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지체장애인 입장에서 동안양세무서 방문해보니…곳곳에서 ‘배려’ 흔적
 

하루에도 수백 명의 납세자가 손쉽게 세무서를 찾는다. 어느 날 갑자기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다면, 이처럼 편하게 찾았던 세무서의 방문이 어려워지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국세청이 NTIS(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통해 국세청의 정보를 전산화하고, 납세자는 홈택스를 통해 집에서도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또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세금 관련 업무를 볼 수 있어 세무서까지 발걸음을 옮겨야할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루에도 수백 명의 납세자가 바쁜 생업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세무서를 직접 찾아간다. 사실상 세무대리인을 통해 세금 업무를 보는 이들의 경우 세무서를 찾을 이유가 없다. 기자는 그동안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근로자녀장려금 등 각종 세금신고 업무를 보기 위해 ‘세금신고철’마다 세무서 신고창구를 직접 찾아 세무서를 방문하는 납세자를 보아왔다. 세무서를 찾는 이들의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나, 세무대리를 맡기기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로 일종의 ‘세금약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일반인에게도 어려운 세금업무, 사회적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에 기자는 지난 19일 38회 장애인의 날(20일)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한 세무서를 불쑥 찾아가보았다.

지하철역으로부터 비교적 근처에 위치한 세무서 중 한 곳인 동안양세무서(서장, 김예산)를 찾아가기로 했다. 먼저 기자는 평촌역에서부터 세무서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평촌역 2번출구에는 동안양세무서라고 적혀 있어 출구에서부터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또한 출구를 나오자마자 바로 법원과 검찰청, 소방서 등 각종 관공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커브길마다 설치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 발걸음을 옮겨야할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내가 휠체어를 탔다면 세무서를 잘 찾아갈 수 있었을까?’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지하보도’를 이용해 내려가라는 표지판을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보도의 입구는 두 개였다. 하나는 계단으로만, 하나는 계단과 가운데 경사가 있는 지하보도였다.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내려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국토연구원 사거리에 있는 횡단보도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동안양세무서 앞에 도착했다. 2009년 말 완공된 건물로 10년 가까이 됐지만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건물처럼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세무서 입구부터 눈에 띄는 점자블록과, 민원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있어 쉽게 민원실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원실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무거운 민원봉사실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불편함이었다. 이같은 의문을 뒤로 한 채 들어선 민원봉사실에는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번호표 뽑는 곳’이라는 안내와 함께 바로 눈앞에 공익근무요원이 안내를 위해 대기 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민원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번호표 뽑는 기계로 다가섰다. 그곳에는 ‘노약자·임산부·장애우, 영·유아동반자, 국가유공자, 모범납세자, 외국인 및 세무대리인을 위한 전용고객창구 서비스입니다’라고 적힌 전용창구 버튼이 존재했다. 해당 전용창구 버튼을 누르자 우대창구 번호표가 나왔다. 그리고 차례가 되어 전용창구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전용창구 직원은 연가 상태로 옆 창구에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기자는 이날 단순한 의문을 가진 채 방문했기 때문에 실제로 휠체어를 탄 상태도 아니었으며 눈을 가린 채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세무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세무서 직원의 설명이 필요했다.

그렇게 내방 납세자들의 안내를 돕던 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동안양세무서의 황선택 민원실장이었다. 황 실장에 따르면 동안양세무서 민원실의 경우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직원들이 직접 민원인의 안내를 돕고, 장애인이나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가 세무서에 방문하는 경우 입구에서부터 이들을 직접 맞이한다. 또 길어질 수 있는 대기시간, 몸이 불편한 납세자를 배려하고 모범납세자를 우대하는 ‘전용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서에 방문했을 때만큼이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오히려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하기 위해 납세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휠체어를 탔거나 몸이 불편한 납세자가 세무서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들은 대부분이 동반자와 함께 방문한다고 했다.

민원실에서는 각종 국세 증명발급이 가능하다. 장애인이 증명발급을 위해 작성해야하는 민원신청서를 직접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원실 가운데에는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작성대가 존재한다. 일반인이 서서 쓰도록 만들어진 작성대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너무 높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대 위에는 시각장애인 혹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어르신들을 위한 돋보기도 설치돼 있었다. 50대, 60대, 70대 연령별로 사용이 가능한 돋보기와 안경을 쓰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간이 돋보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돋보기까지 설치되어 있어 실제로 내 자신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상상했을 때 곳곳에 설치된 이러한 작은 배려들이 고마웠다.

사회적약자인 장애인이 동반자의 도움 없이는 민원처리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듯 한없이 높게만 느껴졌던 작성대의 높이와는 달리 세무서 직원이 직접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꼼꼼히 챙겨준다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 기자는 민원실 방문 외에 다른 업무는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다. 소득세 관련 상담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직원의 도움으로 민원실을 나와 세무서 내부로 들어섰다. 세무서 1층에는 안내데스크에서 직원이 안내를 돕고 있었고 소득세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3층에 있는 개인납세2과를 방문하면 된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갈 수도 있지만 각 과로 이동하기 불편한 납세자가 방문할 경우 직원이 직접 1층으로 내려와 상담을 돕고 있다는 민원실장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배려들은 동안양세무서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세무서를 방문하더라도 모든 직원이 납세자의 배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같은 응대를 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버튼 앞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은 휠체어에 앉아서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 위치했다. 또한 엘리베이터 내부는 휠체어가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처럼 넓은 편이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착한 개인납세2과의 문은 살짝 열려있었고 보기와는 다르게 쉽게 문이 열리고 닫히는 가벼운 문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개인납세과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내방 납세자를 위한 상담공간이었다. 안내를 위한 직원 책상 옆에 바로 납세자가 앉을 수 있는 책상이 있었고 내부 전산망 이용이 가능한 컴퓨터까지 설치되어 있어 세금 문제가 있다면 직원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몸이 불편하고 방문이 힘들지만 세무서 직원들의 도움이 있다면 어려운 세금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는 힘들게 찾아온 세무서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 전용창구를 이용하거나, 혹은 직원들이 직접 나서 해결해주는 민원에 빠른 세금업무처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후, 세무서 건물에는 어떠한 배려가 있을까 살펴봤다.

먼저 세무서 입구에 있는 민원실 바로 옆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지상)이 두 자리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지하에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두 자리가 있어 세무서 내에만 총 4개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있음을 확인했다.

혹시나 문턱이 높은 곳은 없을까 살펴봤지만 바닥은 전부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문턱이 있는 곳은 없었고, 경사진 곳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다만 열고 닫는 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1층 화장실에는 남·여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있었다. 화장실에 호출기가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화장실문이 자동(자동문스위치 존재)이어서 열고 닫기가 편했으며, 들어간 직후 몸을 움직이기 편하도록 내부 공간이 넓고 손잡이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세면대가 낮게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해보였다.

아울러 엘리베이터 버튼마다 있는 점자 외에도 계단 난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표지판(점자)이 층층마다 설치된 것도 확인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의 세무서 방문에서 얼마나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100% 알 수는 없지만, 이날 방문을 통해 이들과 함께 걷고자 하는 세무서직원들의 배려심이 많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날 동안양세무서 직원들은 “장애인이 찾아오는 길이 답답하고 힘들다하더라도, 세무서 안에서 만큼은 그런 불편함이 없도록 해드리려고 노력한다”며 “장애인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서로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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