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현동 전 국세청장 1심 첫 재판 열어
DJ 뒷조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이례적인’ 국세청장에 전화요청으로 시작

 

이명박 정부 시절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협조한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첫 재판이 30일 열렸다. 이날 이 전 천장은 수척해진 모습으로 재판장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이례적으로 DJ비자금을 추적해달라는 전화를 받아 박 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에게 지시해 시작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현동 전 청장이 처음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에는 김 모 전 대북공작국장을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박 전 관리관의 배석 하에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가 현재는 박 관리관의 배석이 아예 없었다고 진술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손실)의 혐의 공판에서 검찰 측은 이같은 내용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먼저 검찰은 대북공작금인 국고손실에 해당하는 자금의 원천은 국정원 가장체사업비로 활용됐으며, 포청천사업(공작명)으로 집행된 것이 맞다는 원세훈 전 원장의 확인을 받은 서류를 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가장체사업은 위장사업체로, 외관상 실제로 존재하는 법인을 만들어 직원(국정원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 직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받는 급여와 법인으로부터 받는 이중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가의 자금이 이중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에 급여 중 하나는 직원계좌 등에 보관하다가 나중에 국가에 다시 반납해야하기 때문에 가장체사업비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전 원장은 이를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직원은 검찰 진술에서 “DJ 비자금 추적은 국정원이 할 일이 아니고 검찰이나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최 모 전 국정원3차장 역시 대북공작국의 기본 업무라면 굳이 가장체사업비를 이런 식으로 편법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이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편향된 사업이기 때문에 대북공작금이 아닌 비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국세청 조사국의 국제조사과 직원과 역외탈세담당관실 직원의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이현동 전 청장 또는 박 전 관리관으로부터 특활비 형태의 별도 자금을 지원받은 적이 없으며, 이현동 전 청장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을 위해 국정원에 수억원을 요구하고 정보제공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은 합법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은 일”이라는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세금징수 기관으로,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기관도 아니라는 것.

따라서 검찰은 DJ 비자금 추적 업무가 이 전 청장 측에서 주장하는 ‘정당한 역외탈세 업무’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역외탈세담당관실 직원들은 해당 업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정당한 절차와 방법도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전 청장이 검찰에 처음 출석해 참고조사를 받았을 당시, 박 관리관의 배석 하에 김 대북공작국장을 국세청 내에서 만났으며, 김 국장이 A4 용지 2장 분량으로 무언가 설명했던 기억이 나지만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을 강조했다.

또한 검찰 조사 당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김 전 국장과 최 전 국정원3차장의 번호를 삭제한 것에 대해 “저에 대한 언론기사를 보고 휴대전화에 이들이 있는지 보고 화가 나서 지워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전 청장은 원세훈 전 원장과 공모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2010년 무렵 국세청은 국정원에 역외탈세관련 부서가 만들어졌는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냐고 확인해봤고, 국정원의 지원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들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원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고,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방문한 김 국장의 브리핑을 들은 것이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정원이 직접 해외정보원에게 활동비를 건넨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박 전 관리관이 한 차례 국정원 대신 활동비를 해외정보원에게 전달해줬다는 보고를 받은 기억이 난다는 진술도 공개했다.

이어 검찰은 김 전 대북공작국장의 진술조서를 통해 2011년 9월 26일 무렵 국세청 청사 내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데이비드슨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브리핑을 했고, 이후 쇼핑백에 든 가방의 자금을 건넸다고 처음부터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현동 전 청장 측에서는 당시 박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을 통해 국정원의 업무협조 요청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관련 정보 수집을 승인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공소사실은 전부 부인했다.

특히 국고손실에 대해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국정원의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김대중 전 대통령 해외 비자금 수사에 사용했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정원의 정치적 목적 역시 검찰의 추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국정원 직원 조차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재산과 관련된 정보수집이 국정원 직무범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엇갈리고 있다는 것.

아울러 김 전 대북공작국장과 박 전 관리관이 허위진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형사책임을 모두 이현동 전 청장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며 재판을 통해 무고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