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현 전 중부국세청장 (세무법인 다솔 회장) '국세정보국' 신설해야

2014년, 1억 원이상 고액기부자 클럽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최저임금‧주52시간근무제 결코 탁상행정 되어서는 안됩니다”

“세원정보과와 전산실을 ‘가칭 국세정보국’ 신설하면 좋을 듯”
 

9급으로 공직에 진출해 세무서장까지만 해도 대만족이라고 하지만 9급에서 1급까지 하위직에서 출발해 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1급까지 올랐다면 분명 어딘가에 남다른 면모와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고시출신들이 대세인 국세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1급 지방국세청장까지 지낸 인물은 드물다. 박찬욱 전 서울국세청장,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왕기현 전 중부국세청장(세무법인 다솔 회장)이다.

그야말로 어려웠던 시절, 국립철도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그는 1973년 철도청 기능직 9급으로 임용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또다시 그는 1979년 3월 행정직 7급 공채에 합격해 문교부에 임용되어 근무했다. 그리고 그는 주경야독으로 경기대학교 무역학과를 다녔다. 그러다가 1982년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 이재국, 증권국에서 근무하면서 1989년 4월 사무관에 승진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국세공무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때부터 였다. 사무관으로 승진(89.4)하고나서 바로 1990년 10월 일선세무서 과장으로 국세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 후 지방청과 본청에서 근무했으며, 1999년1월에 ‘국세청의 꽃’이라는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2000년 청와대 파견근무(총무비서관실)를 하면서 국정의 큰 그림을 배웠다. 이후 국세청으로 복귀한 뒤 익산, 전주, 강서세무서장을 차례로 지냈고, 서울국세청 조사1국 조사과장, 본청 국제조사과장을 거쳐 2006년 7월 이른바 국세청에서 ‘별’로 불리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2006년 12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고, 중부청과 서울청에서 조사2국장으로 근무하다,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1년 간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발전된 국세청 전산실의 기초를 닦은 시기인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으로 재직하다 2009년 7월 중부지방국세청장(1급)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2011년 2월 국세청의 전통에 따라 후진을 위한 명예퇴직을 했다.

잠시 시간을 두고 2013년 국내 최대의 세무법인으로 불리는 ‘세무법인 다솔’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14년 연말에 1억원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됐다.

공직의 옷을 벗은지 벌써 7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는 퇴직 후 오비맥주 감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롯데렌탈사외이사, 비에이치 감사로 활약중이다.

여전히 국세청을 사랑하고, 또 국세청에서 섭렵한 세금지식으로 납세자들의 조력자로서 활동을 아끼지 않으며, 활약하고 있는 왕기현 세무법인 다솔 회장을 만났다.

▲ 국세청이라는 공직생활에서는 성공신화(9급에서 1급까지)를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공직자는 명예와 부(富), 2가지를 모두 가질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공직에서 부를 가지려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어찌 일반서민들이 (황금을)돌같이 볼 수 있겠습니까? 인생 살아오면서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조그만 단기 목표를 세우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 왔습니다. 당초에 1급 지방청장이라는 목표는 세우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느새 그 자리까지 올라가 있더군요.

▲ 올해 국세 세수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나치게 잘 걷히면서 관계당국이 고민 아닌 고민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연간 목표세수대비 징수실적이 5월말 현재 52.2%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세수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세수 증가율의 범위초과가 계속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세원이)양성화되지 않은 부분, 즉 세금을 탈루할 수 있는 것(절세, 탈세)의 회색지대가 없어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수 호조현상은 국세청의 선진화 주역인 NTIS 전산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세원이 투명화 된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고속도로 8차선 왕복도로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또는 서울에서 목포까지 남북 동서로 잘 정비되어 있듯이 국세청 전산망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소위, 호남의 목포를 가려면 버튼만 누르면 한방에 가는 식입니다.

종전에는 세무조사를 하려면 조사대상을 선정해서 세무서 관내에서 분석을 하여 탈루혐의를 찾아내어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업종별로 전국 신고소득율을 분석해서 본청에서 내려줍니다. 본청에서 분석자료를 내려주면 담당자는 해당 납세자에게 소명을 하라고 안내합니다. 지금은 업무의 틀이 이렇습니다.

한 달 조사를 50건을 하여도 서면분석이 그전에는 파생자료가 잘 나 올수가 없었던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세수전망은 내년까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수추계가 목표세수를 초과하는 것은 그만큼 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나면 세수 전망치와 실제 추계치가 같아질 것입니다.

또한 지하자금이 엄청 줄어 들것입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사업자들도 직원을 관리하는 입장도 카드매출이다 보니까. 편리하기도 합니다. IT강국으로 전산화가 잘되어 있어서 탈루 지하자금인 현금사용이 많지 않습니다. 카드를 사용하면 세액공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정부분은 쓰게 되는 것이지요.

▲ 국세청 전산화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네요.

