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중앙지법, 이현동 전 국세청장 5차공판 속행

원세훈, “국세청에서 역외탈세 예산이 없다고 해 한번 도와주라 지시”
“해외정보원에게 돈이 가는 것은 보고받은 적은 있으나…잘 모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세청에 돈을 지원해주라고 한 기억은 있지만, 최종흡 전 3차장의 증언처럼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전화해뒀으니 DJ비자금 조사하는 ‘데이비슨 사업’을 설명하고, 1억2000만원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특가법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등) 5차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세청에서 역외탈세추적 예산이 없다고 해서 큰 틀에서 도와주라고 한 기억은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추적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날 “국정원의 가장사업체가 무엇인지 들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것을 몰랐다”면서 “가장사업체라는 것이 어디에, 얼만큼, 얼마 수입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가장체수익금으로 어떻게 해보라는 식의 지시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지방공무원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이 이런 것을 어떻게 알고 이래라 저래라 했겠느냐”며 국정원 가장체수익금을 사용하라고 지시내린 적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최종흡 3차장을 불러 DJ비자금을 추적하라고 지시한 적 없으며, 따라서 추적예산을 가장체수익금을 활용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검찰 측에서 “그렇다면 최종흡 3차장의 진술이 거짓말이냐”고 묻자 원 전 원장은 “거꾸로 지시할 정도로 국정원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에서 가장체가수금 사용 지시를 받자, 추후 문제될 것을 걱정한 직원들이 이례적으로 ‘가장체수익금특명공작활용방안’ 원장의 결재란을 만들어 원 전 원장의 결재를 받은 사실과 관련해서는 “최종흡 차장이 가져와 이런 것이 있다고 보고하고 이런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결재해준 것 같다. DJ추적과 상관없이 필요하다고 하니 필요한가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옆 사람이 쓰는 것도 보고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권한으로 돼 있는 것은 알아서 사용하지, 원장에게 돈을 쓴 것에 대해 얼마를 쓰겠다거나 썼는지 보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라고 지시한 것이 맞냐는 검찰의 추궁에는 “기억에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원 전 원장은 최종흡 3차장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가족의 통장사본을 건네며 지시하라고 한 것 역시 기억에 없으며, 국정원 직원을 해외로 보내 익명으로 언론에 DJ 계좌내역 등을 스캔해 파일로 보내는 등 언론을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기억에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메일 보내는 것 외에 휴대폰 카카오톡같은 것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행안부 장관시절에 알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국세청에 아는 사람은 이현동 청장밖에 없다”며 “최종흡 3차장에게 이현동 국세청장을 만나보라고 지시한 기억은 있으나, 이현동 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DJ비자금을 추적하라며 만나라고 지시한 것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국세청에 돈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 “이현동 청장이 해외비자금을 추적하는데 예산확보가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해 그리 크지 않은 돈이지만 한 번 지원을 해준 것으로 기억한다”며 “국세청에서 국제범죄수사와 관련해 도와달라는 의미로 이해했고, 국정원도 국제범죄정보를 수집하기도 하니, 국세청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데이비슨 사업과는 무관하며, DJ비자금 추적 지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추후 국세청이 국회에서 역외탈세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승연 국장이 국세청장에게 자금을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김승연 국장이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면 그럴 것이다”라며 “당시 역외탈세 관련 예산이 없어 어렵다는데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세청 해외정보원이 돈을 요구해서 국정원이 전달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억에 없다”면서 “오래 전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이나 최종흡 전 3차장이 등이 검찰에 그렇게 진술했다면 당시에 그랬겠거니 라고 생각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종흡 차장으로부터 국세청 해외정보원(미국국세청 근무자)에 대한 이야기나, 김승연 국장이나 최종흡 차장으로부터 가끔 박 국장(박 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면서 “이현동 전 청장으로부터 국세청 해외정보원의 이름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최종흡 차장이 ‘원세훈 원장으로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DJ비자금 추적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료를 주더라도 밑에서 저에게 자료를 줘야지, 제가 누구로부터 그런 자료를 받겠는가”라며 “최 차장의 진술 자체가 이상하다. 원장이라는 사람이 정보수집원이 아닌데 어찌 이런 자료를 받아 차장.국장에게 줄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보좌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며, 지방공무원 32년 근무하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정책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구청이든 시청이든간에 시장이 야당시장이라 하더라도 국가정책이 내려오면 국가정책이 우선이다. 국가정책에 대해 여야라는 개념 자체를 갖지 않고 평생 살아왔다”고 답했다.

아울러 오는 18일 예정돼 있던 박 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박 전 관리관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로 인해 미뤄졌으며, 박 전 관리관의 증인신문 대신 최종흡 전 3차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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