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이현동 전 국세청장 2차 판 속행…김승연 증인 출석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세청장에게 활동자금 건네”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공작금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뒷조사 등을 수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전 국가정보원 대북공작국장이 이현동 전 국세청장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전 청장에게 1억2000만원의 활동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은 2011년 9월 말경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박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배석 하에 쇼핑백에 담은 현금 1억2000만원을 DJ 비자금 추적 활동에 사용하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날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은 김모 당시 국정원 방첩국장이 대전지부장으로 내려갈 때인 2011년 7월경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사업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을 방첩국으로부터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며 공작업무가 수백 건인 만큼 자세한 사항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업을 인수한 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을 만나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활동자금 1억2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당시 사업을 인수한 김 전 국장은 내용을 정리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대면 보고했고, 당시 원 전 원장이 이 내용을 이현동 청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자리에서 이현동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었다고 설명했다. 즉 원 전 원장이 김 전 국장에게 ‘이현동 국세청장을 찾아가 DJ 비자금 추적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하라. 그리고 10만불 정도를 지원해줘라’고 한 것.

그렇게 사업을 인수했을 당시인 2011년 7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세청장을 찾아 해당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을 했고, 2달 뒤인 9월 경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등 협조를 구하는 사업내용을 업그레이드해 또다시 국세청을 찾아 이 전 청장에게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총 두 차례의 만남 중, 두 번째 만남 당시인 9월 말에 1억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활동자금입니다”라며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1억2000만원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사용하라는 취지로 건넨 것이며, 이 전 청장이 사적으로 사용하라고 건넨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장은 이 전 청장이 뇌물수수로 의심받는 1억2000만원에 대해 “미국 해외정보원이 돈을 필요로 했었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사용할 돈이었다"며 당초 김 전 국장은 10만불을 준비하라고 부하직원에게 지시했지만 달러가 없어 한화 1억2000만원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정원 가장체가수금에서 인출한 돈으로 “계좌출금내역에 따르면 2011년 9월 23일 6000만원, 2011년 9월 26일 6000만원 등 각각 두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인출했으며, 출금이 끝난 9월 말경 국세청장을 찾아 박 전 관리관 배석 하에 전달했다”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이현동 전 청장은 국세청에서 해외은닉재산을 찾아내는 활동을 하는데에 그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어 국정원에 활동비를 지원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 “이현동 전 청장이랑 원세훈 전 원장은 이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돈을 건넬 당시 특별한 반응이나 이야기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을 보면 이미 돈 전달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1억2000만원은 해외정보원이 미국국세청과의 접촉비, 돈을 건네고 정보를 얻는 포섭비로써 해외정보원이 사용할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현동 전 청장 측에서는 1억2000만원을 이현동 청장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김 전 국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이것은 원장의 지시가 있었고, 차장결재가 끝나 정식으로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유용할 수 없는 구조”라며 “두분(원 전 원장과 이 전 청장)의 관계가 친하기 때문에 반드시 드러나게 돼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전 국장은 해외정보원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으며, 1억2000만원 외에 해외정보원에게 지급된 돈은 박모 전 국세청 관리관을 통해 돈을 주고 정보를 받는 등 박 전 관리관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박 전 관리관은 국정원과 해외정보원 사이에서 돈도 주고 첩보도 받는 연락책이었으며, 해외정보원에게 지급된 활동자금은 해외정보원의 처제 혹은 장모에게 전달되어왔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돈이 처제나 장모에게 전달됐는지, 이들이 해외정보원의 처제나 장모가 맞는지 등은 확인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2011년 3월말, 김 전 국장은 국정원 자금 1억1500만원을 박모 전 관리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1억1500만원은 해외정보원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산관리인으로 알려진 다니엘 리가 미국에서 사기죄로 고소된 사건에 대해 해당 공소장을 입수하고 언론에 알리려고 시도한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전 국장은 다른 재판과 연관돼 있다며 증언을 피했다.

한편 김 전 국장은 국정원이 대북공작 등을 위해 사용한 가장체가수금이 국고금관리법을 위반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사용됐고 국정원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검토 후에 승인된 것이라고 생각해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가장체란 대북공작을 위해 국정원 직원이 신분세탁에 사용하는 위장사업체다. 국정원 직원으로서 받는 급여와 가장체의 직원으로 받는 급여 등 2중 급여가 발생해 그중 하나는 결국 국고로 반납해야 하는 돈으로, 가장사업체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돈이다. 국고금관리법에 따르면 중앙관서장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소관수입을 국고로 납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현동 전 국세청장 측에서는 “국세청장이 어떤 가장체에서 자금이 나왔고, 해당 자금 원천이 어떤 것인지, 국정원 내부 지침이 개정됐는지 등의 사항은 이현동 전 청장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 범죄사실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5일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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