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07. 2. 16. 동일 그룹 내 계열사로서 반도체와 관련기기 제조판매업을 영위하던 OO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하기 위한 이사회결의를 거쳐 2007. 5. 1. 합병을 실행하고 2007. 5. 3. 합병등기를 마쳤다. 관련 법령 규정에 따라 평가기준일인 2007. 2. 15. 상장법인인 원고와 OO일렉트로닉스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였고, 합병 신주 이외에 합병교부금은 따로 지급되지 않았다.

나. 원고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합병일의 합병신주 가액과 피합병법인 순자산 공정가액의 차액인 약 2,930억 원을 영업권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하였으나,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할 때에는 위 차액이 세법상 영업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스스로 영업권 감가상각 부인 등 세무조정을 하였다.

다. 합병 무렵 OO일렉트로닉스는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어 2006년 말 당기순손실이 약 3,330억 원, 누적결손금이 약 3,438억 원에 이르렀고, 반도체 산업 분야의 경쟁기업들과 비교하여 기술력, 영업력 등이 취약하여 도산의 우려조차 있었다. 당시 원고는 같은 OO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지속적인 이익을 내고 있어 OO일렉트로닉스는 원고의 합병을 통하여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라. 피고는 원고가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계상한 약 2,930억 원이 세법상 영업권에도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합병평가차익으로 익금에 산입하고 매년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고 보아, 2013. 3. 12. 원고에게 2007 사업연도 법인세 약 671억 원(가산세 포함) 등을 부과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법인 합병의 경우 세법에서 영업권을 인식하여 그 가액을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 요건이 무엇인가이다. 즉, 기업회계상 합병대가가 피합병법인의 순자산가액을 초과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실제 무형자산에 대한 사업상 가치 평가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지, 그러한 세법상 사업상의 가치 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5두41463 판결)

가.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자산을 평가하여 승계한 경우 그 자산의 가액 중 피합병법인의 장부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을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한다[제17조 제1항 제3호 단서,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6. 8. 대통령령 제22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조 제2항, 제12조 제1항 제1호]. 그리고 합병의 경우 합병법인이 계상한 영업권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의 자산을 평가하여 승계한 경우로서 피합병법인의 상호·거래관계 기타 영업상의 비밀 등(이하 ‘상호 등’이라 한다)으로 사업상의 가치가 있어 대가를 지급한 것에 한하여 감가상각자산으로 한다(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 제4항).

나. 이러한 관계 법령 규정에 따르면, 법인 합병의 경우 영업권 가액을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의 상호 등을 장차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여 그 사업상 가치를 평가하여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사업상 가치의 평가 여부는 합병의 경위와 동기, 합병 무렵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의 사업 현황, 합병 이후 세무 신고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영업권이 산출된다는 것만으로 이를 추단할 수 없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합병법인의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먼저 합병법인의 자산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법인이 내부의 사업 활동으로 무형의 가치가 있는 영업권을 창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세법상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으로 피합병법인의 영업권을 취득하는 때에는 위 구 법인세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세법상 합병법인의 자산으로 인정된다.

세법과 기업회계는 그 목적과 취지가 달라 법인세법령에서 별도로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합병 시 영업권의 인식 요건도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시행령에서 정한 ‘영업권에 관한 사업상 가치 평가 요건’은 1998. 12. 31.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 시에 세법상 영업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서, 합병 과세의 틀이 정비된 2010. 6. 8. 개정 법인세법 시행령에서도 제80조의3 제2항으로 옮겨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 합병의 경우 영업권을 세법상 자산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문제는, 구체적 평가방법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 영업권 가액을 합병대가 중 순자산가액을 초과한 차액으로 계산하는 것이 적절한지라는 문제와는 논의 단계를 달리한다. 따라서 상호 등에 대한 사업상 가치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차액설에 따른 영업권 평가의 적절성을 수긍한 판례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3) 합병평가차익 과세는 피합병법인이 합병 전까지 보유하던 유·무형의 자산에서 발생한 이득을 합병을 계기로 일정한 요건에 따라 과세하는 것으로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이 그 계산법으로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제1호를 인용하고 있을 뿐, 개념상 자본준비금(구 법인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가목)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인계받은 순자산가액과 합병신주 액면가액 사이의 단순 차액인 합병차익은 합병평가차익 과세의 요건이 될 수 없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계상한 금액은 관련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이고, 피합병법인인 OO일렉트로닉스의 상호·거래관계 그 밖의 영업상 비밀 등을 초과수익력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고 사업상 가치를 평가하여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세법상 영업권의 자산 인정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법인 합병의 경우 법령에서 정한 영업권의 자산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영업권에 관한 회계상의 금액을 합병평가차익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원심의 판단은 위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법인세법령상 영업권의 개념과 자산 인정 요건,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관련 판결

