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대던 방문신고 납세자들 은평세무서 분리로 절반이상 줄어 ‘쾌적’
 

서울 시내에서도 납세자 많기로 유명했던 ‘서대문세무서’. 종합소득세 신고와 근로.자녀장려금 신고가 겹치는 5월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세무서다. 그러나 올해는 서대문세무서에서 분리한 은평세무서가 개청하면서 서대문세무서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종합소득세 신고철이 끝나가는 23일 오후 서대문세무서(서장 김지암)를 찾아가봤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려 골목길로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위치한 서대문세무서에 들어서자 붐비는 차들을 정리하고 있는 공익근무원의 모습과 청사 1층에서 방문납세자들의 안내를 돕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방문하고자 한 종합소득세 신고창구는 근로.자녀장려금 신청창구와 함께 지하1층에 마련돼 있었다. 1981년부터 사용돼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건물인 서대문세무서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청사다. 그렇기 때문일까. 내려가는 계단과 벽면 곳곳에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하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신고창구에 들어서자마자 번호표를 뽑는 곳과 세금을 성실히 신고하기 위해 모인 납세자들을 볼 수 있었다. 번호표를 뽑는 곳에는 직원이 앉아 납세자의 안내문을 받아들고 단순/일반으로 나눠 대기표를 건네주고 있었다.

서대문세무서에 따르면 이번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 인원은 총 5만5000명으로 예년보다 1000명가량이 늘어났지만 내방하는 납세자의 수는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노력으로 집에서 홈택스를 이용해 간편하게 신고하거나 또 ARS 전화 한 통으로 세금 신고가 가능해지면서 내방 납세자의 수가 줄어든 영향과 무엇보다 은평세무서와의 분서로 인해 방문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덕분에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던 납세자들은 빠르게 세금을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신고창구를 총괄하는 고영상 조사관은 “지난 월요일까지 소득세 신고만 6800여명이 방문했고, 장려금 신청자까지 포함하면 9000명이 넘어간다”면서 “올해의 경우 하루에 600명에서 많게는 900명 정도 방문하고 있으며, 은평세무서 분리 전인 지난해에는 일평균 1200명이 방문했었던 만큼 내방인원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고 조사관은 종소세 신고창구의 경우 14개의 신고창구를 운영 중이며, 내일부터 신고 마지막 날까지는 두 대의 신고창구를 더 가동해 총 16개의 신고창구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대문서의 경우 1~3번 창구는 단순, 4~14번 창구는 일반으로 나누어 운영하면서 빠른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효율적인 운영을 펼치고 있었다. 신고창구에는 직원들과 신고를 돕기 위한 아르바이트생인 신고도우미가 자리에 앉아 신고를 돕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오전 오후로 나누어 2교대로 담당하고 있었으며, 아르바이트생은 하루 종일 신고를 도우며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고 조사관은 “아르바이트생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세무회계사무소에서 경력이 있거나 세무관련 대학을 다닌 학생들이 도와주고 있으며, 하루 종일 신고 업무를 도와 신고에도 속도가 붙고 능숙해졌다”고 칭찬했다.

서대문서에 주로 내방하는 납세자는 인적용역, 부동산임대사업자가 많으며 세무대리인을 통하지 않는 영세사업자들과 컴퓨터 혹은 휴대전화 어플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이 많이 찾고 있었다.

한 납세자는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세무서에서 해야 억울한 세금 안 내도록 잘 신고한 것 같아 세무서를 직접 찾고 있다”면서 “직접 세금을 신고해야 마음이 놓인다. 직원들도 친절하게 알려 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내방 납세자에게 서대문서의 이용 후기를 물을 때마다 ‘친절하다’는 평이 압도적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응대했기에 납세자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을까.

고 조사관은 “서장님께서 민원인에 대한 친절한 서비스를 당부, 또 당부했다”고 귀띔했다. 민원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대기시간은 가급적 줄이도록 했으며, 세무서 내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만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경우 계단을 내려올 때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 것.

그는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방문할 경우, 1층 안내데스크에서 직원이 직접 신고창구로 연락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오지 않고 바로 1층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서 세금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원이 직접 올라가고 있다”며 최대한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직원들은 차량을 이용한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납세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신고기간 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을 하고 있고, 서장 역시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대문세무서 신고창구 한켠에는 보랏빛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운영지원과에서 직접 들고 내려온 수국이었다. 이날 기자는 “딱딱한 세무서를 찾는 납세자분들이 활짝 핀 수국을 보고 조금이라도 좋은 기분을 느꼈으면 해서 가져다 놓았다”는 말을 듣고 계단에 적힌 ‘조심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세무서의 납세자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엿보였다.

그러면서 세무서를 방문한 납세자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라면 세무서입장에서는 반갑지 않겠지만 내년에는 홈택스보다 세무서를 방문 신고하는 납세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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