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조세부담률 대체로 상승…MB정부 때만 떨어져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률도 올라…"재정사용처 공감대 필요" 지적도
 

올해 조세부담률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조세부담률의 상승 속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규모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세에 더해 재정 역할을 강조하는 경제 운용 기조에 비춰 보면 조세부담률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어느 곳에, 어느 정도의 재정을 풀지에 대한 공감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세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더 많은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혁신성장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이명박 정부 빼고 모두 오른 조세부담률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조세부담률은 각 정권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조세부담률은 16.1∼17.9% 수준을 맴돌았다.

조세부담률의 상승세가 본격화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임기 첫해인 2003년 조세부담률이 처음으로 18%대(18.2%)에 진입했고 이어 2006년 18.6%를 거쳐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9.6%까지 올랐다.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산세 과세 강화 등을 추진한 결과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영향으로 조세부담률은 2010년 17.9%까지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조세부담률은 2014년 18.0%에서 2016년 19.4%까지 상승하는 모순된 움직임을 보였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 조정, 담뱃세 인상 등의 결과로 해석됐다.

역대 정부의 첫해와 마지막 해 조세부담률 변화를 보면 김영삼 정부 +0.5%포인트(16.2%→16.7%), 김대중 정부 +1.6%포인트(16.2%→17.8%), 노무현 정부 +1.4%포인트(18.2%→19.6%), 이명박 정부 -0.6%포인트(19.3%→18.7%), 박근혜 정부 +1.5%포인트(17.9%→19.4%)였다.

◇ 조세부담률 상승은 속도 문제…사회보장 부담률도 오를 듯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내걸고 과감한 재정확대 기조를 천명했다.

법인의 실적 호조세에 따른 '세수 풍년'은 이런 정부의 경제 철학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됐다.

법인세수 호조는 올해도 전체 세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법인세수는 3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6천억원 더 걷혔다. 목표치 대비 진도율도 이미 60%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세수는 당초 예상치(268조1천억원)보다 19조원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8.2% 늘어난 규모다. 세수 증가율이 경상 GDP(국내총생산) 증가율(4.0%)의 두 배를 웃돈다.

경상 GDP보다 빠른 세수 증가는 조세부담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추구하는 이번 정부의 임기 내에 재정확대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8% 가까이 늘려 460조원대의 '슈퍼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세수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보다 더 가파르게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3.49%나 올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부담률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부담률도 같이 볼 필요가 있다"며 "재정 재계산이 끝나면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등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늘어난 세수 어디에 쓰나' 공감대 필요 지적도

저출산 고령화, 주력산업 쇠퇴, 4차 산업혁명 등 구조적 현안을 생각하면 정부 재정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확대된 재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경제규모 등을 이유로 선진국 수준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이기에 앞서 재정을 지원할 대상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를 바탕으로 조세부담률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런 합의 없이 무작정 조세부담률만을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에 대해 '예산 낭비'라는 반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단기적 부작용 해결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간이 감당해야 할 월급을 재정으로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반론이 거세다.

자영업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 간의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재정 소요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수준과 관련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해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근로 장려금 등은 공론화가 필요한 영역임에도 상황이 급하니 그냥 하는 것 같다"며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데 국민 생활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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