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이현동 전 국세청장 6차공판…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출석

“원세훈 국정원장, 이현동 청장 만나라 지시…이 청장, 박 국장 소개시켜줘”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이 “원세훈 원장과 이현동 청장이 DJ비자금 추적에 관련한 사전협의가 이미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였다”며 “박 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 미국 국세청에서 활동하는 IRS 요원(국세청 해외정보원)을 추천해주며 자금지급은 처제에게 하라고 설명해줬다”고 증언했다.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특가법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등) 6차 공판에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또한 지난 15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언석에서 "최종흡 3차장에게 국세청에 역외탈세 예산이 없다고 해서 한번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최종흡 전 3차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원세훈 전 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추적을 지시한 것이 맞다”며 “원장이 기조실 예산 외에 어떤 것이 있냐고 물어 자신은 없지만 가장체수익금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현행 규정대로는 (수익금활용이)안 되나, 예외규정을 두면 된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전 차장은 가장체수익금 활용이 법률에 위반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세훈 전 원장에게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원장의 성격이 독특해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가장체수익금활용방안 보고서가 불법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결론적으로 ‘된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법률적 지식이 있던 것도 아니고, 다만 그런 상황에서 실무진이 올린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된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었다. 해당 보고서가 불법이라고 허위 작성해 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에서 “일반 직원도 아니고 정무직인 3차장인데도 (위법행위를)반대를 하지 못했느냐”고 추궁하자 최 전 차장은 “정무직이라는 명분으로 반대하지 못했냐고 추궁하셔도 뭐라 말씀드려야 곧이 듣겠는가”라며 “원장 지시를 ‘못하겠습니다. 이건 국정원 업무가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직계가족 통장사본을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전달받아 조사를 지시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수언론을 통해 DJ 비자금을 제보하는 등 국정원이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맞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아울러 최 전 차장은 원세훈 원장이 당시 이현동 국세청 차장을 만나보라 지시해 국세청을 찾아가 이현동 차장을 만났으며, 간단하게 인사 후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박 모 당시 국제조세관리관을 소개시켜줘 박 국장의 사무실에서 실무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최 전 차장은 “이현동 당시 차장과 원세훈 원장과 이미 협의가 된 것 같다. 만나자마자 바로 박 국장을 소개해줬으며, 그때 나온 이야기가 DJ비자금 이야기였기 때문에 당시 ‘원 전 원장과 사전에 이야기가 있었겠구나’하고 생각했다”며 “박 국장이 활동비 이야기를 했다. 저쪽(국세청 해외정보원)에서 얼마를, 언제 요구하면 알려줄테니 그걸 해외정보원의 처제에게 지급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박 국장이 자금 지급방법을 설명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사전에 지휘부간의 합의가 됐으니, 이번에는 실무자 아니겠는가”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최 전 차장이 박 국장과 협의한 내용은 미국국세청(IRS)에 근무하는 해외정보원은 박 국장이 미국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생긴 친분이라며 추천해줘서 믿을만한 사람이라 생각해 사업을 추진했으며 관련 내용을 국정원으로 돌아가 바로 원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해외정보원에게 지급하는 액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원장이 특별히 뭐라고 한 적이 없어 액수도 사전에 다 협의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현동 전 국세청장 측에서 당시 최종흡 3차장이 국세청 차장실로 방문한 적은 없으며, 최 전 차장의 ‘안가’로 가서 인사만 나누고 업무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원장 지시로 간다면 직급과 나이에 상관없이 찾아가서 예방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우”라며 이 전 청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사용하던 안가는 강남 한 군데가 전부로, 강북에 있는 사람을 ‘원장지시니 안가인 강남까지 오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상식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전 차장이 나서서 DJ비자금을 추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차장이 나서서 민감한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검찰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주장하고 있는 ‘클린룸’ 제도에 대한 재판부의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현동 전 청장은 국세청장실에서 받았다는 1억2000만원 뇌물의혹에 대해 청장 재직 당시 국세청장실에는 그 누구도 쇼핑백이나 가방을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클린룸’ 제도를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의 이같은 사실조회 신청에 변호인 측에서는 “클린룸 제도는 공식적인 제도가 아니라 남아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사실조회 신청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으나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2일 오전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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