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희섭


숲 속에 얼굴이 떨어져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나뭇잎을 타고 내려오면
두 개의 눈과 하나의 입이 열매 속에서 자리 잡는다.
나무에서는 수많은 표정이 열리고
바람은 줄기를 타고 열매 속으로 들어간다.

비는 오래된 슬픔을 길어 올린 눈물처럼
수액으로 흘러들어 나무의 표정을 완성하고 있다.

새로운 표정을 얻는 것은
감정의 나무가 자라나는 일

표정 뒤에 숨겨진 언어를 품고
흰 구름의 표정으로 떨어진 얼굴들
어딘지 태풍의 눈을 닮아 있다.

눈 속에서 뿌리가 자라난다.

땅속을 더듬는 눈이 깊은 곳으로부터의 소식을 전하고
입에서는 열정의 시간만큼 온몸으로 싹을 틔운다.

얼굴이 열리는 나무
표정들이 무성해지는 코코넛의 시간
바닥으로 얼굴들이 모여들었다.
 

[이희섭 시인 프로필]

경기 김포 출생.
건국대 행정대학원 석사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2006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스타카토』,『초록방정식』
한국작가회의 회원
(現) 『詩우주』 회장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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