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14일, 역외탈세 근절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 설치 주문

국세청, 5월2일 역외탈세혐의 39명…16일, 대기업‧대재산가 50개사 세무조사 착수
 

지난 16일 국세청이 또다시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 설치를 주문한지 이틀만이다. 처음으로 ‘역외탈세’에 칼을 빼든 시기인 MB정부 시절 이후 약 10년이 지난 현재, 대재산가들의 탈세 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범정부조직 탄생이 예고되면서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사회지도층이 해외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국세청·관세청·검찰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진家를 비롯해 MB 소유로 의심받는 기업 다스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등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국세청이 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이라는 정부조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세청, 관세청, 검찰이 협동수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 전직 대통령 해외비자금 추적 논란의 ‘역외탈세조사’…10년의 역사는?

정부의 ‘역외탈세’에 대한 칼날은 약 10년 전인 2009년 MB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차단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하면서 역외탈세 추적전담TF를 신설했다. 이때 국세청은 해외에 재산을 몰래 숨기는 등 탈세 혐의가 있는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역외탈세 조사(39건)를 실시해 탈루소득 3134억원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1534억원을 추징하는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1년 역외탈세담당관실을 정규조직화한 국세청은 지난해에만 관련 혐의자 233명을 조사해 총 1조3192억원을 추징했다. 2009년 대비 무려 8.6배가 증가한 수치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실적은 해마다 1조원을 넘기고 있으며, 조세포탈이 확인된 자들은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하고 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역외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면서 공약이행을 위해 대기업·대재산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와 역외탈세에 힘을 쏟아 복지재원 마련을 꾀한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총 14조원의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역외탈루소득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를 위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했고, 한시적으로 ‘미신고역외소득 자진신고제도(형사처벌 면제 및 가산세.과태료 부담 없음)’를 실시해 총 2조1399억원의 해외금융계좌의 신고를 받았다. 이후 자진신고자 명단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최순실 씨 재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면죄부를 위한 것이었다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의 수가 수백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한항공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효성 등 일부 대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6년에는 ‘파나마 페이퍼스’, 2017년에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사례가 공개되면서 조세포탈행위에 대해 전세계적인 이슈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탈세행위’에 대한 세계적 관심 속에 지하경제 양성화 기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 국세청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국세청 수장에 ‘조사통’ 출신의 한승희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한승희 청장은 국제조세관리관, 경제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하는 본청 조사국장 등을 역임한 국세청의 대표적인 ‘조사통’이다.

그렇게 한승희 청장은 2017년 6월 말,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취임사에서도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는 그 과정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면서 “기업자금의 불법 유출과 사적 이용,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등 성실납세자에게 허탈감을 주는 지능적 탈세는 조사역량을 집중해 엄단해야 하겠다”고 약속하며 대기업·대재산가 및 역외탈세 등에 대한 조사역량 집중을 예고했다.

◆ 잇따른 역외탈세 혐의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합동조사단의 능력 발휘될까

실제로 한승희 국세청장은 조사국장 재직 당시 역외탈세 혐의자 36명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16.6)한 경험이 있다. 이때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한국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었다. 한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사건이 터졌고,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6일,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초인 지난 2일에는 역외탈세 혐의자 3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발언 직후인 16일 편법 상속·증여 대기업·대재산가 50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이 중에는 국내 대기업과 사회저명인사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조사의 경우 기업을 사유물처럼 여기며 사익을 편취한 혐의가 있는 대기업 및 사주 일가를 중심으로 정밀 분석해 ‘핀셋’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 논란을 일으킨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역외탈세 의혹과 다스 세무조사에 대한 추징세액이 400억원에 달하는 등 사회지도층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국민적인 공분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청와대도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적폐청산 일환으로 국세청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들은 합동으로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의 설치가 예정되면서 당국의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와 관련 국세청은 “변칙 상속・증여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대기업 사주일가의 인별 재산변동 및 거래내역과 관련 법인의 자본변동 흐름을 상시 관리할 것”이라며 “탈루행위를 철저히 적발해 대기업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