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윤종훈 전 서울국세청장’ 초청 강연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사회지도층의 해외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국세청과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발맞추어 국세청도 5월초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을 비롯해 5월 16일에도 편법상속·증여 대기업·대재산가 50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이같은 역외탈세조사는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중심이다. 모든 조사가 그렇듯이 기획도 중요하지만 조사실무자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따라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국장, 정철우)은 지난해 9월부터 조사요원들의 실력배양을 위해 아침 7시부터 직원들이 중심이되는 국제조사분야의 스터디를 운영해왔다. 그래서인지 서울국세청 국제조사요원들은 스스로의 자신감과 함께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지난 15일 150여명의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구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18년 국제거래조사국 워크숍을 가졌다.

이날 워크숍의 백미는 `86년부터 국세청 국제거래조사업무의 개척자인 윤종훈 전 서울국세청장의 강의였다. 실제로 이날 윤 전 청장의 강의는 ‘레전드 초청 강연’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김희철 서울국세청장의 격려사에 이어 등장한 윤 전 청장에게 주어진 강의시간은 120분, 뒤이어 진행된 ‘조사사례발표’와 ‘BEPS와 국제조사’에 대한 강의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국제조사의 발전과정과 바람직한 미래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윤 전 청장은 그가 평생 그려온 국가의 과세권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 국제조세와 국제조사, 그리고 역외탈세조사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초롱초롱한 눈빛의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 윤종훈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그는 먼저 역외탈세는 납세자의 탈세유혹이 더 강하고, 납세자의 교육이나 지식수준이 일반적 탈세행위자에 비해 더 높고, 경제적 수준도 더 상위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탈세자금이 주로 해외에 숨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비난이 더 강한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세자금의 해외 유출은 국부의 감소를 초래하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며, 무엇보다 다음단계의 세원을 은닉하기 때문에 그 탈세자금을 추적하여 양성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조사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면서 국제조사 현장에서 고생하는 후배들의 기를 에둘러 북돋웠다. 국제조사 대상은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납세자이고, 국제간에 거래되는 납세물건이기 때문에 그 대상의 범위가 매우 방대하다. 그리고 국제거래기법은 복잡‧다기할 뿐 아니라 계속 신종기법이 개발되기 때문에 국제조사요원이 되려면 고도의 경제‧금융지식은 물론 정보‧수사에 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국제조사대상 기록과 증빙은 외국어로 작성되어 외국에 보관되어 있고, 거래상대방 역시 대개의 경우 국외에 거주하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 조사기법을 발휘해야만 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국제조사는 위험하다’는 점도 나지막이 강조했다. 세계는 글로벌경제시대이며, 우리 경제는 성장초기부터 대외지향적 개방정책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조사관들이 전문성은 부족하면서 국고주의적인 태도로 실적에 집착해 국제거래조사를 하게 된다면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 막대한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쯤에서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의 박수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는 강연에서 `86년 국세청에 국제조세국을 창설한 배경과 과정, 자신이 담당했던 내외국인의 부당한 국부유출조사 과정, 다국적기업인 S사의 계열기업을 117일간 조사해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노하우, IMF위기 이후 `99년부터 국세청의 최정예요원인 국제조사요원 500명을 양성해 세계화시대에 대비해온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내며 후배들의 활약을 당부했다.

윤 전 청장은 `99년 국내 굴지의 H그룹조사를 기획하고, 실제 조사도 직접 수행함으로써 재벌개혁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2005년에는 서울국세청장을 맡아 국세청 국제조사의 역사로도 남아있는 론스타에 대한 세무조사를 직접 관리한 관리자로서 국세청 국제조사분야의 산증인이자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이날 윤 청장의 강연을 들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의 한 사무관은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강의에 고개가 숙여졌고, 청렴해야하고 국가관을 확립하라는 말씀에는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 관리자로서의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위해 공부하는 후배들, 그리고 후배들의 초청에 열일 제쳐두고 달려가 ‘특별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한 레전드 선배의 모습에서 조세정의의 파수꾼을 자임하고 있는 국세청의 미래도 함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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