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4월말 현재 대한민국에서 세무사업을 경영하는 세무사는 모두 1만2200여명이다. 그리고 매년 600여명이 새로 세무사시장에 뛰어든다. 그만큼 세무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진다는 이야기다. 세무사자격을 취득하고 개업만 한다고 해서 세무사로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무사고시회라는 단체에서는 새내기 세무사들이 개업하면 현실적으로 경쟁자임에도 신규로 자격을 취득한 세무사들을 위해 ‘청년세무사학교’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글 같은 세무사시장에서 ‘개업하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전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며칠의 교육으로 세무사로서 납세자들의 권익보호라는 세무사로서의 사명은 물론 시험 공부할 때 꾸었던 전문가로서의 자긍심과 경제적 보상을 보장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신규 세무사들은 청년답게 기존의 세무사들과는 다른 경영방법을 동원하곤 한다. 그 하나의 방법이 기존의 선배들처럼 법인세 부가가치세, 양도세, 상증세 등 세금은 물론 건설, 부동산, 음식점, 의료, 도매업 등 모든 업종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만물박사형 세무사가 아닌 한우물만 파는 즉 한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의 전문가인 ‘레전드(전설)’가 되는 법이다.

세정일보가 개업 5년차 이하 30~40대 세무사들이 치열한 세무사 시장에서 이 분야에서 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레전드’를 꿈꾸는 청년세무사들을 찾아 나섰다. 그 두 번째로 오직 병의원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이은지 세무사’가 맨땅에서 캐어낸 경영노하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인 소개로 문정동 병‧의원 세무업무 시작…힘든만큼 보람 더 크다”
세무 외 노무분야 컨설팅도 병행…병의원 세무 5분동영상 특강 인기

 

◇문정동 법원단지 인근 중소기업 등 많아 미래가치보고 과감히 도전…포털사이트 블로그 ‘이은지 세무사의 버라이어티한 세금이야기’ 운영

“우연한 기회에 지인분이 병원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런 인연으로 하나 둘 늘어갔는데, 원장님들과 상담을 해보니 세무회계 분야에 대해 너무 모르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세무회계의 기본이 되는 증빙도 잘 안하려고 하고, 또한 병의원 세무회계는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일도 많아 세무사들이 꺼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 소득은 많은데 정확한 신고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으로 인해 세무당국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8월 자신이 10년 정도 거주했던 송파구 문정동에서 세무사 개업장을 돌린 이은지 세무사(34, 호은세무회계사무소 대표)에게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지금 이곳 문정동은 법원과 구치소가 들어오고, 주변에 건물들이 쑥쑥들어서면서 벤처기업 등 많은 중소기업들이 입주했다. 개발되기 이전에는 주변이 대부분 비닐하우스촌이었다. 개발은 많은 기업들을 모여들게 했고, 미래가치를 보고 둥지를 틀었다. 실제로 현대지식산업센터 등 대형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산업의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은지 세무사가 병의원업종을 주목한 것은 힘든 만큼 보람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큰 병원은 별도로 회계 담당자가 있고 체계적으로 세무회계를 관리하지만 동네의 병의원들은 예전의 회계처리 습관이 있어 정확한 신고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요즈음은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세무신고를 깔끔하게 하고 있는 것과 ‘천양지차’이지만.

▲ 이은지 세무사(중앙)가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했다.

