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중앙지법, 이현동 전 국세청장 8차공판 속행

박 모 당시 국제조세관리관, 해당 사건으로 기소돼 증언에 신중
결국 핵심 사안 등 증언 거부 계속돼 비공개 재판으로 전환

“이현동, DJ 비자금 추적해보라고 지시…관련자료 전달받았으나 찌라시 수준”
“국정원이 건넨 1억2천만원, 어디에 쓰였는지 들은 바 없어”
“DJ표적, 정치적 목적이라 생각했으나 상관지시라 따랐다”

 

박모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 “이현동 전 국세청장으로부터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비자금을 알아보라고 했으며, 필요한 자금은 국정원이 준비했고,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국세청을 직접 찾아와 이현동 청장에게 돈(1억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을 당시 자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의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특가법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등) 8차 공판에는 이현동 국세청장이 재직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업무협조 요청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박모 당시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박모 전 국장은 이현동 청장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이현동 전 청장은 DJ비자금 추적과 관련해 박 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대신 DJ비자금을 확인해줄 수 있냐고 보고해 자신은 승인해줬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박 국장은 증언석에서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박 국장은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이현동 청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주지 않고 막연하게 DJ 비자금을 알아보란 지시를 받아 막연했고, 국정원의 DJ 비자금 추적 요청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DJ 비자금 추적은 국세청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으며, 역외탈세와 관련돼 있을지는 몰라도 표적을 가진 것이었고 그 표적은 세금이 아니라 정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시 부하직원에게 DJ 비자금 추적 업무를 지시하지 않은 것은 DJ라는 특정인 추적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동기로 시작된 것이 불 보듯 뻔하니 후배들의 역외탈세 업무에 누가 될까 걱정했다는 것.

그러나 상관의 지시였기 때문에 집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백용호 당시 국세청장(이현동 청장은 당시 차장)에게 보고하고 상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가 나설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동 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DJ 비자금과 관련한 자료를 주었으나, 속된말로 찌라시와 같은 내용이었고 객관적인 내용이 없어 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한 박 국장이 국정원 자금을 전달한 상대인 해외정보원은 2007년경 뉴욕으로 발령받았을 때 알게 됐으며,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는 이현동 청장과 인사를 나눈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국장은 검찰조사에서 국세청 해외정보원과 관련해 미국에서 DJ관련자들의 고발사건이 실제 존재했으며, 자신이 조사할 수 있다고 해 (뒷조사를)부탁했으나, 조사진행상황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자신에게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해 거부하자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하니 해외정보원이 승낙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날 법정에서 이와 관련한 증언은 자신의 재판과도 관련이 있어 자신의 재판에서 밝히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최근 박 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 손실)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질문을 바꿔 이현동 청장이 뇌물로 받았다는 1억2000만원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다. 박 국장은 “김승연 국정원 국장이 찾아와 브리핑 후 ‘활동자금입니다’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으며, 해당 1억2000만원을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사용했는지는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찰은 박 국장에게 “이현동 당시 차장이 국세청장 자리욕심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통령이 국세청장 임명 시 국정원의 인사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고, “인터넷상에서 DJ 비자금 관련 의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관련자들이 재산축적과정에 의문이 있고, IMF 당시 특혜를 받은 기업에서 제공한 것이라는 내용은 맞냐”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으나, 박 국장은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박 국장은 다양한 신문내용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면서 “해외정보원의 개인적인 내용이나 그런 부분들이 공개재판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이며, 증언 내용이 저의 재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며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얻어 대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에서는 비공개 재판을 권유했고, 이현동 청장 측에서는 공개재판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 국민의 권익, 국가간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질 세무상 불이익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비공개 사유 요청을 받아들여 이후 재판부터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검찰이 이현동 전 청장이 재직 당시 ‘클린룸’을 운영한 적이 있냐고 묻자 박 국장은 “그런 특정한 명칭은 들어본 적이 없고, 기억하기로는 전임 청장 중 불명예스럽게 된 경우가 있어 자신은 납세자나 기업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간부회의에서 말했고, 실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클린룸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특히 내부직원이나 외부손님이 청장실을 찾아올 때 선물이나 쇼핑백을 들고 오면 부속실 직원이 나서서 선물을 들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1일 속행될 예정이며, 박 국장은 검찰로부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 손실) 혐의로 기소돼 오는 2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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