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연구원 재정포럼 5월호…'로봇세 현재, 미래 그리고 그 이후' 발표
홍범교 연구원, "법인에 법인세 부과하는 것처럼 로봇에도 부과할 수 있다"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둔 인공지능 ‘알파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날이 머지않았다. 인간보다 높은 지능을 가진 로봇에게 ‘전자인격’이 부여된다면 로봇을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로봇세’를 매기는 날이 올까.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재정포럼 5월호에 게재한 ‘로봇세: 현재, 미래 그리고 그 이후’라는 주제의 논문을 통해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에서의 구체적인 조세체계 정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위원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 기술발전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될 사회 문제는 바로 일자리”라며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르는 수많은 노동인력에 대한 복지정책은 앞으로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그 대안으로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제도가 기본소득제도와 로봇세”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제도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인 복지제도로서 제안되고 있으며, 로봇세는 대량 실업의 원인이 되는 로봇을 새로운 세원으로 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EU는 지난해 2월 16일, 로봇의 발전과 관련된 사회적인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따른 제도적인 대응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장기적으로 로봇에 대해 ‘전자인간’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지만 유럽의회 논의 과정에서 로봇세는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또 기본소득제도는 재정부담 등을 고려해 최종 결의문에서는 제외된 바 있다.

홍 연구위원은 제1단계 로봇세, 즉 현재와 같은 인간우위시대에서 로봇세는 결국 자본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는 것으로서 현 상황에서는 생산성 향상 설비에 대한 세금이라는 반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과 분배’, ‘낙수효과’, ‘국제경쟁력’ 등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경제학의 대표적 논의 주제와 연관되는 것으로서, 이론적인 논리보다는 상황 변화에 따라 대량 실업의 실현 가능성 등을 정책 당국자와 사회 전반이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는가에 따라 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단계(2029~2045년 또는 동등시대)에는 최소한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진 로봇의 시대이며, 대량실업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시대다. 이때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진 로봇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현행 조세체계의 틀 안에서 로봇을 납세의무자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어떤 실체에 대해 법적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현재 법인에 대해 법인세 등을 부과하는 것처럼 로봇에 대해서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인은 별도의 인격체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할 수 있는 등 법적 행위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홍 연구위원은 법인뿐만 아니라 노예제도가 있었던 시절, 생물학적 인간인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일뿐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노예는 납세의무가 없었음을 설명하면서 로봇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법제도상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로봇이 인간의 소유관계를 벗어나 인격을 부여받고 소득을 올린다면 로봇도 담세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제3단계(2045년 이후 또는 인공지능 우위 시대)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할 수도 있으며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로,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아무런 저항 없이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제3단계에 대한 로봇세의 논의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최근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제2단계는 생각보다 빨리 도래할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이 로봇에 대한 정의와 인격 부여 문제부터,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제 · 사회적 문제의 분석과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등 관련 이슈들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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