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북공작국장 재판 증언…"연어사업, 해외도피 사범 국내 송환일 뿐"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공작비를 사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 원세훈(67) 전 국가정보원장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는 11일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의 재판에 원 전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비자금 의혹 관련 사찰 활동인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을 벌였다.

앞서 김승연 전 국장은 관련 재판에서 이 사업을 두고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검찰의 질문에 "중간중간 보고를 들은 기억은 나지만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 측 변호인이 '김 전 국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일하던 국장끼리 서로 인수인계 한 것 아닌가, 지금 추측한다. 기억은 별로 안 난다"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이 데이비슨 사업을 보고받고서 이현동 당시 국세청장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는 김 전 국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국세청이 예산이 없다는 것을 들은 것 같아 지원해주면 어떻겠냐 그런 얘기 정도였다"며 "조금도 특정한 목적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말 국정원이 이른바 '연어 사업'을 추진한 것을 두고도 "해외 도피 사범을 국내로 송환한 사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연어 사업은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이던 A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풍문을 듣고 국정원이 그를 국내에 압송하는 작업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원 전 원장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필리핀 정보관의 보고가 없었다면 지시 자체를 안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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