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일까 허세일까’ 향후 행보 촉각…김영삼 정부이후 17명중 6명 청장까지 올라
 

대한민국 국세청에서 가장 높은 위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정무직인 국세청장이다. 국세청장의 뒤를 잇는 서열 2위는 국세청 차장(고위공무원가급, 1급)이다. 그리고 차기 국세청장 ‘0순위’다.

국세청은 지난 5일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2인자인 차장에 이은항 광주지방국세청장을 임명했다. 세정가에서는 그동안 차기 차장으로 점쳐져온 문재인 대통령과 동향이자 부산 출신의 김용준 중부청장을 예상해왔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호남 출신의 이은항 광주청장이 이름이 나오자 한때 술렁이기도 했다. 10년만의 호남출신 차장의 탄생이었다. 또 역대 차장 자리는 대부분 영남 출신자들이 맡아왔고, 특히 은퇴코스로 인식되어오기도 한 광주청장 출신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놀라게 했다.

특히 호남에 기반을 둔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국정운영 시기에 들어선 만큼 호남 출신의 이은항 차장에게 적잖은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부분도 이런 인식을 낳고 있다.

세정일보가 군사정권을 제외한 김영삼 정부(1993년) 이후 역대 국세청 차장들의 출신지역을 분석해 봤더니 8대 임채주 차장부터 새로 임명된 25대 이은항 차장까지 총 18명이 국세청 차장을 지냈으며, 이들 역대 차장 중 10명(56%)이 영남지역 사람이었으며, 3명(17%)이 호남, 강원과 충남이 각각 2명(11%), 서울 1명(6%)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는 임채주(경북 포항), 박경상(경북 청도), 이석희(부산) 차장이 임명돼 ‘영남대세’를 굳혔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의 안정남 차장(전남 영암)을 발탁했으나, 이어 황수웅(경북 경주), 곽진업(경남 김해) 차장이 내리 지내면서 또다시 영남 출신이 대세몰이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주성(경남 사천), 전군표(강원 삼척), 한상률(충남 서산) 차장이 차례로 임명되면서 영남 출신은 1명이었으나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병춘(전남 영광), 허병익(강원 강릉), 이현동(경북 청도), 김문수(경남 사천), 박윤준(서울) 차장이 임명돼 호남 1명, 영남 2명이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전환(대구), 김봉래(경남 진주) 차장으로 모두 영남 출신자가,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충남 공주 출신의 서대원 차장에 이어 전남 광양의 이은항 차장이 임명됐다. 이은항 차장은 이명박 정부의 정병춘 차장(2008) 이후 10년 만의 호남 출신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세청에서는 '청장이 곧 법'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처럼 차장은 청장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장이 정권의 실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는 그 역할과 행보가 달라졌었다는 점에서 이은항 차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역대 차장들의 특징으로는 18명 중 17명(95%)가 행정고시 출신이었으며, 김봉래 차장만이 7급 공채로 비고시 출신자로 기록됐다. 아울러 출신대학(학사 기준)의 경우 서울대가 6명, 고려대가 3명, 동아대 2명, 건국대·경북대·성균관대·영남대·방통대·경희대·연세대가 각각 1명으로 집계됐으며, 소위 ‘인서울’대학 출신 차장이 72%를 차지했다.

그리고 차장에서 국세청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은 17명중 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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