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생이라 하여 그의 미래를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 ‘품행이 나쁘고 믿을 수 없는 학생, 의욕이 없고 야심도 없는 학생, 다른 학생과 자주 다투는 학생, 상습적으로 지각을 하고 야무지지 못한 학생.’

윈스턴 처칠, 그의 학교생활 기록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그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의욕과 야망이 없었으며 우울증이 있고 눈물이 많았고 언어장애에 무대공포증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역사 과목에는 자신이 있어 역사속 훌륭한 인물들의 장점을 살려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삼았으며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3수끝에 입학하여 매일 2시간씩 체육활동을 하였고 걸을 때마다 발음 연습을 하였으며 수시로 연설 연습을 하여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나갔다.

결국 그는 30대 이전에 영국 하원의원 육군장관, 통상장관, 재무장관 등을 역임하였고 2차 세계대전 발발시에는 영국 전시 총리로서 독일 군사력이 영국에 위협이 될 것 임을 예고하고 ‘히틀러와 협상할 것이냐 저항하여 싸울 것이냐’라는 제하의 화려한 연설 솜씨로 영국국민과 영국군의 에너지와 열정을 뽑아내어 싸워서 승리해야 된다는 당위성으로 단합시킨다.

영국 각료와 상‧하의원 어느 누구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성공 가망성이 없다고 믿었으며, 특히 전임 수상 챔버린과 외무장관은 극렬할 정도로 독일과의 협상을 주장하며 처칠과 대립각을 세웠다.

처칠은 수상으로서 전시 내각을 구성하면서 반대파에 있던 사람까지 자기 옆에 두는 과감한 포용력으로 거국내각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수상을 역임했던 챔버린을 중심으로 그들은 극심할 정도로 히틀러와 협상할 것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추근댄다.

그러나 처칠은 역시 노련한 정치가였다. 지하철을 탑승하여 국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독일과의 협상은 노예와 굴욕의 길로 가는 것임을 외치며 싸울 것을 처칠에게 요구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은 처칠은 의회에서 "협상을 시작하면 결국 독일의 노예국가로 전락합니다. 영국이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면 우리 모두 땅위에 쓰러져 자기피로 질식해 죽은 후래야 합니다."

"포기하면 죽을 것이오. 포기하지 않으면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바다와 하늘과 땅에서 싸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피와 땀과 노력과 눈물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그의 사자후 같은 명연설들은 영국의 모든 국민을 사로잡았고 시시각각 협상을 주장하며 극렬하게 처칠에 맞서던 일부 각료까지도 설득 할 수 있었다.

결국 민간으로 부터 차출한 860여척의 어선과 함께 국가적 결집된 힘으로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성공시켜 독일 군에게 포위된 영국군과 프랑스군 34만여명을 무사히 구출하는데 성공하게 되었고 그후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는 정신적 물리적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인간적 가치를 수호하는 수많은 역사적 연설이 문학적 가치로 높이 평가 받아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가이자 전쟁영웅, 총리로서 영국에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10개나 있을 정도로 낙제생에서 총리까지 되는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또한 그가 아니었으면 2차 세계대전의 진행과 결말은 달라졌을 것이며, 오늘날의 세상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라니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사람,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를 잘 말해 주는 듯하다.

오늘 날 한반도는 북한 핵과 관련한 그 어느 때보다도 위중한 안보 상황 하에서 남북, 한미, 미북. 미중, 한중, 북중간에 숨가쁘게 전개되는 회의와 담판 물밑 협상 그리고 국가전략 구사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다.

국가의 미래 운명과 민족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이 시대 대한민국의 리더들에게 어떤 고민과 결단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회적으로나마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2차 세계대전의 전쟁 포화 속에서 영국 총리였던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어둡지만 뜨거웠을 당시에 끈임 없는 고민을 통한 예리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 그리고 용기있는 행동을 하였다.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만을 바치고 요구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어떻게 응집하고 순응하게 했는지에 대한 그의 리더십에 대해서 영화 ‘다키스트 아워 Darkest hour’는 처칠의 편린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듯하다.

내가 이끄는 40여명의 영화 동호인과 한자리에서 같은 스크린에 한 시선을 고정하고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뜻 깊었으며 특히 5번이나 결혼하였고, 주연이며, 처칠 역을 맡았던 개리울드만은 처칠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서 촬영시마다 3시간 동안 분장을 하고, 2시간 동안 분장을 지우는 작업을 반복했다니 가외로 흥미로웠다.

분장뿐만 아니라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습, 그리고 담배 피우는 모습 등이 100% 처칠을 카피했다고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또한 말투 발음 억양 입 떨리는 모습까지 처칠 연설을 모방하여 100% 싱크로율을 연기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을 하고 처칠의 후세들로부터 처칠에 대한 전수를 받는 등 노력없는 명작은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여운이 남는 것은 처칠의 부인 에스터가 의회연설을 위해 출발하는 남편에게 강력하면서도 속삭이듯 말한 ‘당신의 어깨 위에 세계의 운명이 걸려 있어요. 당신은 갈등으로 단련 되었고 확신이 없으니 지혜로우며 불안하기 때문에 강하다’라는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점이 영화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이며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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