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위원회 중 ‘국세심사‧납세자보호‧조세범칙’등 3개만 비공개…감시의 ‘사각’

“부당한 압력 두려워 비공개?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도 압력에 시달리나”
 

국세청은 납세자의 회계장부를 살펴보는 ‘세무조사권’을 갖고 있어 권력기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세무조사는 ‘개별납세자의 과세자료’로 취급되어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현행법에 따라 비공개가 원칙이다. 국세청에서 취급하는 대부분의 자료는 개별납세자의 과세자료에 해당된다. 따라서 모든 정보가 비공개로 다뤄지는 만큼 정부기관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국세청은 국세청 내부의 감사기능과 외부의 감사원을 제외하고는 외부의 눈으로부터는 제대로 감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조차 국세청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지만 비공개인 자료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로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

이런 국세청의 폐쇄성은 개별납세자의 과세정보 뿐만아니라 납세자의 편에 서서 활동하는 민간위원들 조차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세금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납세자 편에 서서 정부가 부과한 세금과 이들이 낸 세금에 대해 심사하는 이들을 이른다. 이른바 ‘국세심사위원회’의 위원들이다. 또한 납세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심의업무를 맡는 이들인 ‘납세자보호위원회’, 세무조사 후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등 이들 위원회 위원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운영된다.

이처럼 국세청에는 각종 위원회가 존재한다. 이들은 민간인신분이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대상자로 적용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위원 회의록은 물론이고 명단조차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어, 위원회가 공정하게 운영되는지 이들 위원들이 부정청탁금지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등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에 세정일보는 이처럼 베일에 감춰진 민간위원들의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공개를 거부했다. 이유는 ‘명단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의 정보는 가려져야만 할까.

◆ ‘사생활 침해, 로비, 부당한 압력’ 두려워 “비공개”

먼저 국세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전문대학 이상의 학교에서 법학, 경영학, 회계학 및 그 밖의 세무 관련학과의 부교수 이상의 직에 재직하는 자 등이며, 납세자보호위원회 민간위원은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전문대학 이상의 학교에서 법학, 경영학, 회계학 및 기타 세무 관련학과의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재직하는 자 등으로 구성된다. 일명 ‘세무 전문가’들이 구성원이다.

세정일보가 국세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돌아온 국세청의 답변서에 따르면 국세심사위원회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및 공정하고 투명한 위원회 운영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납세자보호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진행 중인 세무조사를 심의‧의결에 따라 철회시킬 수 있는 등 개별 납세자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어 명단 공개 시 외부청탁 등 공정하고 투명한 위원회 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세범칙심의위원회 역시 명단이 공개될 경우 위원의 원활한 직무수행 및 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인정되며,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국세청은 이들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의 규정에 의해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당 법 조항에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 세정전문가는 “외부의 압력과 청탁으로 흔들릴 만한 조직이라면 민간위원의 위촉을 금지하거나, 청탁을 받고 악용할 것으로 우려되는 위원은 위촉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투명하고 공정한 위원회의 운영을 위해 명단을 공개하고 회의록을 공개해야 함이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목록에 이런 것도 포함시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확대와 열린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취임 후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적폐청산과 투명한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것.

이와관련 국세심사위원을 지냈던 세금전문가는 “부당한 압력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맥 등을 통하면 알 사람들은 모두 다 안다”며 “비공개함으로써 유리한 쪽은 정보에 강한 대기업이나 유명 세무대리인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탁금지법 대상자

이렇듯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민간위원, 이들은 부정청탁금지법 대상자이기도 하다. 청탁금지법 제11조에 따르면 법령에 따라 설치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중 공직자가 아닌 위원 역시 ‘공무수행사인’이라 하여 부정청탁금지법의 대상자가 된다. 국세청에서 활동하는 민간위원의 수는 수천여명에 달한다.

국세청 위원회 민간위원 현황을 살펴보면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 재산평가심의위원회 등 수백여명의 위원들이 공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비공개 위원의 경우 다른 공개된 위원들과 마찬가지의 청탁금지법을 적용받지만 그 대상이 가려져 있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관계자는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이 구성이 드러날 경우 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비공개로 운영하는 것은 자체 법령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며, 이때 청탁금지법은 법에 따른 공직자에 해당하거나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면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게 된다”면서 “비공개 민간위원의 경우 공무수행에 관해서만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을 뿐, 공무수행과 관련이 없으면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 국회, “권한은 막대한데 불투명한 운영”…민간위원 명단 공개 법안 발의

뿐만 아니라 국세청은 세무조사 후 탈세혐의가 발견될 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 조사하는 등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의 이러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는 상당한 재량권과 불투명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조세범칙심의위 민간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법안이 제출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간위원 자격요건이 법률, 회계 또는 세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만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지방국세청장 등의 임의대로 위촉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위원회 회의록은 물론 선임된 민간위원의 명단조차도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위원회의 구성 및 운용함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위원들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

◆ 금품수수 등 ‘징계받은 세무사’, 버젓이 국세청 민간위원 위촉

비공개 민간위원들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일까. 국세청은 이들 비공개 민간위원들에 대한 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은 적도 있다. 국세심사위원회 및 납세자보호위원회는 납세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민간위원을 선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위기장 등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세무대리인이 민간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것.

실제로 국세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해 징계를 받은 바 있는 A세무사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국세청 국세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심사청구 및 과세 전 적부심사청구 등 310건을 심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간위원 선임업무가 소홀한 것 역시 비공개로 운영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취임한 한승희 국세청장이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정치적 세무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국세행정개혁TF’를 구성해 정치적 세무조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 결과 세무조사의 위법성, 정치적 외압에 의한 세무조사를 방지하기 위해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전원 외부위원(민간)들로 위촉토록 했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적폐의 시작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한 세금 전문가는 “과세관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해 불복절차를 밟는 기구인 조세심판원의 비상임심판관(민간)은 전원 공개되고 있다. 부당한 압력이 두려워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심판원 비상임심판관들 역시 모두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하다”며 “이제는 민간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납세자라든지 이익집단이 비공개위원의 명단을 취득했을 때 이들에게 로비나 협박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