법인세법상 사업양수도와 관련한 영업권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힌 판결로는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두12722 판결이 있다.

위 2006두12722 판결은,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하는 것인바(대법원 1985. 4. 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참조), 구 법인세법 제23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5. 6. 30. 대통령령 제189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영업권을 감가상각자산의 하나로 규정하고,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이하 ‘구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의 양도ㆍ양수과정에서 양도ㆍ양수자산과는 별도로 양도사업에 관한 허가ㆍ인가 등 법률상의 지위, 사업상 편리한 지리적 여건, 영업상의 비법, 신용ㆍ명성ㆍ거래선 등 영업상의 이점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을 영업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양도ㆍ양수자산과는 별도로 양도사업에 관한 허가ㆍ인가 등 법률상의 지위, 사업상 편리한 지리적 여건, 영업상의 이점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이라 함은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면서 법률상의 지위 등 구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초과수익력의 원인이 되는 여러 요소를 감안하여 양도ㆍ양수하는 다른 자산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의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른 평가를 거친 후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또한 ‘적절한 평가방법에 따라 유상으로 취득한 금액’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건전한 사회통념과 상관행에 비추어 정상적인 거래라고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금액으로서 양도ㆍ양수하는 사업의 실질적 내용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법인세법상 사업양수도와 관련한 영업권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사업양수도시 영업권에 관한 위 2006두12722 판결과 달리 합병시 영업권에 관한 판결이다. 대상 판결은 법인 합병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법인의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계상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세법상 영업권으로 볼 수는 없고,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평가하여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세법상 영업권으로 보아 합병평가차익으로 과세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합병시 세법상 영업권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 대상 판결에 따르면 세법상 영업권의 판단은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합병 당사자들이 상장법인인지 비상장법인인지와는 관계 없다.

한편, 대상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7두54791 판결은 합병법인이 합병대가와 승계한 순자산가액의 차액을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계상하고 그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시 스스로 세법상 자산인 영업권으로 계상하여 감가상각비로 손금산입 처리를 하였다면 이는 무형의 재산에 대한 사업상 가치를 인정하여 대가를 지급하고 합병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하였다. 대상 판결의 결론과 달리 과세관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위 2017두54791 판결은 무형적 자산의 가치평가방법과 관련하여, ‘합병비율에 관하여는 증권거래법 등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하고, 무형적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액을 전체 합병대가에서 순자산가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적절히 정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세법상 영업권으로 인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합병대가 산정 시 별도의 적극적인 초과수익력 계산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무형적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른 자산과 별도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합병시 무형적 자산의 가치평가 여부는 대상 판결이 밝힌 바와 같이 ‘합병의 경위와 동기, 합병 무렵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의 사업 현황, 합병 이후 세무 신고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국세청은 합병법인들을 대상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대하여 합병신주 가액과 피합병법인 순자산 공정가액의 차액을 세법상 영업권으로 보아 법인세를 과세하였고, 현재 관련 사건들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 판결이 합병시 세법상 영업권의 판단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사건들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평가하여 대가를 지급하였는지 여부는 무형적 자산에 대한 별도의 가치평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합병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각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현행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 제1호도 대상 판결에 적용된 규정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상 판결의 법리는 현행법의 해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철형 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 행안부 고문변호사
△ 행안부 지방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 전 국세청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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