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시절 한 지방국세청에서 관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국세청장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차출되어 ‘별동대’가 꾸려졌고 다시 세무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기천 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했다(태광실업 세무조사 아님). 이름하여 '교차세무조사'였다.

또 박근혜 정부시절 국세청 본청 감찰팀이 한 지방청 관내 세정가를 암행 감찰한 결과 세무대리인으로부터 100만 원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세무공무원을 찾아냈다. 이런 감찰을 국세청에서는 ‘교호(交互)감찰’이라고 한다.

국세청에는 이처럼 지방청과 세무서에서 벌이는 세무조사와 감찰 등을 해당 지방청이 아닌 다른 지방청에서 대신하도록 하는 교차조사와 교호감찰이라는 제도를 두고 조사와 감찰의 효과를 배가시켰다고 여겨왔다. 또한 국세청은 한때 지역 국세공무원들과 지역 납세자들 간의 유착관계를 근절하고, 토호세력의 발호를 뿌리 뽑겠다는 명분을 달아 호남출신 간부를 부산지방국세청장과 경상도 지역 세무서장으로 보내거나, 대구출신 간부를 광주국세청장이나 호남지역 세무서장으로 발령하는 형태의 인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기도 했다. 이른바 상피제(향피제)라고 불린 인사였다.

최근 국세청이 국세공무원들에게는 법률보다 더 추상같은 명령으로 여겨진다고 하는 세무조사사무처리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 그동안 국세청 조사와 관련하여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교차세무조사’라는 표현을 정식으로 집어넣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교차조사의 정의, 사유, 신청, 배정 등 조사 절차와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간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명시된 관할조정이라는 규정에 따라 교차조사를 운영해 왔으나, 이번에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하면서 아예 교차세무조사라는 말을 명문화하면서 세상밖으로 꺼집어 낸 것이다. 그동안 이 조사 때문에 이런저런 오해를 사왔으나,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용어의 근거를 만들어 운영함으로써 자의적으로 운영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그런데 기자는 교차세무조사건 세무조사의 관할조정이건 이것이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원초적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일단 교차세무조사는 왜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새로 명시된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 소재지와 납세지 관할이 다른 경우 공정한 세무조사를 위하여, 세무조사 대상자와 출자관계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 세무관서별 업무량과 세무조사 인력 등을 고려하여 관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교차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열거해 놓고 있다.

명분은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런데 거꾸로 세무조사 실시 규정 자체를 처음부터 지방국세청장이 아닌 국세청장이 하는 것으로 바꾸면 굳이 교차세무조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또 지방국세청을 바꾸어 조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할까’라는 우문이 들었다.

이것은 우문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세무조사 대상자가 출자관계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거나 세무조사 인력 등을 고려해 교차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방국세청에는 조사팀이 한두 개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수두룩하다. 교차조사를 해야 한다면 지방청내에서 조사국이나 과를 바꾸면 될 일을 굳이 지방청을 바꾸어 조사를 하는 것일까 라는 두 번째 우문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산청 관내 기업에 대한 조사를 서울국세청 조사국이 나서면 부산국세청 조사국을 믿지 못한다는 것일 테고, 서울국세청 관할 기업에 대한 조사를 부산국세청 조사국에서 실시한다면 서울국세청 조사국과 기업 간의 유착소지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국세청 입장에서는 세무조사 자체가 보안이라는 점에서 세무조사 실시여부를 국민들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 어느 지방청 조사국이 어느 기업을 조사하는지 그것이 또 교차조사인지 아닌지 자체를 알 수 없으니 상관없을 수 있겠지만. 그런데 가령 한 지방청이 조사한 곳을 다시 서울청 조사국이 조사를 하여 추징액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면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또 그 납세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도 이 납세자에게 국세청은 ‘야바위’로도 보일 수 있다. 또 당초에 조사를 했던 해당 지방청 조사국 사람들은 그 납세자에게 얼마나 면목이 없을까.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국세청이 왜 굳이 이 시점에서 교차세무조사를 명문화했을까. 아마도 문제가 되었던 어떤 교차세무조사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은 아닐지? 그것도 아니라면 솔직히 서울국세청 조사국 외의 다른 지방청 조사국에는 굵직한 조사는 맡기지 못하겠다는 불신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최근 기자가 만난 중부국세청장을 지낸 한 세무사는 “중부청에도 중요한 조사를 믿고 맡겨야 중부청 조사국 요원들의 조사능력이 배양될 터인데 윗분이 되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라는 말을 전했다. 기자에겐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들렸다.

이게 사실이라면 차제에 교차세무조사를 살릴 것이 아니라 이미 박물관으로 들어간 상피제처럼 교차세무사 역시 완장찬 징세청으로서의 국세청이 낳은 잘못된 유산(遺産)으로 만들어 박물관을 보내면 어떨까. 교호감찰까지 보태면 더 좋고. 국세청이 진정 납세자들의 세금신고를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서비스기관으로 지향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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