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회장, “1만8천명 변호사 세무대리시장 진입케 하는 것…세무사 존립기반 흔드는 것”

“2014년 3400여 변호사사무실 세무신고, 오직 2명만 스스로 세무조정나머지는 세무사에 위임”

한국세무사회 이창규 회장은 정부가 세무대리시장에 대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급하게 입법을 추진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이 지난 7월30일 개최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해 한국세무사회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 한국세무사회]

3일 한국세무사회(회장 이창규)는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의 내용 중 세무사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 등록 및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변호사들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정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 세법과 세무회계 실무교육, 그리고 세무조정업무에 대한 실무수습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4월 26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가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 적용에 있어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부적합하다면서,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세무대리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을 입법자로 하여금 2019년 12월 31일까지 보완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세무사회는 이창규 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로 긴급TF를 구성해 휴일 밤낮없이 세무사법 개정 관련 입법 준비에 착수, 이를 바탕으로 세무사회는 정부에 ▲장부작성 및 성실신고확인 등 사실사무는 변호사가 대리할 수 없고 ▲세무사로서 의무, 징계 및 책임은 공인회계사와 동일하게 부담하며 ▲세무대리 등록 전에 이론 및 실무교육을 이수하고 ▲법무법인의 세무대리업무 수행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4가지 중점 내용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업무 및 대리를 허용하면서 세무사로서의 의무와 징계, 벌칙규정도 세무사와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세무사자격을 가진 변호사라도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안은 세무사자격 변호사에게 ▲조세신고·신청·청구 등의 대리 ▲조세상담 자문 ▲세무조사 등 관련 납세자 의견진술 대리 ▲개별공시지가 등 이의신청의 대리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 확인 ▲세무조정계산서 작성까지를 허용업무로 명시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이번 정부안에는 세무사회가 건의했던 여타 중요 내용들은 대체로 반영됐으나, 세무대리업무 수행을 위한 변호사에 대한 등록전 실무교육 적용은 빠져있다.

그동안 세무사회는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전문성을 담보할 실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세무회계 지식이 부족한 변호사들이 납세자를 대리해 세무조정업무를 수행한다면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변호사에게 등록전 실무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세무사회는 변호사들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정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 세법과 세무회계 실무교육, 그리고 세무조정업무에 대한 실무수습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규 회장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 내외전문가로 구성된 세무사법 개정 TF에서 세무사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무사법 개정안을 준비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김병규 세제실장을 직접 만나 우리회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청하는 등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입법권고는 물론 세무대리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너무 조급하게 입법을 추진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우리회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세무사의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세무사법 개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 세발심에서 무슨 말 오갔나…“변호사에게 세무조정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교육 필요”

아울러 이창규 회장은 지난달 30일 개최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도 정부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 업무 허용’에 대해 한국세무사회가 건의한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세무사회가 전했다.

이 회장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업무 등록 및 세무조정업무’ 허용과 관련 크게 3가지 사항에 대해 중점적으로 재고를 요청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헌재의 입법 권고는 물론 세무대리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헌재는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를 고려하도록 했으나, 정부안은 세무대리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변호사에게 아무런 사전 교육 없이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시험과목에 회계분야는 없으며, 상식수준의 조세법은 단 2%만 선택하고 있는 실정 속에 2014년 3400여 변호사 사무실 세무신고 실적을 보면, 오직 2명만 스스로 세무조정을 했으며, 나머지는 세무사에게 신고를 위임했다”는 구체적인 현황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사무실은 비교적 단순한 자신들의 거래조차 직접 처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기업이 행한 수천, 수만 건의 다양하고 복잡한 거래를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안대로 시행된다면 변호사는 명의대여를 통해 세무대리를 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며 “세무사도 시험에 합격하면 6개월간 실무교육을 받고, 변리사의 경우도 변호사가 8개월의 교육을 받아야만 변리사업무를 개시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입법보완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헌재는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를 고려하도록 권고했음에도 매년 800여명씩 세무사가 배출되고 있는 실정에서 금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일거에 1만8000명의 변호사가 세무대리 시장에 진입할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세무사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헌재는 세무사 자격제도의 내용을 고려하도록 했으나, 개정안은 전문성이 전혀 없는 변호사에게 세무조정업무를 허용해 세무사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세제발전심의원으로 참석했던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장도 “헌법불합치 관련 세무사법 개정 내용 중 회계적 전문지식이 없는 변호사에게 일정한 교육 의무를 부여하지 않게 한 것은 잘못된 입법”이라고 이창규 회장 발언에 적극 동조하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이에 대해 김병규 세제실장은 “변협은 지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사도 2003년 이전 변호사 자격사와 동일하게 전반적인 세무업무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중재적 입장에서 입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세무사실무교육 등 추가적인 사항은 국회 입법심의 과정에서 조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오는 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8월말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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