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확 젊어졌다. 60년생 김희철 서울국세청장(행시36회), 61년생 김한년 부산국세청장(8급특채), 62년생 서대원 국세청 차장(행시34회)이 후진을 위한 명퇴라는 국세청 인사관습법에 의해 퇴진하면서 생긴 결과다. 차장의 경우 고공단가급(1급) 승진후 1년뒤 명퇴라는 관행이 적용되지 않아왔으나,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밀려 ‘용퇴’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는 모양이다.

지난달 28일 이들이 명예퇴임식을 가진 후 일주일 만인 5일 국세청은 이들 자리에 새 인물을 임명했다. 국세청 2인자로 불리는 차장에 이은항 전 광주청장, 서울국세청장에 김현준 조사국장, 부산국세청장에 김대지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을 각각 임명했다. 그리고 국세청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핵심직위이자 국세청 세무조사를 기획하고, 진두지휘하는 조사국장에는 김명준 기획관리관이 임명됐다.

이로써 국세청은 말 그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너무 젊어졌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번 인사로 한승희 국세청장(61년생, 행시33회)을 제외한 나머지 가급 라인업은 이은항 차장(66년), 김현준 서울청장(68년), 김용준 중부청장(64년), 김대지 부산청장(66년), 김명준 조사국장(68년)으로 60년대 중후반출신들이 전면에 포진됐다.

이같은 국세청 고공단가급의 라인업은 국세청의 상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비교해도 확연히 드러난다. 국세청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획재정부 김병규 세제실장이 65년생 행정고시 34회이며,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64년생으로 행정고시 30회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61년생, 행정고시 30회다.

이와함께 역시 고공단가급인 국무총리실 소속이지만 국세청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안택순 조세심판원장도 64년생에 행정고시 32회다.

이와관련 세정업무에 해박한 국세청 OB들은 “관가는 부처내에서의 직위는 겉모양새이고, 고시기수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 수뇌부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 대외교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함께 이번 국세청 고공단 인사는 호남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이은항 차장과 김명준 조사국장의 발탁이다. 이은항 차장은 문민정부이후 역대 3번째 호남출신(전남 광양)이고, 김명준 조사국장 역시 역대 4번째 호남출신(전북 부안)조사국장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 정부라는 점이 그대로 투영된 인사라는 평이다. 역대정부의 인사관행을 살펴볼 때 이들의 향후 행보에 세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국세청 고공단 인사에서는 또 김형환 광주국세청장의 임명도 국세청의 다수를 차지하는 세무대학 출신(19기까지 5천명)은 물론 비고시출신들의 ‘희망’보다는 모양새 갖추기에 머물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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