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1차 공판 준비기일 속행

국고유출 관련 “정당한 활동의 대가…개인적 사용한 바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추적하는 데이비슨 프로젝트에 협조해 국가정보원 자금을 미국 국세청 요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20일 열렸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도 박 전 차장은 공판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재판장 김선일)의 심리로 열린 박 전 차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등 손실)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과 박 전 차장의 측의 공소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박 전 차장 측에서는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비자금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라고 했으며, 그와 관련된 비용은 국정원 자금 중 일부를 제공하겠다는 지시를 받은 사실과 이현동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세청에 근무하는 정보원과 접촉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아 국정원에 전달한 사실, 그 정보원의 친인척을 통해 일부 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특가법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객관적 요건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DJ 비자금이 전혀 허무맹랑하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확정되어야 하나, 이 당시 이와 관련된 의문이 실제로 미국 수사당국이나 재판당국에 의해 일이 진행된 실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 업무범위를 벗어나야한다고 특정되어야 하나, 국정원 관련법상 국외정보와 관련해 대외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국정원법에 포함돼 있음을 주장했다. 즉 DJ 비자금 관련하여 미국에서 재판이 진행됐으므로 국정원은 이에 대해 파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그와 관련한 활동비를 쓸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관적 요건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박 전 차장이 국고손실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하나, 당시 국정원 요청은 적법한 국정원 활동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인식했고, 국고가 함부로 쓰인다는 인식은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국정원 자금이 제3자에게 취득되는 과정에서 국고가 유출된 것은 정당한 활동의 대가이며 비밀리에 진행된 국정원 활동범위 내에서 지급된 정당한 대가라고 인식했으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바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전 차장은 국세공무원으로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지시를 받아 일을 했을 뿐임을 강조했다.

이날 박 전 차장의 변호인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박 전 차장은 40년지기 친구로 국세공무원으로 지내오며 대한민국의 충성스러운 공무원으로 일해왔고 단 한번도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고를 위해 일했고 해외에서 주로 근무하며 국제조세와 관련해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탈세에 대한 조사를 충실히해 오히려 국고가 이탈되는 것을 방지키위해 노력해왔고 이 사건에서도 여러 가지 역외탈세정보를 통해 세금이 탈루되는 부분을 회수하는 일에 관여해온 인물”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 측에서는 DJ 비자금의 실체는 오랫동안 이슈가 되어왔지만 밝혀진 바가 전혀 없고, 실체 여부를 떠나 국정원이 관여하고 구조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사업이 맞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 측에서 국외정보이기 때문에 국정원 사업분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국정원법은 우리나라의 여러 정치적, 역사적 상황에 따라 개정되면서 정치관여부분을 금지하는 부분이 명문화됐고 처벌조항까지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 업무는 제한적, 한정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원법 개정취지나 입법목적을 보면 국정원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되는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DJ 비자금의 구체적 실체가 나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현동 당시 국세청 차장에게 미국에 DJ 비자금을 국세청 차원에서 확인해달라는 막연하고 대략적인 부분협조요청을 했고, 박 전 차장 역시 검찰 조사당시 이에 대해 막연하고 황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아무런 근거 없이 특정정치인, 바로 야당과 진보세력의 구심점이라고 볼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국정원이 직접 파헤치려고 개입하고자 한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개입이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차장이 국고손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 첫 조사부터 일관되게 인정한 것은 정치목적으로 표적을 둔 사항이었고 세금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었다, 국세청이 관여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으므로 국고손실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재판에서도 밝혀지듯 박 전 차장의 역할이 상당했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동 전 청장 재판에서는 오히려 박 전 차장이 완전히 주범이었고 자신은 관여하지도 않았으며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만큼, 박 전 차장이 없었으면 해외정보원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진행될 수 없는 사안이었고 실제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 전 차장 측에서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사하는 것이 늘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대단히 어폐가 있는 주장”이라며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는 MB,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모두 정치적 목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통령이든 만약 비자금을 조성해 역외탈세나, 부의 축적이 의심된다면 수사기관, 세무당국, 정보당국이든 조사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국정원에서 모든 의도를 박 전 차장에게 상세하게 공유하며 지시한 것이 아니었으며, 당시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자신의 전문분야였던 일에 확인을 나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박 전 청장 측에서는 해당 재판을 ‘비공개 재판’으로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2차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9월 5일 속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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