이 세무사는 현재 병의원에서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보통 기업들은 4대 보험의 경우 사주와 직원이 나눠서 내고 있는데, 병의원은 병원측이 전부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기에다 소득세까지 부담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는 것. 이러다보니 중도 퇴사를 하게 되면 연말정산시 매달 원천징수를 하고 퇴사시 환급을 해줘야 하는데, 병원측은 소득세를 냈으니 환급분도 병원측이 가져가고 있다. 이은지 세무사는 분쟁이 발생하면 양쪽의 의견을 듣고 조정해 합의점을 찾아주는 경우도 있다. 세무사를 넘어 사측과 근로자측간의 의로운 중재자로서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것. 특히 월급 받는 의사들로부터 상담이 많이 오고 있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 <이은지 세무사의 버라이어티한 세금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메뉴에 병의원이 있다. 병의원 세무와 노무 이슈들, 페이닥터(월급의사) 급여신고 문제 등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 의사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사업소득이냐, 근로소득이냐, 원장들은 직원들의 4대보험을 내주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 페이닥터 즉, 월급을 받는 의사들은 실제는 근로자인데, 프리랜서로 신고를 한다. 4대 보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지만, 의사들은 4대 보험을 내달라고 요구를 한다. 만약 중간에 퇴사하게 되면 이 문제가 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어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하도록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세무사는 원장들이 세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신들의 커뮤니티가 잘되어 있어 세무사 이야기를 잘 안 들으려고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이은지 세무사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 6월에 발간할 예비병원장을 위한 세무실전 비법 책의 주요 내용.

그는 이달 중으로 예비병원장들을 위한 세무실전 비법에 관한 책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다. 공동 저서 형태로 준비중이다. 내용은 개원 절차, 세무신고시 매출과 매입 관리, 인건비 4대 보험, 병의원 세금(공동사업자 등), 절세방법, 세무조사 대응, 부록으로 기초세무지식을 넣었다. 요즘 들어 개원 예정 의사들에게 상담 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에 상담 후 이 책을 개원의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그는 “원장들이 세무사 사무소 직원보다는 세무사와 직접 상담을 원하기 때문에 무척 바빠지고 있다”며, “서로간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장들이 ‘세무사는 절세를 도와주는 사람인데 왜 세금이 많이 나오느냐’고 불만을 토로할 경우 난감하기도 하지만, 잘 이해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에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직까지는 병의원 전문이라기보다는 일반 거래처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의원 비율을 높여 진짜 병의원 전문 세무사가 되어야 겠다는 당찬 구상을 짜놓고 있다. 그는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솔직히 고백하면서도 “의외로 병의원을 전문으로 하는 세무사가 많지만 이를 특화시키면 아무래도 여러 업종을 하는 것보다 한 분야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경쟁력이 갖추어 지게 될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개원 세미나 등에 강의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또 책 집필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등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병의원 세무실무를 ‘5분 특강 동영상’으로 20여개를 제작해 네이버 세무경리 카페와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한편 아이파비즈넷과 삼일인포마인 등에 유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은지 세무사는 대학에서 세무회계학을 전공했다. 2014년 51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세무사가 되기전에는 증권사에 IB본부에서 2년 정도 근무를 하면서 기업공개 유무상증자, 채권발행(전환사채 등) 업무 등을 했다.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자존감이 높았다. 그리고 보통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여 밤 12시경까지 근무하는 열정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세무사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이 세무사는 “1년만 더 있으면 발목이 잡혀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하고 세무사시험 준비에 들어갔다”고 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3년 정도 준비를 했다. 학교 다닐 때 과수석 장학금도 받는 등 나름 수재(?)라고 생각해 빨리 합격할 줄 알았던 세무사 시험은 3년이나 걸렸다. 당연히 그 3년은 엄청 힘든 시기였다. 1차시험에 합격하고 2주 후 부친이 돌아가셨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세무법인에 입사해보니, 신고기간 한 달 내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전산화가 많이 됐어도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일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2년의 근무세무사를 마치고, 개업해 자리를 잡는 데는 남편이 큰 힘이 됐다. 무려 8년을 세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남편의 노하우는 영업은 물론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척척박사 그 자체였다.

부부가 함께 세무사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사례도 흔치 않다. 여직원 2명과 청년 부부가 만들어가는 ‘호은세무회계사무소’의 도전이 몇 년후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이은지 세무사는?>

▷제51회 세무사 시험 합격
▷키움증권 IB본부 기업금융팀 근무
▷세무법인 충정 강남지사 근무
▷서울시 마을세무사
▷아이파경영아카데미 강사
▷네이버 지식인 전문상담세무사
▷호은세무회계 대표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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