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손실, 이현동 전 국세청장 국정원에 적극 가담 정황 없다”
재판부, 뇌물수수 전달자 국정원 직원 진술 번복 등 신빙성 의문

이명박 정부시절 ‘데이비드슨 프로젝트’에 협조한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을 받아 특가법상 국고손실,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온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 신빙성과 증거불충분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징역 8년,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한바 있다.

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에서 진행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뇌물수수)혐의 1심 재판에서 국고손실과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조의연 재판장은 국고손실과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조목조목 사건을 짚어가며 사실관계를 따졌으며 무죄가 선고되자,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특히 이번 1심 재판은 10여개 이상의 언론사 다수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를 했으며, 넘치는 방청객으로 인해 일부 취재기자들은 바닥에서 재판을 메모하기도 했다.

조의연 재판장은 특가법상 국고손실에 대한 판단에서 국정원이 미국의 한 보수단체 인물로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 중 북한에 보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국세청 파견 해외정보원을 통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협조를 구했다고 한점, 또 이 과정에서 해외정보원에 대한 자금지원이 있었고,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뇌물수수에 대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등의 일관된 자금요청이 있었고, 또 돈이 든 쇼핑백을 갖다 주었으며, 삼자대면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진술이 바뀌는 등 신빙성이 없고, 공금횡령에 대한 공동 정범이라는 주장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소사실 부합 수사과정, 국정원 직원들의 일관된 진술, 박윤준, 김승연, 최종흡, 원세훈의 진술 등 수사기록 내역, 활용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국세청과 국정원 관계에서 피고인의 역할과 행동이 뒷받침된다면서 국정원의 비자금 추적사업과 피고인 진행과정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어느 정도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장은 국정원 요청에 응한 국고손실은 단순히 협조하는 것을 넘어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은 정당한 사업이었다고 주장하고, 피고 역시 대통령이 탈세협의가 있다면 국세청이 조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어, 피고인이 국고손실을 알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으며, 적극 가담했다고 할 수도 없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특가법상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찾아와 브리핑을 한 후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게 전달한 1억 2000만원에 대해 “김승연과 박윤준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지만 김승연 전 국정원 국장이 삼자대면에서 수표를 따로 언급하지 않은 점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방문횟수도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돈을 요구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고 있는 점, 김승연이 관용차를 타고 국세청을 방문해 자금을 전달하고 국정원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빠듯한 점, 박윤준(당시 국장)이 삼자대면에서 돈 전달 부분에 대해 어렴풋이 기억난다는 진술과 관련자들이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배치되는 등 직접 증거로서 합리적인 의심이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7일 열린 공판에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국정원이 추진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추적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국정원이 국세청과 접촉·활용해 비자금 추적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고, 이 전 청장이 뇌물수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박윤준 전 국세청 국장 등이 일관되게 자금 요청이 있었고 이에 돈이 든 쇼핑백을 갖다 주었다는 일관된 진술이 있었다며, 징역 8년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했었다.

이번 1심 판결은 재판부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주장한, 국고손실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가 인정되는 증거가 없으며 주위의 추측성 진술만 있기 때문에 가담정도는 지극히 낮고 또한 사건 당시 국세청 차장에 불과해 국정원의 예산이 어디에서 올 수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등 국고손실죄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여기에 1억2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도 김승연 국장이 찾아와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박윤준 전 국장의 진술이 한차례 번복된 바 있는 등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였다.

이같은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 측의 항소가 예상된다.

이날 재판이 끝나고,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가족들은 울음을 터트렸으며, “재판장이 조목조목 짚어가며 판결을 하는데, 지혜로운 판결인 것 같다. 앞으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도 “당초 무리한 기소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따라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이번 무죄 판결로 약 7개월간의 구치소 옥살이를 접고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검찰 항소시)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국정원 직원과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진술 등 직접 증거부분에 대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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