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선거는 싸움일까. 흥정일까. 싸움 쪽에 가까울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투표를 통해 공직자나 대표자를 뽑는 의사를 결정하는 절차’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하다보면 싸움도 그런 싸움이 없는 것이 우리네 선거판이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다.

오는 6월 세무사업계는 또 한번 ‘소용돌이’가 일 조짐이다. 아마도 예상못한 큰 ‘싸움판’이 될지도 모른다. 제13대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의 속성상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야하고 그러면 그 상대는 또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찔러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그리고 선거는 불타고 회원들은 선거판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후보들의 편가르기 놀음에 동원되어 우왕좌왕할 것이다.

이런 선거가 6월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현 임채룡 서울세무사회장이 재선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여기에 이동기 세무사(세무사고시회장)가 도전장을 던질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러면서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업계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내편 네편 편가르기를 해야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울세무사회장은 예산권도, 인사권도 없는 소위 빈껍데기 뿐이라는 전현직 서울세무사회장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회원들과 본인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선거를 왜 ‘피’튀기면서까지 할까.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아마도 허울뿐인 사회적 지위(서울세무사회장이라는 타이틀)때문일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모양이다. 이동기 세무사도 마음을 굳게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 마음에는 자신의 뜻도 있겠지만 주위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후보자 등록이 되지 않았다면 청년 정신으로 무장된 이동기 세무사가 임채룡 현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주제 넘는 생각을 해봤다.

지난 2008년 현 김상철 세무사회 윤리위원장은 당시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에서 현 이창규 회장에게 패했다. 그리고 이창규 회장의 재선에서는 꾹 참았다. 정말 힘든 인내였을 것이다. 당시 선거에서 겨우 23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참았다. 그리고 그는 건너뛰어 2012년 서울회장직에 도전하여 재선고지까지 연달아 당선됐다. 김상철 윤리위원장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세무사회의 화합과 회원들간의 편가르기의 폐단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회원들이 더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는 서울회장의 임기를 마친 뒤에도 손쉽게 본회 윤리위원장에 당선되어 차기 한국세무사회장을 노리는 ‘잠룡(潛龍)’들 중에서도 한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

이동기 세무사가 이번 선거에서 임채룡 서울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아마도 그의 패기넘치는 ‘양보라는 용기’는 세무사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우뚝 서게 할 것이라고 본다. 2010년 이창규 서울회장의 재선때 도전을 멈추었던 김상철 윤리위원장의 ‘착한 선택’이 회원들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

물론 이동기 세무사가 출마를 하여 이길 수도 있다. 세무대학 출신들이 똘똘뭉치고 전략을 잘 짠다면. 그러나 당장 기분은 좋겠지만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눈앞의 당선보다는 전체 회원을 위한 멀리 보는 혜안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정말 그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동기 세무사 옆에서 그의 출마를 부추기는 분들이 있다면, 서울세무사회장 선거는 장사꾼들의 놀음 즉 붙여야 할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말려야 할 싸움이며, 젊은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새기라는 고언을 드린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