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기 세무사

기획재정부는 7월 30일자로 경제 여건, 외부 수요 등을 감안하여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 지원 및 소득재분배 등에 중점을 둔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올해 세법개정안의 추진배경을 보면, 일자리 창출, 혁신 성장 등을 위해 금년 상반기에 추진한 정책을 세제 측면에서 뒷받침하고, 소득재분배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지원을 위한 조세지출 기능 강화와 함께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분석한 세수효과를 보면,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으로 인한 증가요인과 근로장려금 및 자녀장려금의 지급확대 등으로 인한 감소요인으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향후 5년간 약 2조 5천억원의 세수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작년에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국정기획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약 178조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작년 세제개편을 통해 연간 약 5조 5천억원의 추가세수를 확보하는 것으로 예측해서 5년간 약 27조 5천억원 정도의 추가세수가 확보될 것이라고 했는데, 올해 세제개편으로 인해 앞으로 5년간 약 2조 5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과연 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국정과제들을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소득재분배 등의 구호보다는 조세원리에 맞는 세제개편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증세 등의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앞으로 국회심의과정에서 조세원칙에 맞게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여기서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하여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지출의 효과 따져봐야

기획재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내세운 주요내용 중 첫 번째가 소득재분배 및 과세형평성 제고인데, 이를 위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의 지급대상 및 지급액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의 경우 지급대상 및 지급액 확대를 통해 근로유인을 제고하고 동시에 근로빈곤층의 소득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세제개편에서도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분배 개선을 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세율인상 등을 통해 과세를 강화하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근로장려금 지급액의 인상을 통한 세제지원을 표방했었다. 그런데, 정부지원금을 근로와 연계시켜 일하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실질적으로 근로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지, 소득재분배 효과가 어느 정도 달성되는지, 그리고 과세형평성 제고는 가능한지 등에 대한 검증 없이 관성적으로 조세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의도처럼 고소득자에 대한 중과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저소득층에게는 최대한의 세제지원을 통해 세부담을 줄여주려고 하는 것은 외관상 조세이론상 수직적 공평을 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실제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부정수급의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를 시행하다보면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개인소득자 중 절반에 가까운 납세자가 소득세를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조세원칙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과 헌법상의 원칙인 국민개납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나치게 많은 면세점 이하의 납세자 수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진정한 과세형평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 조세제도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최근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세제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경제활력 제고와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일자리 창출 및 유지가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특이한 점은 고용위기지역 또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이라고 명명된 일부 지역 내에서 지정기간 내에 창업하는 경우에 그 기업에 대한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하고, 또한 위기지역 내 중소·중견기업이 사업용자산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세액공제율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여 위기지역 내에서 창업을 하거나 시설투자를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감세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는데, 세제혜택을 준다고 앞도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 창업을 해서 고용을 하거나 무리하게 투자를 할 기업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매번 거론되는 내용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고용창출 내지는 고용유지 관련 조세지원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었지만 고용문제가 크게 개선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그동안의 세제지원을 통한 고용문제해결 노력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분석하고 그에 맞춰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동화나 인공지능의 등장 등 사회경제현상의 변화나 세계경제의 흐름 등을 고려한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사후적인 조세지원으로 섣불리 고용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조급증도 고쳐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규제개혁 등을 통해 경제환경과 사업환경을 개선하여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중점을 두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 납세자 권리보호 및 납세편의 제고 노력 돋보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납세자 권리보호와 납세편의 제고를 위한 전향적인 제도들을 몇 가지 도입하기로 했다. 먼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가산세 인하 주장에 대해 몇 가지 획기적인 내용들이 들어 있는데, 그 중에 납세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연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와 가산금을 인하하고 향후 통합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중금리가 많이 낮아졌고 특히 국세 과오납에 대한 이자성격인 환급가산금이 현재 연 1.8%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오랫동안 연 10.95%를 유지하고 있다가 이번 개정안에서는 연 9.13%로 인하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동안 납부불성실가산세의 인하요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던 정부가 가산세율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으로 개정안을 만든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지만, 국세환급에 대한 가산금리가 현재 연 1.8%임을 감안하면 개정안의 경우에도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 형평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자세금계산서 지연전송이나 미전송 등 납세협력의무위반에 대한 가산세를 인하하기로 한 것과 그동안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되어온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 과태료를 가산세로 전환하고 부담률도 미발급 거래대금의 50%에서 20%로 낮추기로 한 것 등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각종 지급명세서 제출과 관련된 가산세 등 납세협력의무에 불과한 규정위반에 대하여 과세자료 확보 등 행정편의를 위해 아직도 지나치게 종류가 많고 부담률도 높은 가산세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가산세로 전환하고 부과율을 20%로 낮추기로 한 것도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미발급금액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신고를 한 경우와 원천적으로 신고누락 되었을 때를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거래대금의 20% 수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지나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보장을 위해 기한 후 신고자에 대한 결정통지의무를 신설하기로 한 것과 납세자가 폐업한 경우에도 세무조사결과를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조사공무원의 적법절차 준수와 권한남용 방지 등을 위해 세무조사과정에서 납세자와 조사공무원의 녹음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전향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허용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지난 4월 말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금지가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에 대하여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이와 관련해서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하여 허용하겠다고 하는 세무대리범위에서 세무사의 직무 중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회계 관련 사무로 보아 제외한다고 했는데, 현재 세무사의 직무 중 세무조정업무야말로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를 제대로 알아야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세무조정업무는 성실납세와 직접 관련되어 매우 강한 공익성을 띄게 되는데,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변호사에게 세무조정업무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게 되면 국가의 입장에서도 신고내용의 검증 등을 위해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더라도 회계 등 관련 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세무사자격 변호사에 대하여 세무대리업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2019년 말까지 입법보완을 하라고 결정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다루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세무사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직무를 분석해서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가 바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그렇지 못한 업무를 구분하고, 업무수행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일정부분 검증을 거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지속가능한 조세제도를 위한 중장기적인 세제개편안 마련해야

우리나라는 매년 7월 말이나 8월초 쯤에 정부에서 관례적으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해서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하고 있는데, 국정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국가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세법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가대계를 위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제개편을 하는 것을 소홀히 하면서 해마다 관성적으로 해오듯이 특정목적을 위해 임시방편적인 제도개편에 치중함으로써 조세원칙이 약화되고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정부가 세법개정안 추진배경에서 밝혔듯이 소득분배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조세제도를 활용해야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가능하면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조세논리에 맞고 공평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의 입장에서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쟁에서 벗어나 소관상임위 등에서 제대로 검토하고 심의해서 안정적인 재정조달이 가능하면서도 조세원리에 맞는 세제가 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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