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퇴직후 산하기관 임원 이동하는 '전관' 사례

2013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정부 승인 없이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공직자 중 과태료 처분에 더해 해임요구 대상에도 포함된 26명은 대부분 이른바 '전관'(前官) 사례에 해당했다.

정부 주무부처 간부로 일하다가 관리 감독 대상인 산하기관의 대표나 임원으로 간 경우가 많았으며, 이 중 일부는 정부의 해임요구에 불복해 정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퇴직한 공직자가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절차 위반과 별개로 해당 직위에 재취업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해임요구를 할 수 있다.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부터 올해 5월까지 퇴직 공직자 26명에 대해 새로 취업한 기관의 장에게 취업해제를 요청했으며, 대상자 중 21명이 자리를 떠났다.

18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에 취임한 원희목 전 의원은 올해 1월 공직자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해임요청을 받고 자진 퇴사했다.

의원 시절인 2008년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활동 등이 협회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정부 판단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한국신제품인증협회 본부장으로 취업한 조달청 4급 출신 김모 씨, 여객선 전문업체 미래고속 부사장으로 취업한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임원 출신 오모 씨가 적발돼 해임됐다.

태양광·반도체 제조 업체인 신성솔라에너지의 안모 사외이사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임원 출신이어서 취업 부적합 판정을 받고 물러났다.

2016년에는 국세청 4급 출신 민모 씨가 의류제조업체 디피앤케이의 비상근감사로 취업했다 적발됐다.

같은해 국토교통부 5급 출신인 장모 씨와 이모 씨는 각각 중소기업인 금성산업 부사장과 경화엔지니어링 관리부 부회장으로 취업했다가 해임됐다.

두 업체 모두 자동차 부품이나 토목 공사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여서 국토부의 인·허가나 관리 감독 업무와 관련돼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적절한 재취업 사례도 많았다.

2015년 대전광역시의회 황모 전 의원은 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처장으로, 곽모 전 의원은 진단 시약 제품업체 바이오니아의 고문으로 갔다가 해임됐다.

같은 해 제모 부산광역시의회 전 의원은 지역 건설업체인 유성종합건설 회장으로 취임했다 물러나는 등 모두 21명이 해임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취업해제를 요청했으나 당사자가 예외 조항에 대한 심사를 신청해 취업이 승인된 경우도 있다.

충청북도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낸 정병걸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취업승인을 받고 재직 중이다.

2014년에는 검찰청 7급 출신의 김모 씨가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 감사실부장으로 취업했고, 그 전해에는 국방부 박모 전 중령이 한화S&C 부장으로 취업했다.

정부의 해임요청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사례도 있다.

국토부 6급 출신으로 토목 설계·감리 업체인 케이에스엠기술의 부사장으로 취업한 조모 씨와 해양수산부 5급으로 퇴직해 마산항만물류협회 상무이사로 취업한 손모 씨 등 2명이 이에 해당한다.

취업 제한과 별도로 업무취급 법 조항을 위반한 경우도 6건 있었다.

현행법은 공직자가 직접 처리했던 업무는 퇴직 후 취급할 수 없거나 2급 이상 고위공무원 등은 퇴직 전 2년간 몸담았던 기관이 새로 취업한 기관에 대해 처리한 인·허가와 심사 등의 업무를 새 직장에서 2년간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천 만원 이하의 과태료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 송도사업본부장(지방3급) 출신의 김모 씨가 송도국제도시 개발 주체인 송도랜드마크시티에 전무로 재취업했다가 형사고발 조치됐다.

김 전 본부장은 이후 자진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모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은 퇴직 2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산하기관인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서울대병원 감사로 취업한 감사원 고위공무원 출신의 장모 씨와 한국방송공사(KBS) 출신으로 KBS미디어 부사장에 임명된 권모 씨가 과태료 부과 조치를 받았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