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병수
 

남루한 작업복 차림의 한 남자

국 한 술 술 한 잔

낮고 음습한 눈길로 주위를 의식한다.

쇳더미 공장에 부석한 뼈마디로 버틴 하루

폐지 더미 속에 닫혀 버린 마른 입

쥐구멍 앞 밥풀 훔치듯

술 한 잔 국 한 술

배고픈 어린 자식들이 있으리라

일찍 온 폐경을 가난으로 돌리는 아내도 있으리라

바로 집에 들지 못하고

탁자에 마주 앉은 말벗도 없이

또다시 내일, 벅찬 노동의 양식으로 삼키는

벌건 선지 한 덩어리

한 사람의 역사와 철학이

국밥 식기 전 오롯이 드러나는

여기 주술(呪術)의 망령이 살아나는 곳

 

국 끓는 솥단지 사이로

눈빛 잃은 사람들이 야윈 등을 지고

오늘을 계산하고 내일을 주문한다.
 

[김병수 시인 프로필]

△ 현재 부산지방국세청 근무
△ 2009년 계간 『시의 나라』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 『모두가 저 강을 본다』,『처음부터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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