=국세청 전산시스템의 시작은 1995년 TIS가 개통되고 나서부터입니다. 그전부터 현대화가 추진되기는 했습니다. 1989년에 ‘금융실명제 실시준비단’이 발족되었습니다. 이 당시 국세청에서 금융실명제에 따른 전산화가 필요하다해서 국세청 전산현대화가 추진됐습니다. 그 당시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국세청 전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유보됐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2008년 국세청 전산TIS가 개통된지 13년이 됐는데 당시 보고를 받아 보니까. 전산실 출범 당시부터 있었던 불필요한 SOFT WARE를 삭제하라고 하니까 혹시 없앴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세대 TIS대책반’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전산실에 구성해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당시 2000억원 예산이 투입되어 추진됐는데 관계자들이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국세청 NTIS가 되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의 정부부처 중에서 가장 현대화된 시스템으로,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자료출력이 됩니다. 아마도 과거보다 10배 정도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야! 이런 자료까지 나오냐’고 납세자들이 깜짝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NTIS 도입으로 세수증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세무조사는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체 세수의 약 2%정도 차지합니다. 조사는 비교분석해서 불성실신고자 안내하고, 신고 전 사전안내 하니까. 국세청 업무가 후발적 업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납세자의 5년전, 10년전의 자료를 분석해서 안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청와대 근무도 하셨는데 국가정책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신다면.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위해서는 분석과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국가적으로 이슈화되는 대응문제가 2002년 청와대 근무시 의약분업을 밀어 붙었던 사례가 좋은 예입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항생제 과다복용 등이 국가적으로 큰 문제였습니다. 의사 약사, 환자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문제점을 보완하고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낙동강이나 금강, 영상강 등을 시범적으로 하면서 점차적으로 확대해 보는 등의 작업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 요즘 세무업계에도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이슈입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

=‘최저 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결국은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이지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제일 수혜자라고 합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시간당 8300원으로 최저임금이 내년에 3%정도 인상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말이 많습니다. 일본의 국민소득은 4만 달러입니다. 우리나라는 3만 달러가 안되니 일본 국민소득의 75%로 따져 보면 시간당 현재 8300원에 75%을 계산하면 딱 6300원이 산출됩니다. 2017년도 우리나라 최저임금하고 거의 같죠. 특히나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서 기술력이 평균 80~90%밖에 되지 않는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물론,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주 52시간 문제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세무법인의 경우, 밤 12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인세, 종합소득세 신고 때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 아닙니까?

예를들어 하도급 업체의 경우 ‘만들어라 하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주 52시간 위원회’가 현장경험을 해서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결코 탁상행정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어차피 사회가 계층별(상중하)로 있다고 보면, 어느 수준까지는 기업에서 결정하고 정부에서 부족한 부분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70세 노인이나, 30세 청년이나 똑같은 임금을 주면 안되죠.

숙련된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익배당, 복지, 노사협의를 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장논리인 공급과 수요원칙에 맡기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세무법인 다솔 회장으로 취임하고, 사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셨는데요.

=1960년대 후반, 그 시대에는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동네의 동갑내기 15명 가운데 중학교에 진학한 친구는 저를 포함해 5명이었습니다. 국립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근무했습니다.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9급에서 시작하여 1급까지 올라갔으니까요. 개인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어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나눠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재산의 몇 %는 제3자에게 기부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가 사람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술 값이나 담배 값을 절약한 돈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기부할 수 있습니다. 건강도 좋고, 기분도 좋습니다.

▲ 세무사회를 위해 봉사하실 생각은 없는지. 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무사회장직 출마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회장의 직책에 있는 사람은 사심 없이 투명하게 조직을 위해서 선공후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공직시절 중부국세청장으로 명예롭게 마감하셨는데, 내가 만약 국세청장이라면 이것만은 추진했을 것이라는 현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현직에서 한 가지를 못한 것이 있기는 합니다. 현재 국세청의 세원정보과와 전산실을 하나로 하는 ‘가칭 국세정보국’ 신설입니다. 이 부분은 조직개편 없이도 전산실의 빅데이터와 세원정보과의 정보를 관리하는 ‘국세정보국’(가칭)이 바로 그것 입니다.

그러면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대외적으로 국세정보국장이 활약할 수 있으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성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사국의 조사관리와 조사선정의 모든 자료는 가칭 ‘국세정보국’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국세청 국세정보국은 사회의 엘리트층을 여기서 스크린 하게 되면, NTIS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설은 현원에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다른 부처에서 볼 수 있는 이른바 ‘정보화사업단’이라는 것이 일종의 그런 것 아닙니까?

제가 2009년 전산정보관리관 시절에 추진했던 것이 세목별 8자리 민원전화가 12개가 있었는데, 이것을 ‘126’으로 통합했습니다. 저는 국세발전에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누군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국세청 전산화’ 추진과 ‘민원전화번호 126’은 국가 경비절감은 물론이고 납세편의와 세수증대까지 화폐가치로 따져보면 큰 기여를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국세청이 국가발전의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면서 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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