치 한 쌍

온종일 보금자리를 짓고 있다

삐쭉빼쭉 엉성한 듯하면서도 단단한 둥지에서

둥근 사랑을 하고

둥근 알을 낳고

눈망울 동그란 새끼들과 살아가리라

 

나보다 훨씬 젊은 까치도 집 장만을 하는데

나는 흰 머리 늘어나도록 떠도는 전세살이 신세

열네 살 자취생활부터 오십 살이 넘은 지금까지

스무 번의 이사를 다녔지

 

학창시절 팔 년의 자취생활 동안

간장에 밥 비벼먹는 나에게

주인아주머니가 반찬을 주셔서 감격도 하고

대학 때는 예쁜 아가씨를 둔 여집사님이

수시로 반찬을 갖다 줘 기분 묘한 식사도 하고

내 마음처럼 눅눅한 자취방에 친구가 찾아오면

마음은 백열전구보다 더 밝아지기도 했지

하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이

달빛 개구리소리에 더욱 그리워지는 부모형제와

찜통더위에 창문 하나 없어 잠 못 이루던 여름날들

외로움과 부실한 식사 탓에 봄마다 병이 날 때면

홀로 이겨내야 하는 생활에 서글퍼지기도 했지

집 주인 사정 때문에 급하게 이삿짐을 옮길 때면

짐 보따리는 왜 그리도 무겁게 짓누르던지

신혼 때의 전셋집이 경매에 붙여져

천오백만원 전세금 못 받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반 지하 빌라에 살 때는

언제 아파트에서 살 거냐는 일곱 살 아들의 물음에

내 어깨가 더욱 더 축 쳐지기도 했으며

아파트 투기 바람이 전국적으로 태풍처럼 불던 시절

아파트 타령을 하는 아내에게 화도 많이 냈었지

 

이십여 년 공직생활과 계약직 아내의 급여를 합하면

적은 돈벌이도 아닌데

서울에서 자식들 교육 뒷바라지하며 살기 급급하여

여태까지도 아파트 마련은 허공에 매달린 꿈만 같아

 

어차피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 가는 유랑지라고

영혼이 돌아갈 본향은 따로 있다고 생각도 하지만

열네 살 때 감상에 젖어 부르기 시작한 이래

어느 사이엔가 내 십팔 번이 되어버린

나라 잃은 시대의 나그네 설움이라는 노래가

오늘도 처량하게 흥얼거려지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강흥수(志山) 시인 프로필]

△충남 안면도 출생.
△2001년 첫 시집『마지막 불러보는 그대』출간으로 문학 활동 시작.
△2002년『한국시』및『공무원문학』신인상 수상.
△저서로는 『마지막 불러보는 그대』『이루지 못하여 더 아름다운 사람아』『잡초의 꿈』『영혼의 지하철』『인연은 뿌리 깊은 약속』『아비』등을 상재. 공무원문학상, 한국시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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