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죽기 전에 이루고 싶거나,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기 마련이다.

김진호 부이사관 승진자(사진)의 버킷리스트는 국세청에서 부임하는 곳마다 담당업무를 ‘매뉴얼 화(化)’하는 작업을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그것이 ‘그의 작은 버킷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연말에 연간 계획을 짜고, 그것을 토대로 ‘분기별‧월간‧일간’ 계획을 짜고 추진하고 연말에는 성과로 대답한다.

김 부이사관은 이런 일을 혼자하기 보다는 소속 직원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공개하고, ‘공감’을 얻고, 그것을 ‘감동’의 성과로 일구어 내는 매력이 고스란히 ‘업무 매뉴얼’속에 녹아서 숨 쉬고 있다는 게 주위 지인들의 전언이다.

매사에 업무스케줄을 만들고, 12월에 다음연도 자신이 만든 스케줄을 다이얼에 큰 행사부터 적어놓고 매일 7시반에 출근해서 일정을 다시 짜고 어떤 일이든 직원들에게도 공개한다는 것.

그리고 스케줄과 서식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우리 모두 공유하고 그 '일정대로 달성 합시다'라면서 함께 나아간다는 것.

그러나 김진호 부이사관은 “큰 뜻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닙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사실, 그에게는 국세청에서 명예 퇴직하는 시점이 4년 6개월 정도 남짓하기 때문에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직원여러분과 함께 노하우와 지식을 남겨놓고 가야합니다”라고 주문하고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시성이 아닌, 그야말로 아랫사람을 섬기는 자세로 이끌어 가는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의 면모가 몸에 녹아있다.

그가 국세청에 입사한 것은 1985년. 당시 8급 특채로 북부세무서(종로세무서로 편입)를 첫 임용지로 출발했다.

그 이후, 용산세무서 법인세과와 개포세무서(현재 역삼세무서) 법인세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업무의 탁월함을 알아차린 일선 서장이 상급기관(본‧지방청)에 인사때 우수 직원으로 뽑아 세웠다.

그리고 서울청 조사4국에서만 9년 동안 근무했다. 그래서 대기업 세무조사를 많이 했다는 기억이 많다.

에피소드 한가지. 규모가 큰 某기업의 조사첫날, 조사요원 200명이 넘는 인원이 현장에 나갔다. 그 이유는 중요한 서류를 일시보관해서 자료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변(회사)에 있다가 일시에 들어갔는데, 큰 건물(회사)에 서류가 하나도 없었다. ‘노 페이퍼’였다.

누가 조사를 한다고 사전에 누출했다고 해서 당황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종이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문화’였으며, PDF, 복사기를 사용하려면 사원증을 (기계에) 대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그때, 당황했던 것이 각층별로 직원들에게 보고가 들어오는데, 복사기도 층에 1대 있고, 서류문서는 물론 종이 한 장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 시스템을 당일 날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약 1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컴퓨터 서버에 들어갔는데) 서버에 빠짐없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현재 시스템을 검증하고, 과거 5년치 회계서류가 온전히 있다는 것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를 아예 착수도 못했다.

국세청 전산조사요원이 나가서, 조사기업의 자료를 받아왔다. 그것을 ‘조사할 수 있는 장부형태로 자료를 변환시키는 작업만 2달 남짓 걸렸고 힘들었지만, 조사 성과는 의외로 좋았던 것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로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김 부이사관은 또 국세청 자본거래관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차명주식통합분석시스템’을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과거 6~7명이 1팀이 되어 1달이상 걸릴 작업을 지금은 ‘엔터키’만 치면 30분 이내에 차명주주 혐의자들의 정보가 다 뜨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업무효율성 측면도 있지만, 조사대상 선정을 과학적으로 투명하고 또 객관적으로 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경영권 편법승계 여부를 전수 검증했는데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 시스템의 효과였다.

작년 7월에 파생상품 양도소득세를 처음으로 신고를 받았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었던 것도 관련 책자를 만들고 이렇게 준비해온 덕이었다.

김 부이사관의 취미는 축구다. 여건상 지금은 가끔 족구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수락산에도 간다.

그에게 국세공무원이란 ‘인간답게 살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3박스 정도이며, 경영관련 서적과 리더십, 자기계발서 등 단편집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국세청 관리자(국장)로부터 선물 받았던 책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면서 ‘잠깐 멈춤’(작가 고도원)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사람이 계속해서 매번 달려 갈 수는 없다. 때로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숨도 쉬고 호흡도 하고 출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는 내용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다고 자부해온 김 부이사관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강릉세무서장 시절 직원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의 역할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업무만 열심히 한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있다고 했다.

물론, 세무서장을 하면서 직원들과의 ‘호프데이’는 물론 일상적인 소통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주 먹고 당구치고 여직원들과는 커피거리, 레스토랑에서 소통을 했지만 그래도 늘 목말랐다고 했다. 선배로서.

[약력] 김진호 부이사관 승진자

▷64년 경기 강화도 ▷강화고, 세무대 3기, 방송대 경영학 ▷8급 특채 ▷북부세무서 ▷국세청 조사기획과 ▷국세청 차장실 비서 ▷국세청장실 비서 ▷서울청 조사4국 조사관리과 조사3계장 ▷강릉세무서장 ▷서울청 조사4국 조사관리과장 ▷국세청 자본거래관리과장 ▷국세청 조사2과장 ▷국세청 조사1과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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