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세무공무원은 인생의 전부…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소득세신고 때 직원들이 전화받지 않으면 세무서장실로 전화해 달라”

 

1963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고등학교와 국립세무대학(2기)을 졸업한 뒤 8급 특채로 국세청과 인연을 맺었다.

을지로세무서 소득세과 등 일선관서에서 근무하다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아 92년에 국세청 기획관리관실에서 근무를 했다. 96년에 방송사와 증권가가 즐비한 여의도세무서 법인세과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았는지 99년부터는 기업들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서 줄곧 근무하면서 특별세무조사만 담당하여 ‘조사통’으로 불려왔다.

2014년 11월 서기관 승진도 서울청 조사4국에서 영예를 안았다. 초임서장으로 나주세무서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다시 서울청 조사4국 조사1과장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해 역삼세무서장으로 부임을 했다.

일선 세무서장은 조사국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장에서 납세자들과 매일매일 부딪혀야 하는 곳이다. 기업현장에 조사를 나가면 소위 ‘갑’이지만 일선세무서는 납세자들에게 무한 봉사를 해야하는 ‘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선세무서장으로 변신한 박성훈 서장의 세정철학은 어떤 것일까. 세정일보가 들어봤다.
 

◇ “좌우명은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인생의 좌우명이나 좌표를 바꿀 만한 책이나 문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언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시보다는 자율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직원과 관리자가 자율적으로 각기 자기의 맡은 역할에 충실해 줄 것을 기회가 될 때 마다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무서 직원들과 전화통화가 어렵다’는 납세자 의견에 개선방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시대의 화두가 ‘소통’입니다. 납세자와 그리고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먼저 납세자와의 소통은 소상공인단체, 여성CEO단체 등의 통로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세무서 측면에서 반영할 것은 하고, (상급기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역삼지역 세무사회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건의된 사안인 ‘역삼세무서 직원들과 전화통화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담회 때 “종소세 등 신고기간 중에 통화가 어려우면 서장 핸드폰으로 연락해 달라고 했더니 ‘모두들 웃으시면서 알겠다’고 했는데 누구라도 서장실로 직접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직원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우선 믿음과 정이 넘치는 직장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진정한 문화가 정착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정한 경쟁과 평가를 통한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활기찬 직장문화 조성이 중요하다면서 전입 직원이나 복직하는 직원에게 발령장을 줄 때 따뜻한 환영의 의미로 장미꽃을 증정하고 있으며, 지난 1월 부임한 이후 매월 팀별, 국세경력별, 직급별로 소통의 점심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매월 생일을 맞은 직원들에게 직원들이 선호하는 텀블러와 문화상품권도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서 자랑거리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직원들의)얼굴 표정을 자주 본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타면서 보기도 하고, 복도 통로를 다니다가 보기도 하고, 점심식사 하면서 보기도 하는데 표정이 밝지 않으면 (직원들)가정에 무슨 일이 있는지, 사무실 업무는 어떤지 묻기도 한다고 했다. 박 서장만의 일종의 스킨십이다.

(얼굴표정이)그날의 컨디션 일수도 있다. 밝은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 심플하고 소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기업 유흥업소 등 즐비…세원관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역삼세무서는 강북의 남대문세무서 만큼은 되지 않지만 대기업도 많이 분포돼 있다. GS칼텍스, 현대모비스 등 대법인과 외국‧외투법인, 부동산업, 부동산 시행사 등이 밀집해 있다.

또한 바노바기 성형외과, 강남베드로병원 등 유명 병의원들이 밀집해 있다.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가 최고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납세자 많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관내에는 개업중인 세무사·회계법인 등이 740명에 이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그리고 음식·유흥업소 등 현금수입업종과 도곡동을 중심으로 고급 주택단지가 다수 분포되어 있다. 세무서장의 역할인 관내 세원관리 및 납세서비스를 펼치기가 결코 호락호락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 서장은 “역삼세무서는 전문직 사업자와 고소득자들이 많아 납세자의 요구수준과 기대수준이 높아 업무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강남의 품격있는 명품세무서로 거듭나기 위해 납세자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는 등 관리자 이하 직원들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다”며 “쉽지 않은 세정여건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나에게 세무공무원은 인생의 전부…세무공무원은 세법전문가여야 한다”

‘나에게 국세공무원이란’ 어떤 것인지 물어봤다. 그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내왔습니다. 1984년 국세청에 입사해서 2018년 현재까지 34년 동안 자부심 갖고 일 해왔기 때문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신규직원들에게는 세법 공부할 때 저자의 책을 보기보다는 법전으로 공부하라고 귀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책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만 (독자가)보기 때문이라면서 책 내용을 다 같이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무공무원은 세법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또 “세무공무원은 납세자에게 ‘엉터리 박사’ 소리 듣지 않도록 세법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도록 해야 하며, 전문가다운 세무공무원이 됨으로서 모든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양질의 최고 납세서비스를 제공하여 납세협력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요즘 또 하나의 화두인 청렴에 대해서도 물었다.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청렴해야 권위도 서는 것입니다. 또한 신뢰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무공무원이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고, 권위도 서지 않을뿐더러 동료와 조직의 암적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줄줄 되뇌였다.

그러면서 그는 “깨끗하고 당당한 공직문화 정착과 청렴의식 제고를 위해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청렴의 날에 공무원헌장을 낭독하고, 청렴교육도 3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삼세무서가 없던 시절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세무서는 ‘강남세무서’였다. 그러나 개포동 지역이 본격 개발되면서 역삼세무서가 사실상 서울 강남지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세무서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고의 세무서에 맞는 최고의 서비스, 최고의 명성을 보여주었는지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박 서장과의 대화를 한 이후 그런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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